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회의> 464호(2018. 5. 20.) 기고(寄稿).
제조 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경제활동의 중심이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 산업은 수요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즉, 고객과의 관계 유지를 통한 서비스 차별화를 멤버십에 적용하면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멤버십 서비스는 다수의 고객 획득을 위한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에서 맞춤형 고객 확보와 유지를 위한 1대1 마케팅(One to one marketing)으로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원래 멤버십(Membership)은 마케팅 관점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비고객을 고객으로 만들고 충성도를 높이는 일련의 마케팅 활동을 위해 만든 제도다. 멤버십은 유통사의 고객 유지 및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중요한 마케팅 데이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멤버십은 고객의 지속적인 관계유지를 위해서 로열티 마케팅(Loyalty marketing)을 활용한 고객 충성도 확보가 핵심이다. 즉, 로열티 마케팅의 효과는 로열티를 활용한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확대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있다. 나아가 고객 니즈(Needs)에 부합하는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멤버십의 경쟁력과 차별성을 높일 수 있다.
『멤버십 이코노미(The Membership Economy)』의 저자인 로비 켈먼 백스터(Robbie Kellman Baxter)는 멤버십 비즈니스를 기존처럼 제품이나 거래가 아닌 고객을 중심에 두는 사업 모델로 규정했다. 기존에 비해 방법만 달라졌을 뿐 고객은 소통을 원하기 때문에 기업은 그 고객과의 소통, 고객 간의 소통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녀는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이론(Maslow hierarchy of need theory)’을 사례로 든다. 사람은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며, 이 자아실현은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멤버십은 바로 이러한 기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최고의 전략이며, 기본 욕구가 충족된 고객은 조직과 기업에 충성스러운 멤버가 되고, 멤버들의 성공이 다시 조직과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다고 강조했다.
멤버십 비즈니스의 의미와 국내 출판업계 주요 사례
기본적으로 멤버십은 가입비 유료와 무료로 구분할 수 있는데, 무료 멤버십은 제공 혜택이 모두 비용으로 파격적이고 차별적인 혜택 제공이 어렵다. 유료 멤버십은 파격적 혜택을 주더라도 일부는 멤버십 비용으로 충당 가능한 범위에서 운영된다. 유료 멤버십을 통해 진성 고객 비중을 대폭 상승시킬 수 있다. 고객은 특정 서비스가 필요하면 가입한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선택할 수 있다. 서비스의 사용 빈도와 기간이 늘어날수록 유료 고객으로 전환되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다수의 유료 고객은 해당 서비스에 이미 매몰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에 높은 사용률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유료 멤버십은 고객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이탈을 방지하고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가 수월하다. 가입 및 서비스 기간동안 고객 이탈 가능성이 낮고, 종료 시점에 집중적인 관리를 통해 고객의 멤버십 유지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고객의 서비스 이용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만족도 및 유지 관리도 가능하다.
시장에서 성공하는 멤버십 비즈니스는 무엇보다 고객 관점의 명확한 혜택 설계와 멤버십 비용을 상회하는 혜택 제공이 필요하며, 복잡한 사용조건은 지양해야 한다. 가장 성공적인 멤버십 서비스의 사례는 아마존의 '프라임 멤버십(Prime membership)'이다. 연간 119달러(미국 기준, 2018년 5월 11일 신규 가입시)의 회비를 내면, 무료 배송 이외에 각종 미디어 콘텐츠 혜택을 제공한다. 연회비를 상회하는 혜택을 조건없이 제공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프라임 고객은 일반 고객보다 구매액 및 구매 횟수 면에서 각각 2배 정도 높고, 멤버십 갱신율도 높은 편이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의 궁극적 목표는 혜택이 매우 커서 고객들이 가격을 따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입하는 것이다. 최근 아마존이 발표한 실적에 의하면, 프라임 멤버십은 출시 13년 만에 전 세계 회원 수 1억 명을 돌파했다.
