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어떻게 상품이 되는가, <파나드릴로>

Panadrilo (2024)

by 려한




“악어와 난 하나가 됐어. 악어를 반으로 갈라도 날 못 찾을 거야.”

마르셀라 에일브론 감독의 단편 <파나드릴로>는 인간과 짐승,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며 초현실적인 은유로 이주와 믿음, 그리고 착취의 서사를 그려낸다. 파나마를 배경으로, 남편 후안은 악어로 변해 ‘말하는 악어 관람’이라는 안내문 아래 동물원에 전시되고, 아내 카밀라(헤네시스 델 몬테)는 미국 뉴욕으로 넘어간 딸을 다시 만나기 위해 홀로 길을 떠난다.



착취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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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카밀라는 근무가 끝났다며 그냥 지나치려는 택시를 억지로 세우고 탑승한다. 룸미러에 걸린 묵주를 보며 "저처럼 믿음을 가지셨잖아요."라고 간청하는 그녀에게, 택시 기사는 "국경까지 가기엔 돈이 모자라요. 데려다줄 곳이 있어요."라 답한다. 그 말은 잠시 구원의 약속처럼 들리지만, 그가 그녀를 '넘긴' 곳은 다름 아닌 착취의 현장, 악어 농장이다.


그곳은 인간과 동물이 자본의 재료로 뒤섞이는 잔혹한 공장이다. 이주자와 악어는 의미론적으로 병치되며 상품의 원료로 환원된다. 악취와 썩은 물, 던져지는 생고기, 좁은 우리에 갇혀 사육되는 악어의 이미지는 그 과정에서 지워지는 생명의 존엄이다. 카밀라가 사육장에 빠지는 장면은 곧 그녀가 상품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이는 이주가 더 나은 삶을 향한 믿음으로 시작되지만, 현실은 누군가의 소비를 위한 탐욕의 재료가 되어버리는 잔혹한 역설을 드러낸다.



믿음이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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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금빛 악어가죽 가방에서 카밀라의 변형된 목소리가 울린다. “우리 미국으로 가서 니콜을 찾는 거야.” 그 목소리는 더 이상 생의 온기를 품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소비된 생명, 실현되지 못한 믿음이 남긴 미련의 메아리다. <파나드릴로>는 이주의 여정 속에서 어떻게 믿음이 산산이 찢겨나가고, 생명이 상품으로 가공되는지 보여준다. 그렇게 다시금, 악어가 된 후안의 첫 대사가 의미를 되묻는다.

"오늘은 믿음의 신비에 관해 이야기해 보죠. 믿음이란 무엇일까요?"



제8회 서울동물영화제

2025.10.28.(화)~ 11.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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