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5년 글로벌 출판산업 결산
2025년의 글로벌 출판산업은 겉으로는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산업 내부에서는 구조적 압력과 기술·정책 변화가 동시에 작동하며 방향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먼저 시장 규모 관점에서 보면, 미국 출판산업은 2024년 325억 달러(+4.1%, 약 43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2025년 1~9월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0.4%의 소폭 조정을 겪었다. 유럽은 2024년에 명목 매출(특정 시점의 당해 연도 시장 가격으로 계산된 매출액) 249억 유로(약 40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20년 누적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매출은 2007년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글로벌 시장은 매출 총액은 비교적 유지되었으나, 비용·물가 상승으로 실제 수익성은 악화되는 양면 구조를 드러냈다. 아울러 국가별 편차도 커져, 브라질처럼 2024년 도서 수출이 266% 증가한 신흥 시장이 있는 반면, 유럽 일부 국가는 인쇄·물류비 부담으로 수익성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포맷별 흐름에서는 오디오 콘텐츠의 독주가 가장 두드러졌다. 미국에서는 2024년 디지털 오디오 매출이 22.2% 증가하며 24억 달러(약 3.2조 원) 규모로 확대되었고, 영국은 오디오북 매출이 31% 증가해 2억 6,800만 파운드(약 4,500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Spotify가 오디오북 Recaps 기능을 도입해 중단한 오디오 콘텐츠를 짧은 요약으로 다시 연결해 주는 구조를 만들며, 오디오북의 ‘두 번째 읽기’ 시장을 열었다. 이에 비해 인쇄 도서는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며 여전히 매출의 중심축이지만, 성장보다는 고급 양장·한정판·컬러북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재정의가 두드러졌다. 전자책은 코로나 이후의 폭발적 성장세가 잦아들면서, 구독·도서관 대출·플랫폼 중심의 조용한 인프라 포맷으로 자리잡았다.
독자·장르 트렌드에서는 로맨판타지(romantasy)와 SF·판타지 장르의 폭발적 성장, 그리고 TikTok(BookTok) 기반의 판매 증폭 효과가 2025년에도 강력하게 이어졌다. 영국에서는 SF·판타지 판매가 전년 대비 41.3% 증가했으며(BookTok 영향), BookTok 전체로는 2024년 한 해만 전 세계 약 5,900만 권의 인쇄 도서 판매가 관련 콘텐츠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신간보다 백리스트(구간)의 재발견을 촉진하며, 출판사의 마케팅 구조를 알고리즘·팬덤 데이터 기반 구조로 이동시키는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한편 논픽션은 피로감이 나타나 감소 추세였으나, 요리·생활·취미·종교·영성 분야는 오히려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성경·영성 콘텐츠는 영국 기준 2019~2024년 매출이 87% 증가하는 등 확연한 계단형 상승 곡선을 나타냈다.
산업 구조 측면에서 보면, 2025년은 출판 workflows 전반에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통합된 첫 해라고 할 수 있다. Oliver Wyman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출판사들은 AI를 활용해 원고 요약, 번역 초안, 메타데이터 생성, 표지 시안 제작, 독자 분석 및 예측 마케팅 등 전 과정에서 효율을 크게 높이고 있으며, 2025년에는 이를 하나의 출판 제작 OS(operating system)처럼 내재화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동시에 아마존 KDP, Wattpad, Substack 등 D2C 기반 창작 플랫폼은 작가가 출판사 없이 글로벌 유통·커뮤니티·수익화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시장을 가속하며, 기존 출판–작가 관계의 역할 분담을 재구성하고 있다. Spotify 역시 오디오북을 음악·팟캐스트와 동일한 스트리밍 UX로 재구성하면서, 플랫폼 내부에서 책의 재발견·재청취를 유도하는 알고리즘 구조를 강화했다.
