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해외 출판계의 주요 동향과 시사점
올해 70회를 맞이한 2018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Frankfurter Buchmesse)가 막을 내렸다. 미국과 유럽 전역에 퍼져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세계 출판계의 분위기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영국의 카넬로(Canelo) 출판사의 CEO 마이클 바스카(Michael Bhaskar)는 불굴의 자신감과 이상한 불안감이 뒤섞인 것으로 느낌을 압축했다. 여러 현장 소식에서 하퍼콜린스 UK(HarperCollins UK)의 CEO 찰리 레드마인(Charlie Redmayne)의 이야기가 시선을 끌었다. 비즈니스 클럽 컨퍼런스 <더 마켓(The Markets)> 기조 연설에서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대단히 높은 성과를 낸 것도 아니다. 그래도, 종이책이 쇠퇴하는 추세를 잡은 것은 사실이다. 출판사의 당면 과제로 소매 채널의 도서 진열 공간 축소와 온라인 플랫폼으로부터의 지속적인 압력”이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강조했다.
- source : https://www.buchmesse.de/en
최근 출판 시장에서 종이책 판매 신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의 NPD 북스캔(BookScan)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까지 종이책 판매량은 전년대비 2% 성장했다. 성인 논픽션 부문은 4% 증가했는데, 밀리언셀러가 된 마이클 울프(Michael Wolff)의 《파이어앤퓨리(Fire and Fury)》와 밥 우드워드(Bob Woodward)의 《피어(Fear)》가 트럼프 대통령의 추문을 다룬 내용으로 높은 판매량을 나타냈다. 지난 15년 간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정치 서적 판매와 함께 요리책의 두 자릿수 성장으로 인해 논픽션 분야가 크게 증가했다. 성인 소설 판매량은 4% 감소했는데 종교 소설과 로맨스 소설의 하락이 원인이었다.
최근 오디오북(Audio book)이 해외 출판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미국출판사협회(AAP)에 따르면, 2017년 다운로드형 오디오북의 성장률은 약 30% 수준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하퍼콜린스, 사이먼앤슈스터(Simon & Schuster) 등 대형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오디오북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 출판사의 분기별 오디오북 성장률은 비종이책 매출에서 전자책을 넘어서고 있다. 오디오북의 성장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오디오북 이용자가 많아졌고, 아마존의 알렉사(Alexa)와 구글 어시스턴트(Assistant) 등 음성 지원이 되는 스마트 스피커의 빠른 보급이 중심에 있다. 그만큼 과거에 비해 오디오북 접근성이 훨씬 높아졌고, 오더블(Audible)과 스크리브드(Scribd) 등 대형 오디오북 플랫폼에서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모델을 출시하면서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이용 환경 제공도 포함된다.
전통적인 출판 기획과 제작 방식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작가가 POD(Publish On Demand) 플랫폼을 통해 진행하는 셀프 퍼블리싱(Self publishing) 출간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우커(Bowker)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이 부착된 셀프 퍼블리싱 도서가 처음으로 100만 종을 넘어섰다. 세부적으로 보면, 종이책은 전년대비 38% 증가한 88만여 종, 전자책은 13% 감소한 13만여 종으로 집계되었다. 보우커 기준으로 전자책의 ISBN 발행수는 3년 연속 감소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개인 작가들이 ASIN(Amazon Standard Identification Number)을 사용하는 아마존 KDP(Kindle Direct Publishing)로 많이 이동했는데, 아마존은 해당 출간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마존의 셀프 퍼블리싱 전자책 판매 종수 증가율을 감안하면, 전체 합산 숫자는 훨씬 더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 채널을 대표하는 서점계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독자들의 도서 구입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모바일 포함)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체인형 서점을 대표하는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은 심각한 매출 부진으로 회사를 매각할 준비에 있다. 다수의 관계자가 회사 인수에 관심을 드러냈고, 이사회 특별위원회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스앤노블은 2012년 70억 달러의 연매출을 기록한 이래, 지난해 37억 달러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10년간 반스앤노블은 150개 넘는 매장을 폐점하여 64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서점들이 사리지고 있는데, 인구 감소와 젊은 세대의 활자기피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의 서점수는 2017년 12,026개로 2000년 대비 40% 정도 급감했다. 영국의 경우, 최근 대형 서점인 워터스톤즈(Waterstones)가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포일스(Foyles)를 인수했다. 온라인 서점의 맹주인 아마존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몸집을 불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현재 미국 외 14개 국가에 진출한 아마존은 온라인 채널의 압도적인 우위를 기반으로 2015년부터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북스(Amazon books)를 오픈하고 있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책들은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고객들이 매긴 평점과 선주문량, 판매량, 굿리즈(Goodreads)에서 언급되는 비율, 내부 큐레이터의 평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선택되고 있다. 가능한 많은 책의 전면 표지가 보일 수 있도록 진열하는데, 이는 온라인 서점에서 보여지는 모든 도서 진열 방식과 동일하다. 책과 상품을 구입할 경우, 프라임(Prime) 회원 대상 특별 할인가 혜택을 통해서 기존 회원의 충성도를 높이고 신규 회원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확보되는 각종 데이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최상의 추천 시스템을 완성하는데 사용된다. 매장 내에 전자책 전용 디바이스 킨들(Kindle), 파이어 태블릿(Fire Tablet), 알렉사 기반의 에코(Echo) 등 자사의 디지털 상품을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운영한다. 옴니채널(Omni channel)의 성공 모델로 평가되는 아마존북스는 최근 19번째 매장을 열었고, 출점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 source : http://bitly.kr/WnWK
2010년대부터 해외 출판계에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이용한 각종 출판 마케팅과 커뮤니티 운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대다수의 출판사와 서점들이 각자의 소셜미디어 채널을 개설했고, 적극적으로 운영하면서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각종 출판 관련 행사를 오프라인에서만 하는 방식을 줄이고, 페이스북 라이브(Facebook Live)와 유튜브(YouTube) 실시간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무료로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고, 시/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인스타그램(Instagram), 핀터레스트(Pinterest), 트위터(Twitter)를 통해 책을 홍보하는 출판사와 작가의 모습은 평범한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펭귄랜덤하우스(Penguin Random House)의 페이스북 페이지의 팔로워(follower)는 95만여 명, 하퍼콜린스 US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1만여 명에 이를 만큼 독자와 직접 연결된 네트워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렇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출판 콘텐츠의 홍보 방식의 변화는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출판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은 기술 발전에 따른 편리한 디지털 소비방식과 감성을 중심에 둔 아날로그 소비방식이 병행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이제 출판계도 소비자 중심의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더욱 전념하고 투자해야할 시점이다. 전통적인 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되는 ‘북테크(Book tech)의 시대’가 열렸지만, 아직 규모의 경제를 이룰 정도는 아니다. 디지털화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종이책과 아날로그 문화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안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다양한 영상, 게임, 웹툰 등 뉴미디어 콘텐츠의 급성장 속에 출판 시장은 더욱 치열한 경쟁 상황에 있다. 이러한 콘텐츠 생산과 소비 시장에서 사람들이 ‘쓰고 읽는’ 활동 시간과 비중은 더 늘어나고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오랜 기간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라고 조언했다. 출판계에 대입해보면, 매체의 형태와 채널은 변하고 있지만 흥미롭고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쓰고 읽는 사람들의 활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출판계는 역량있는 저자와 열정있는 독자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파는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 오늘도 세계 출판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균형을 회복하고, 정치·경제·문화의 최전선을 지켜나가고 있다. 인류 사회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위해 쌓아온 출판의 힘은 그 자체가 매력적인 스토리(story)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출판문화>, 2018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