넓은 의미에서 출판업계의 멤버십은 이미 신문과 잡지 시장에서 ‘정기 구독’이라는 방식으로 일반화되어 있다. 하지만, 구독자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맞추기 위한 단순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책 중심의 출판업계도 대형 서점과 교육학습 및 어린이 출판 분야에서 멤버십 서비스 방식을 채택하면서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웅진씽크빅, 대교, 교원, 한솔 등의 학습지와 독서논술 관련 북클럽(Book club)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서점의 경우, 북클럽 회원 가입시 도서 구입시 할인 및 마일리지 적립, 주차요금 할인, 각종 행사 사전 안내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미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국내 대형 서점은 1천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서점의 멤버십은 큰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 유통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출판사 자체적으로 북클럽 형태의 멤버십 서비스를 추진하는 곳도 증가하고 있다. 책과 굿즈(Goods), 이벤트를 연계한 출판사의 북클럽은 독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멤버십 모델이다. 2011년부터 시작한 민음사의 ‘민음 북클럽’은 연회비 3만3천원을 내면 민음사 도서와 각종 상품을 할인해서 구입할 수 있고, 민음사 패밀리 데이 행사 초대를 제공하는 등 누적 회원이 3만 명 정도로 충성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마음산책은 지난 1월 ‘마음산책 북클럽’이라는 독서 모임을 선보였다. 연회비는 5만원으로 3개월에 1권씩 총 4권의 신간을 보내주고, 저자와 편집자, 대표가 직접 나서는 오프라인 미팅도 진행한다. 지난 3월, 문학동네도 ‘북클럽문학동네’를 선보였다. 연회비 5만원을 내면 시즌에 맞춰 자사의 도서 5권을 보내주고, 독자들과의 만남도 주선하는 독서모임에 초대한다. 북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유명 저자가 지방에 찾아가는 북 콘서트도 개최한다.
주로 문학 출판사를 중심으로 북클럽 방식의 멤버십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이유는 감성 독자층이 많은 분야의 특성을 살리고, 지속적인 대화를 채널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로 이해된다. 특히,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책의 기획 의도와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의 친밀도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안정적인 독자 네트워크 구축으로 연결되고, 출판사의 제3의 자발적 마케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출판업계에 진입한 스타트업 회사의 멤버십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우선, 트레바리는 4개월 단위 시즌제(회비는 19~29만원)로 운영되는 독서모임이다. 멤버 간 투표로 책을 정해 읽고 한 달에 한번씩 토론 장소인 아지트에 모여서 책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 각 독서모임은 ‘클럽’이라고 부르는데 저마다 멤버들이 읽는 책의 주제가 다르다. 상당수의 모임은 사회적 명사들이 클럽장을 맡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밀리의 서재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로 월 9,900원으로 매달 10권 이상의 책을 볼 수 있다. 주요 베스트셀러부터 인문학, 자기계발서 등 2만여 권이 서비스 중이며, 유료 회원수는 1만 명이 넘는다. 퍼블리는 그동안 축적된 양질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월 21,900원을 내면 모든 콘텐츠(현재 88개)를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종료되어 지나간 콘텐츠를 읽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구가 많아서 만든 사례로 고객과의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보여준다.
