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izing Tech investments
2020년에 출시되어 앱스토어 1위에 오른 프랑스 사진 공유 앱 BeReal은 기존 소셜 미디어 플랫폼 서비스 속 가짜 사진들의 해독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용자는 전후면 카메라를 통한 듀얼 이미지를 제공해 필터 사용 없이 특정 순간 및 반응을 담은 이미지를 공유하게 된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면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머물러도 됩니다’라는 그들의 홍보 문구는 자발적이고 비공식적인 ‘진정성’을 제안하고 있지만 과연 이러한 전략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가 출시될 때마다 기업들은 진정성을 포장한 버전으로 우리를 유혹하곤 한다.
획일적인 신뢰성 개념을 제품 및 서비스 기획에서부터 구축하려 하는 이 같은 시도는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빅 플레이어들과 대비되는 확장 초기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결국에는 상업적 목적이 승리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물론 사람들은 진정성을 원한다. 진짜 음식을 먹고, 좋은 공간에 방문하고, 진짜 자신이 되기를 원하며 진정성 있는 상호작용을 기대한다. 하지만 진정성은 모호한 개념을 띤다. 한 사람이 진정성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이에게는 거짓으로 보일 수 있고, 사회의 취향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앞으로 기업에게 필요한 질문은 각자가 정의한 모호한 진정성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진정성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에 가깝다.
덴마크의 의료 기술 회사인 콜로플라스트는 1954년 엘리스 소렌슨이라는 간호사가 위암이나 대장암 환자에게 주로 시행되는 장루 수술에서 회복하는 언니를 지켜보면서 시작되었다. 수술은 언니의 생명을 구했지만, 노폐물을 배출하는 장루 주머니가 새어 나올까 봐 집 밖을 나서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언니를 위해 소렌슨은 접착 링이 달린 고정 가능한 장루 주머니를 고안해 냈고 그렇게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환자 중심적인 헬스케어 회사가 탄생했다.
하지만 2008년 기업의 핵심인 장루 사업 부서는 정체를 겪고 있었고 그 원인은 경영진이 수십 년간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가정에서 확인되었다. 바로 장루 주머니의 다양한 기능을 하나씩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가정, 즉 하나의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시장과 고객의 니즈에 답하는 진정성 있는 접근이라는 가정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환자들은 서로 다른 체형을 지니고 있었고 이를 확인 및 인정한 이후 ‘실제 신체에의 적합성’이라는 기준으로 크게 3가지 체형으로 구분하는 Bodyfit 제품 라인의 출시를 통해 콜로플라스트는 제품 포트폴리오 재정립의 혁신적 변화와 상업적 성공을 모두 이루었다.
진정성은 제품 및 서비스 기획에 있어 설득력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경영진과 소비자 모두에게 사적인 영역이 있음을 확인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수반해야 한다. 제품은 기업가에게 개인의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제품은 사회 속 자신을 비롯한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의미가 크다. 양측은 서로의 집에 초대되어 집 안을 돌아다닐 수 있으나 열지 말아야 하는 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많은 경우 기업은 이 지극히 사적인 소비자의 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수십 억 원의 R&D 투자를 감행하나 정작 기업 경영진들은 자신의 사적인 방을 드물게 확인한다. 이는 곧 소비자를 향한 진정성이라는 목표가 최종적으로 제품에 머무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접근의 스포츠 에이전트를 준비 중인 한 창업가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해외 리그에서 선수로도 활약한 경험을 토대로 국내 에이전시들의 한계와 자신만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에 차 있었다. 그의 질문에 필자가 전한 의견은 프로 선수들의 ‘은퇴 이후의 삶까지의 설계’였다. 해당 업계는 17세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선수로서의 전성기를 기준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선수들은 다른 직업에 비해 현저히 빠른 은퇴 이후의 삶을 두려워한다. 이는 국내 및 유럽 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논문들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현상으로 이를 반영하듯 유렵의 은행에서는 프로축구 선수 대상의 모기지론 상품을 35세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은퇴는 선수들에게 갑작스럽게 경험되는 현실이나 업계는 이를 방관한다. 그리고 이를 정부나 공공기관이 뒤늦게 챙긴다. 프로 선수들을 상품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선택하면 기획 단계는 단순해지나 경쟁은 치열해진다. 반면 선수를 은퇴 이후를 책임질 고민을 하는 사회의 성인으로 바라보면 낯선 기획 단계를 마주해야 하나 보다 경쟁력 있는 가치 체계를 구축할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당신이 그 창업가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통합된 진정성을 제품이나 서비스 기획에 포함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설득하려는 소비자의 현실을 기반으로 기업 내부의 의도를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시작점을 만들 수 있다면 지속적인 진정성을 이루는 기회를 확인할 수 있다. 적어도 스스로가 내건 진정성에 속지 않는 선택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은 23년 6월 27일 자 전자신문 기명칼럼에 게재된 내용의 원본입니다.
References
BeReal and the Doomed Quest for Online Authenticity
An Anthropologist Walks into a Bar
Retirement planning among South African professional soccer play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