Humanizing Tech investments
세계적인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의 파산 임박 소식은 투자자와 스타트업 모두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한때 기업가치가 62조에 달했던 해당 기업은 비전과 전략에의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임원들이 연달아 떠난 뒤 최근 파산 전문가들을 영입했다고 한다. 놀라운 건 위워크가 실적 공개 이후 8년 동안 계속해서 적자를 유지해 왔으며 이는 테크 기업이라는 자기 확신일 뿐인, 실은 기존 부동산 임대업과 다르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드러냈을 뿐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같은 위워크의 신화와 실패의 원인으로 주로 지목되는 창업자 애덤 뉴먼을 향한 비판은 2019년에 그가 회사를 떠난 뒤에도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The Cult of We"의 저자이자 WSJ의 기자인 Eliot Brown은 Wired와의 인터뷰에서 위워크가 현시대의 IT 스타트업 투자 관련 문화적 무감각을 대표하는 사례라 정리한 바 있다. 그는 부실하게 운영되는 부동산 회사의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위워크 창업자 애덤 뉴먼의 매번 같은 피칭 방식에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이 설득당한 배경에는 고성장하는 기술 기업의 속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 같은 투자자들의 애덤 뉴먼을 향한 비판과 후회는 2016년부터 위워크에 자금을 쏟아부었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경영권 박탈 결정으로 절정을 맞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모든 과정에서 애덤 뉴먼은 큰돈을 벌었고, 투자자들은 돈을 잃었다.
관련 투자자들은 왜 수차례의 위기를 맞았던 위워크에의 지속적인 투자를, 가시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도 결정해 왔을까? 창업자 애덤 뉴먼에의 따가운 시선으로는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은 없는 걸까? 필자는 이에 대해 어쩌면 투자자들의 기대를 도운 위워크 피칭덱에 자리 잡은 'Unmet needs'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수 있다 주장하고자 한다. 즉 디자인 사고 모델에 뿌리를 둔 unmet needs는 현재의 결핍에 초점을 맞춘 가치 제안이라는 점, 그리고 투자자들은 그들의 투자가 본질적으로 미래에 대한 베팅이라는 점을 구분해 이해했는가에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20년간 비즈니스 세계를 점령하다시피 해 온 디자인 사고 접근 방식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소비자 상호 작용에서 비롯된다고 가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결핍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자에게만 집중하면 큰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다는 광범위한 믿음은 제품과 연결된 현재의 양상에 머물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 같은 접근과 관점에는 인간을 완료해야 할 과제나 해야 할 일이 있는 사용자로 축소하는 단순화하는 가정이 적용됨으로 인해 사람들이 해당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더 큰 사회 문화적 현실에서의 노력을 가려 버리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에서 확인해 온 역사, 기억, 사회별 특성, 기호, 상징 등에 따라 무언가를 경험하는 방법들이 훨씬 다양하다. 또한 이 같은 가치 구조들을 통해 집단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에 가치를 부여하거나 이에 공감하기도 하는 게 우리들이 경험하는 방식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치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개별적인 '사용자'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인간 경험의 더 큰 범위의 역학 관계도 포함해야 한다. 때문에 제품 및 서비스 중심의 사용자와의 거래 및 상호작용 기반 모델의 한계는 미래의 시장 흐름을 예측할 때 두드러지며, 이는 저평가된 기업 또는 초기 단계의 투자 기회를 찾는 투자자들에게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마주하게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들에게 해당 세계의 변화에 대한 이해 없이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아는 것은 두려운 일일 뿐이다.
관련해 새롭고 혁신적인 현재 가치 제안의 '발견'에 머물던 기존 투자자로서의 관점에 앞으로도 지속되는 가치인가를 확인하기 위한 다음의 지점들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프로세스의 힘'을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공감, 정의, 아이디어 도출, 프로토타입 제작, 모델 테스트 등의 현재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기획 및 제작하는 단계별 방법론은 비즈니스 스쿨에서 가르치고 업계에서 실행하는 익숙한 접근이다. 이 같은 방식은 각 개념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하고 진행에 대한 실질적인 토대를 제공하는 이점을 제공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때로 아이디어를 너무 일찍 기존 패러다임에 맞추도록 강요하는 역할을 하기에 이는 잠재적으로 잘못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인간의 경험을 구성하는 더 큰 범위의 요소들이 무엇이고 어떻게 상호 구조화를 이루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을 R&D 단계에서 추가하는 것은 언뜻 보기에는 현업의 속도를 늦추기만 하는 요소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걷고 있는 길에 대해 미리 확인하고 이해하고 간다면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가장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둘째, 각 산업에서 '익숙하다'라고 생각되는 가치 제안을 재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치가 성립되어 온 세계의 전체에 의문을 재기하고 재확인하면 낯선 가치의 '발견'이 아닌 익숙한 가치의 '식별'이 가능해진다. 이는 곧 명료하고 지속적인 가치 제안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드사가 적재량과 엔진 성능 향상에의 관심을 넘어 가정에서 자동차를 사용하는 다양한 상황별 양상을 확인함으로 인해 익숙하고 사용 빈도가 낮은 고비용의 기능에의 투자 대신 만족도 높은 사용 경험을 지원하는 기능 및 새로운 차량 카테고리의 개발에 집중한 사례를 참고해 볼 수 있다.
올바른 투자 결정을 내리려면 현재의 충족되지 않은 필요에 대한 확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개인적, 공공적, 사회적, 문화적 차원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영위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통해 더 지속적인 가치 구조 변화의 흐름을 확인하는 과정까지를 필요로 할 것이다. 특정 결핍을 쫓는 Unmet needs의 발견과 익숙하나 변화한 가치를 드러내는 Overmet needs 모두 그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글은 23년 9월 11일 자 전자신문 기명칼럼에 게재된 내용의 원본입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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