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izing Tech Investments
"우리는 어린이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수백 통의 편지를 받습니다. 아이들은 우리에게 책임을 묻고 있으며, 미래를 위해 지속적인 조치를 취하려 합니다."
지난 8월 30일 레고 그룹의 CEO인 닐스 크리스티안센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사실 레고는 1946년 세 번의 연이은 공장 화재로 목재 재료를 전부 소실한 뒤 덴마크 최초의 플라스틱 사출 성형기를 구입한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 3억 8천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 생산량 중 10만 톤을 책임져왔다. 매년 10만 톤의 폴리머가 1,100억 개의 브릭으로 만들어졌고 이 중 80%에 달하는 브릭이 강도와 강성으로 유명한 석유 기반 열가소성 플라스틱인 ABS(acrylonitrile-butadiene-styrene)로 만들어진다. ABS는 플라스틱 장난감 1kg을 생산할 때마다 2kg의 석유를 필요로 하며 이 소재는 생분해되지 않는다. 67년 동안 재활용이 불가능한 장난감 브릭을 대량으로 생산해 온 레고는 기후 위기가 기업 운영 현실의 거대한 장벽으로 떠오른 상황에 맞춰 2015년에 1억 5,500만 달러를 투자해 ABS를 대체할 지속 가능한 재료 개발 기술 센터를 시작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2년 예상되는 기후테크 산업 규모는 1,480억 달러(약 200조 원)로 2016년 169억 달러(약 23조 원)에서 9배가량 커졌다. 궁극적으로 기후테크 산업은 더 친환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더 빠르고 쾌적한 교통수단, 더 맛있고 건강한 음식, 더 높은 품질의 제품, 더 나은 업무 공간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 기술의 무궁무진한 낙관적 혜택을 기대하는 투자 트렌드는 기술 변화가 인간 미래의 사회적 관계와 구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기술 결정론적 관점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인간의 시대는 석기시대에서 철기, 증기, 정보화 시대로 나아간 점진적 기술 발전의 시대이다. 즉, 기술은 역사의 원동력이 분명하다. 하지만 기술을 단순히 조용한 혁신의 주체라기보다는 사회관계의 변화를 이끄는 적극적인 매개자로 보는 관점이 기후테크 산업 투자에 있어서 기대 범위의 실질적 확장을 가능케 할 수 있다. 관련해 존 다나허와 헨릭 스카우그 세트라가 개발한 분류 체계인 '기술-도덕적 변화의 3개의 메커니즘'은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 예측의 단서를 제공해 준다.
해당 이론에서는 A. 결정적(Decisional) 메커니즘으로서 기술이 우리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해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업무용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결정을 강요함을 설명한다. 또한 B. 관계형(Relational) 메커니즘으로서 기술은 대면 관계 중심의 인간관계를 원격으로 매개되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 AI 간의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변화를 제공했음을 설명한다. 또한 C. 지각적(Perceptual) 메커니즘으로서 기술은 우리의 결정 및 행동과 관련된 정보를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데이터’, ‘인지’라는 계산 가능한 인식 구조로의 개념 제시를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정리하면, 기술은 사회가 형성되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기술과 인간 사이의 상호 구성적 관계의 발전을 반복적으로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레고는 새로운 플라스틱 소재 개발 투자에 있어 완전한 ABS 대체제 발명에는 실패했으나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의 전환은 서서히 전체 브릭 생산량에 적용되어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나아가 레고 그룹은 2019년에 새 부품과 중고 부품을 거래하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BrickLink를 인수해 기존에 제작된 플라스틱 브릭을 전 세계에서 기부받아 장난감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Replay Initiative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 이 같은 새 투자 기준은 세대에 걸쳐 레고 장난감이 전달되는 점, 3년 이상 레고 제품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때 중고 레고 세트의 평균 수익률이 연 10~11% 로 주식, 채권, 금, 우표나 와인 등 많은 수집품의 수익률보다 높다는 현재를 기준으로 확인되는 제품과 소비자와의 관계에 기반한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GDP와 탄소 배출량은 함께 증가해 왔다. 탄소를 연료로 한 이 쉬운 성장은 우리가 여러 세대를 통해 계속해서 확인해 온 유일한 성장이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엄청난 라이프스타일 개선을 가져다주었기에 현재까지 이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이 고리를 끊고 필요한 만큼의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유형의 투자, 즉 미래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투자, 기존의 제품들을 재활용하기 위한 투자로 분리하는 전략적 구분이 필요하다.
기후 기술의 미래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 기술과 인간 사이의 상호 구성적 관계에 대한 한 단계 더 나아간 고민이 필요한 때다.
References
Lego Is a Company Haunted by Its Own Plastic
The Disastrous Backstory Behind the Invention of LEGO Bricks
한국사회투자 이종익 “기후테크가 스타트업의 임팩트를 창출한다”
The Future of Climate-Tech Is Everything | Valerie Shen | TEDxBoston
Mechanisms of Techno-Moral Change: A Taxonomy and Overview
Toys Prove to Be Better Investment Than Gold, Art, and Financial Secur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