성공 확률이 높은 출판업계의 멤버십 비즈니스 모델
멤버십 기반의 비즈니스를 갖추기 위해서는 콘텐츠 업계의 성공 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디오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는 넷플릭스(Netflix)와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는 스포티파이(Spotify)가 대표적이다. 우선, 넷플릭스는 월정액으로 무제한 시청이 가능한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로 급성장했다. 넷플릭스는 고객의 요구에 맞는 3가지의 스트리밍 멤버십(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있다. 선택하는 멤버십에 따라 동시에 스트리밍할 수 있는 디바이스의 수가 달라진다. 넷플릭스의 멤버들은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있으며, 회원 유지율이 90%에 달할 만큼 상당한 로열티를 갖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현재 세계적으로 1억5천7백만 명의 회원과 유료 사용자가 7천1백만 명에 이를만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 스포티파이의 멤버십은 유료와 무료 두 종류가 있는데, 프리미엄(Premium) 회원은 한 달에 9.99달러를 지불하고 광고 없이 고음질로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무료 회원은 이용 요금을 내지 않는 대신 노래 중간에 광고를 들어야 한다. 무료 멤버십을 써보는 이용자들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음악 추천 서비스 등에 매력을 느끼고 유료 멤버십을 구입하는 확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멤버십 비즈니스의 전략과 마케팅의 방점은 신규 멤버십 숫자를 늘리고, 재가입율을 높이는데 집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사업자들은 회원들이 성향에 맞춘 콘텐츠 소싱과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성패를 걸고 있다.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의 서비스 플랫폼과 멤버십에 텍스트 콘텐츠를 대입하면 비즈니스 사례 분석과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출판업계도 전자책과 오디오북 분야에서 멤버십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아마존의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와 오더블(Audible)이 대표적이다. 2014년부터 시작한 킨들 언리미티드는 월 회비 9.99달러를 내면 1백만 권의 전자책을 기간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오더블의 프리 멤버십 서비스는 월 14.95달러를 내면 18만 개 이상의 오디오북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면, 국내 출판업계에서 멤버십 비즈니스의 가능성은 어떠할까?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출판 시장은 성장 정체기에 있다. 종이책 시장의 감소를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디지털 콘텐츠가 상쇄시키는 수준은 아니다. 따라서, 제한된 시장을 두고 출판사와 서점 간의 내부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타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클럽으로 멤버십 비즈니스를 실행하고 있는 출판사에 비해 서점의 멤버십 정책과 커머스 전략의 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책의 발견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에 맞게 멤버십 고객만을 위한 큐레이션(Curation)을 고민하고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매일 쏟아지는 다양한 읽을거리에서 책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고 일대일 마케팅 차원에서 깊이 있는 큐레이션 역량을 멤버십에 적용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갖춰지는 역량을 활용해서 연령별 또는 관심사별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잡지나 신문과 같이 정기 구독료를 지불하면 나만의 제품을 선별해 주기적으로 배달해 주는 판매 모델이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의 대상은 특정한 상품군에 구매욕구가 있는 고객층이다. 고객은 나에게 최적화해서 선별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쇼핑에 대한 노력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판매자는 특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정적인 매출과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한 가지 사례로,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1,000권 이상의 인기 도서 및 잡지를 추가비용 없이 한번에 10권을 킨들 앱(App)을 통해 다운로드할 수 있는 ‘프라임 리딩(Prime readin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런칭한 ‘프라임 북 박스 키즈(Prime book box kids)’는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모델로 도서 전문 에디터가 연령대별로 종이책을 선별해서 보내준다. 유아에서 12세까지 총 4단계로 구분했고, 가격은 박스당 22.99달러다. 1개월부터 3개월 단위로 기간 설정이 가능하고, 구독 취소도 자유롭다. 박스당 하드커버 책 2권 또는 4권의 보드북(2세 이하)이 제공된다. 회원 입장에서 패킹된 종이책 가격을 합산해보면, 약 35%의 할인 혜택을 얻는다. 이미 스토리박스(The Story Box), 북쿠루(Bookroo) 등 키즈북(Kids book) 서브스크립션 커머스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강력한 경쟁 서비스를 이번에 아마존이 선보였다.
출판업계는 생산과 유통의 병행하는 사업자가 늘어나고 온·오프라인 채널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전략적인 멤버십 구축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와 함께 데이터 마케팅 활용에도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자발적으로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는 고객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는 기업 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출판업계는 다양한 분야와 언어로 콘텐츠가 제작되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형태로 유통되는 비즈니스 세계다. 전통적인 출판 생태계는 멤버십 기반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와 차별화된 커뮤니티를 통해 매력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수많은 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충성도를 높여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강한 촉매제가 될 것이다. 끝으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멤버십 비즈니스 기업들은 고객을 슈퍼 유저(Super user)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고 있다. 이제 상품을 판매하는 시대에서 ‘멤버십을 팔아야하는 시대’로 급변하고 있다.
_ 류영호 (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