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동생의 추천으로 읽은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 『젊음의 나라』(다즐링, 2025)는 초고령화가 극단으로 치달은 한국을 배경으로, 세대 갈등과 혐오가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굳어지는지를 정면으로 다룬다. 다만 이 소설은 갈등을 장면으로 ‘보여주기’보다 주인공 ‘나라’의 입을 통해 ‘정리해 말하는’ 순간이 잦아, 메시지가 선명한 것에 비해 서사의 설득은 옅다고 느껴지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책이 던지는 질문은 유효하다. 이 작품은 특정 집단을 하나의 덩어리로 미워하기 전에, 구성원 개개인을 인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 동시에 노년의 자산 상태만으로 한 사람의 생을 단정할 수 없으며, 인간은 결국 관계와 이어짐을 열망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반복해 환기한다.
특히 “구체적인 노년의 얼굴”을 상상하게 만드는 대목들이 인상적이었다. 예술에 전념했지만 물감 하나 살 돈이 없어지는 화가의 모습처럼, 현재에 성실한 삶과 별개로 미래는 예상치 못한 형태로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이 묵직하게 남는다. 소설 속 한국이 허구임을 알면서도 ‘그럴 수 있겠다’는 감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이 책의 가장 현실적인 성취일지 모른다.
반면 나라와 대척점에 선 인물들은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져 아쉬웠다. 반대 의견이 인물의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축적되기보다, 주장의 대비를 위해 강하게 배치된 듯 읽히는 부분이 있었다. 감정의 누적이 생략되어 돌연한 폭발처럼 보이는 장면도 있어, 갈등의 복합성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 소수자를 대변하는 인물이나 노년의 부를 기준으로 인간성을 판단하는 인물들 또한, 그 이면의 이야기까지 펼쳐졌다면 작품의 입체감이 더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젊음의 나라』는 지금의 독자에게 불편하지만 필요한 질문을 건넨다. 직장 생활을 하며 해마다 오르는 연봉과 함께 더 크게 체감되는 세금, 그리고 ‘국민연금은 받기 어려울 것’이라 말하면서도 성실히 납부하는 세대의 모순된 현실은, 이 소설의 배경이 결코 먼 미래만은 아님을 깨닫게 한다.
나는 특히 청소년부터 청년기에 있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지금 발 딛고 있는 세계를 열심히 살아내면서도,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감수성을 키워보자는 제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살아지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처럼, 우리는 계속 깨어 있어야 한다—어떤 꿈을 꾸는지,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결국 내가 맞이하게 될 삶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