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oo.
극도로 마음에 드는 어떤 것들 앞에 사람들은 ‘인생’ 자를 붙인다.
인생 영화, 인생 맛집, 인생 노래…
‘인생’ 자가 붙어 있는 것들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슬쩍 엿볼 수 있다.
새로운 독서모임을 시작한 자리었다. 다들 어색함을 감추려 짓는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서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이란 말로 각자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그중 한 분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게 고민이라 이 모임에 왔다고 했다. 나랑 동갑이란 사실을 듣자마자 괜히 귀가 열렸다.
“최근에 크게 아팠어요. 아프고 나니까 시간의 소중함을 알겠더라고요. 근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거에요.“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처음으로 혼자 연극도 보고, 원데이 클래스도 가봤어요.“
그녀가 우리에게 불쑥 물었다.
“다들 인생 책이 있으세요?”
바로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슬쩍 눈치를 보다, 내가 가장 먼저 답했다.
“저는 최유수 작가의 ‘사랑의 목격’이요. 에세이인데 여느 에세이처럼 경험 중심이 아니라 이 작가의 사랑에 대한 정의와 생각들을 볼 수 있어요. 전자책으로 처음 읽고 너무 좋아서 종이책도 구매했어요.”
책이 좋아 모인 사람들은 내 말에 즉각 반응했다.
“진짜 좋으신가 봐요. 궁금해졌어요. 책 제목이 뭐라고요?”
“밀리에도 있나요?”
핸드폰을 꺼내 내 인생책들을 검색하는 사람들을 보니 내심 기분이 좋았다. 핸드폰을 보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로 그녀가 내게 말을 건넸다.
“눈이 반짝이시던데요?”
진심일 때의 눈빛은 숨길 수 없었나 보다.
그녀는 나를 잠시바라보다 미소 지었고, 나도 화답하듯 웃었다.
30대 후반을 달려가는 요즘, 난 내 취향이 이미 완성됐다고 생각했다. 인생 책이 있고, 인생 노래가 있고, 인생 영화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녀를 보면서 완성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탐색을 멈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할 어떤 것을 찾아가는 길의 첫발을 뗀 그녀를 따라, 나도 잠시 멈췄던 발걸음을 떼 본다. 또 만나게 될 ‘인생 OO’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