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여러 개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꿈이 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꿈이라...
어린 시절 자주 바뀌던 장래희망을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간혹 잠자리에서 꾸게 되는 나의 개꿈을 의미하는 걸까
뭐든 상관없다.
뭐든 맞는 말이니까.
국어사전에 의하면 "꿈" 이란 세 가지 정의로 정리되어 있는데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무시무시한 꿈.
2.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꿈 많던 소녀 시절.
3.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허황된 꿈은 얼른 버리는 것이 좋다.
이 중 3번은 재수 없어서 내가 지워버렸다.
아무튼 나에겐 요 몇 달간 꾸었던 꿈이 기억에 남는다.
난 원래 꿈을 잘 꾸지 않는다.
잠도 많고 한 번 잠에 들면 깊게 드는 편이라 꿔본 적이 거의 전무하던 시절을 오랫동안 보내왔다.
가끔 꿈을 꾸더라도... 정말 이상한 개꿈들을 꿨다.
예를 들자면 내가 첩보원이고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숨어서 어딘가로 가다가
도착해서 발차기로 막 배우 김소연 님과 싸우기 시작하더니... 끝에는 내가 어딘가에서 드럼 치고 있었다.
아마 이맘때 드라마 아이리스를 보고 있었으며 그걸 보고 자서 김소연 님이 나왔던 게 분명하다.
그럼 드럼은 뭔가? 개꿈에서 깨란 뜻이었겠지... 아무튼...
그랬던 내가 몇 달 전부터 꿈을 꽤 구체적으로... 그것이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잠에서 잘 깨지 못할 정도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물론 눈 뜨는 순간 절반 이상을 까먹긴 하지만...
아마 이런 사실적인 꿈들은 나를 둘러싼 일들에 변화가 많아서, 그 변화에 숨이 막혀 꾸는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사실적인 꿈을 꾸게 된 계기가 진행 중이던 계약건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하면서부터니까 말이다.
그 맘때 내가 꿨던 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눈 뜨자마자 검색했던 해몽에 의하면 전부... 좋지 않은 꿈이었다.
계약이 파투 난다던가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손실을 입게 된다는 그런 해몽들.
그런 걸 보고 나면 하루종일 기분이 찝찝해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게 가뜩이나... 파투, 손실 이런 것에 얽매여 있던 시기였기에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일이 해결될 즈음엔 마음 편한 꿈들을 꾸었다. 해몽도 맘 편한 뜻이라고 떴고.
그런데 꿈이 해몽에 딱 맞게 꿔지는가?
내 꿈들의 대부분은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아서 기억에 남는 한 장면만 해몽이 나올 때까지 검색하곤 했다.
그래서 최근 꾼 꿈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남동생 이마에 입이 달린 꿈이었다...
다른 장면들도 더불어 있었는데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아서
괴물이 나오는 꿈, 괴물의 이마에 입이 달린 꿈 이런 식으로 검색했더니 좋지 않은 꿈이었다.
그래서 기분 좋지 않게 아침을 보내다가 엄마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몇 시간 뒤에 입이 나오는 꿈은 좋은 꿈이라는 글을 봤다고 했다.
꿈의 해석은 어디에 집중하냐, 어떻게 생각하냐에 다른 것임을 알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내가 바로 어제 꾼 꿈의 해몽은... "재물이 쏟아지는 꿈"이라고 한다.
이제껏 꿈들은 다...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 꿈은... 제발 맞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두 번째, 실현하고 싶었던 나의 어린 시절 꿈은 좋아하는 드라마가 바뀔 때마다 달라졌다.
어린 시절의 난, 자칭 드라마 마니아였다. 정말 대부분의 드라마를 다 챙겨봤다.
그 당시 기억에 남는 꿈은 "의사" 다. 그때, 빠져있던 드라마는 바로 "뉴하트"
이 드라마 말고도 '외과의사 봉달희"도 비슷한 시기에 날 설레게 했다.
두 드라마 다 흉부외과가 주 무대였기에 그 당시 내 꿈은 "흉부외과 의사"였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나고
나는... 의사가 될 "이과머리"가 전혀 아님을 깨닫고 그 꿈은 바로 버려졌다.
이외에도 패션 디자이너, 여군, 선생님, 메이크업 아티스트, 경찰 등
다양한 꿈들이 드라마와 함께 생겨났고 사라졌다.
그러다 오래도록 가지고 갔던 꿈은 "영화감독" 이였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영화라는 화면 그 자체에 관심 있었고
그 화면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된 후, 감독까지 가는 것이 나의 오랜 꿈이자 꿈꿔왔던 루트였다.
그러나 이것저것 나의 한계들을 만나며 없어지고 없어졌지만...
결국 나는 돌고 돌아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인간이 되려 하고 있다.
많은 것을 꿈꾸던 것이 한 곳으로 모여 나의 그림과 글이 되고 있다.
글을 적다 보니 실현하고자 했던 그 시절의 꿈들을 실패 혹은 포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 꿈을 꾸고 있는 과정임을 알았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꿈이라 말하던 희망과 이상은 지금도 계속 생성하고 그것을 향해 구워야겠다.
그때의 꿈이 명사였다면 지금의 꿈은 동사로 말이다.
핀수 작가님의 질문으로 오랜만에 "꿈"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의 꿈들이 실패가 아닌 과정이라면...
저의 재물꿈도 과정으로써 얼른! 어서! 나타나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