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by 류진환

작은 가방 하나만 메고 떠나보자. 가방에는 수건 한 장과 양치도구 그리고 속옷 두어 벌. 주머니엔 얻어먹어야 할 만큼 궁색하지 않은 여비면 괜찮겠지. 편히 떠나려면 차를 몰고 가면 그만이겠지만, 속도감에 세상을 지나치게 될게다.

이왕 세상을 보려는데 약간의 고생은 되레 감사한 일. 무궁화 열차도 타고, 느릿느릿한 시골버스도 타자. 구불구불한 길이면 어떤가. 낭만이 없어도 괜찮다. 한번 쯤 나그네가 된다는 것이 낭만 아닌가. 가보면 가슴에 닿는 기쁨도 있고 아련한 슬픔도 있다.

홀로 떠나는 길에 슬픔 하나 쯤 넣고 가자. 떠나는 들뜬 마음만 갖는 건 왠지 미안하다. 그렇게 떠날 바에는 무에 홀로 가겠는가. 슬픔은 가슴에 담아도 좋고, 어깨에 메도 좋을 듯하다. 가다가 꺼내 보아도 괜찮다. 힘들면 넣고 그냥 가자. 혹 슬픔이 너무 크다면 가다가 버려도 상관없다. 너무 큰 슬픔에 어깨가 무겁고 가슴이 저리면, 좋은 세상을 다 보지 못 할 터다.

스쳐지나가는 자연과 세상을 잠시 붙잡아 사연도 들어보자. 흐르는 시간 속에 가만히 귀 기울이자. 다른 이의 세상사를 슬쩍 엿들을 수도 있고, 소곤거리는 자연의 말귀에 감탄할 수 있지 않겠는가.

좋은 일이 많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지. 없어도 그만이다. 홀로 가는 것이 기쁨이고, 슬픔이다.

혹 떠나기를 같이 하자는 이가 있다면 그렇게 하자. 거절할 이유는 없다. 홀로 가나 둘이 가나 마음 두기에 달렸다. 그를 이해한다면 행복할 것이고,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마음은 닮았을 것이다. 그러니 떠남을 같이 할 것이 아닌가.

그래 여행을 가자. 마음에 두고 있던 슬픔을 담고, 그렇게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