정책·규제에서는 저작권과 AI 학습권을 둘러싼 충돌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럽의회는 DSM Directive(2019) 기반의 TDM(Text and Data Mining) 예외 규정이 생성형 AI의 대규모 학습 환경에서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도화된 데이터 투명성·출처 공개·삭제 의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5년 9월 이탈리아가 유럽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법을 도입해 딥페이크·사기·아동 보호·저작권 투명성을 규정하면서, 교육·출판·미디어 산업 전반에서 AI 활용의 법적 책임성이 강화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2025년 12월 EU 집행위는 Google이 뉴스·출판 콘텐츠를 AI 학습에 활용하는 방식이 경쟁법·저작권을 위반했는지 조사에 착수하며, 출판사와 빅테크 간 갈등이 플랫폼 규제 프레임 안으로 진입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했다. Green Book Alliance(BISG·BIC·BookNet Canada)는 탄소 계산기, 공급망 체크리스트, 환경 데이터 표준 등 실무 도구를 2024~2025년 강화하며, 글로벌 출판 공급망에서 탄소 배출 정보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정비했다. 이는 향후 출판사가 인쇄·물류 파트너를 선정할 때 가격뿐 아니라 탄소 데이터 보고 능력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2. 2026년 글로벌 출판산업 전망
이러한 2025년의 흐름을 바탕으로 2026년 전망을 보면, 글로벌 출판산업은 저성장 속 구조 혁신이라는 기조 아래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향후 2025~2031년 글로벌 도서 시장이 연평균 1~5% 사이의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출판사가 단순한 신간 확대가 아니라 포맷·공급망·데이터·AI 기반 수익성 회복 전략을 중심에 둘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포맷 측면에서 오디오북과 디지털 오디오의 성장세는 2026년에도 이어질 것이며, Spotify·Audible·Storytel 등 플랫폼은 Recap, 하이라이트, 공유 기능 등 체류시간 증대형 기능을 강화할 것이다. 인쇄는 더 확고하게 ‘수집·굿즈·프리미엄 오브젝트’ 성격이 강화되며, 전자책·학술 플랫폼은 구독·접근권 모델 중심으로 이동한다.
AI와 워크플로 측면에서는 2026년은 AI 네이티브 편집 시스템의 보편화 시점이 될 것이다. 기획 단계에서 독자 데이터와 트렌드 분석을 통해 신규 IP 가치를 사전에 평가하고, 제작 단계에서는 요약·번역·메타데이터·표지 시안 등 반자동 프로세스를 기본 역량으로 삼게 된다. 마케팅에서는 BookTok·오디오·구독 플랫폼의 행동 로그를 활용해 작품별 예상 판매 경로를 사전에 모델링하는 예측형 기획·홍보 체계가 확산될 전망이다.
또한 2026년에는 플랫폼 기반 팬덤 데이터 경쟁이 심화되면서, 출판사는 TikTok·오디오 플랫폼·온라인 서점의 감정·반응·체류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백리스트 IP 재생산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동시에 AI·저작권 규제가 강화되면서, 출판사는 AI 학습권·데이터 마이닝 권한·요약 및 파생물 권리 등 신규 권리 항목을 포함한 계약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지속가능성·ESG 영역에서는 탄소 배출·용지 인증·물류 거리 데이터를 포함한 환경 데이터 보고 의무가 국제표준화될 가능성이 높아, 공급망 전반의 비용 구조와 전략 결정 방식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2025년 글로벌 출판산업은 표면적 성장과 내부적 압력, AI 기술의 기회와 규제의 긴장, 팬덤·데이터 기반 시장의 확장, 콘텐츠 포맷의 재정렬, 지속가능성 요구의 제도화가 서로 얽힌 과도기적 시기였다. 2026년 이후 출판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단순한 콘텐츠 제작이 아니라, 데이터·AI·포맷 전략·탄소 데이터·팬덤 구조를 통합 관리하는 운영 역량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 참고자료
- Association of American Publishers, AAP StatShot Annual Report 2024 및 2025년 9월 StatShot.
- Federation of European Publishers, European Book Market Statistics 2024, 2025.
- Oliver Wyman, How Generative AI Is Rewriting Publishing’s Playbook.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