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에 추위를 이기는 방법

by 류진환

3월의 꽃샘추위. 모두가 추위를 느끼지만 사람마다 그 정도의 차이는 현격하다. 특히 나이 듦에서 오는 차이는 느껴보지 않으면 모른다.


난 추위를 별로 타지 않았다. 태어나 상당한 기간을 보낸 곳이 강원도의 산악지대라 더 그랬다. 겨울이면 영하 15도는 일상. 밤이면 내복을 입지 않았기에 바지가 살에 붙을 정도로 기온이 내려갔다. 아마도 희말라야의 초 겨울 날씨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곳에서 다져진 체질이다 보니 50이 넘어서도 추위에 다소 민감하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에 도시에 온 3월 말에서 4월 초. 동기들은 여전히 긴팔에 어떤 친구는 초겨울 옷을 여전히 입고 다녔다. 하지만 난 아침 저녁 기온이 내려갈때를 대비한 앏은 긴 팔 겉옷을 준비하곤 했지만,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어떤 친구는 ‘재가 어떻게 된 것 아닌가’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 보기 까지 했다. 더운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타인의 눈은 대수기 아니었다. 특히 여름더위는 국내 최고 수준인 이곳은 봄도 일찍 찾아 오고 짦다. 빠르면 양지 바른 곳은 3월 말에 벚꽃이 만개하고, 4월 중순이면 기온이 24~5도는 기본이다. 내가 자란 곳의 여름 날씨는 기본 28~9도. 그것도 이른 아침엔 15도 이하로 내려 가는 경우도 있다. 체질 상 적응하는 것이 쉬울 수 없었다.


살다 보면 적응도 된다. 30여 년을 중간에 타지역 근무와 해외 파견으로 이곳을 떠난 시간은 있지만, 이곳이 삶의 터전이었고 제2의 고향이다. 춥고 더운 날씨의 변덕이 심한 이곳의 기후를 겪으며 이 지역 사람이 됐다. 여전히 더위는 견디기 쉽지 않지만.

image.png 챗 GPT가 그린 추위를 이기는 젊은 사고 방식, 하하

그런데 이제 그런 견딤과 일상이 사치가 되어 간다. 나이 듦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다. 60을 넘어선 나이. 아침, 저녁으로 조금만 추워도 감기 걱정이 앞선다. 반 팔의 3월 외출, 참 꿈만 같다. 긴팔로도 추위를 느끼고, 3월의 중순인데 마스크를 하고 외출을 한다. 장갑도 낀다. 스스로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겨우내 입었던 외투를 벗어 던질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아마도 4월 초가 되면 외투 속 내지는 빼고 다니겠지만, 그 마저 벗어 던질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겨우내 내복을 입어야 하나 갈등도 있다. 내복은 아무리 추워도 여전히 답답해 못 입는다. 아랫도리에 느껴지는 찬 기운을 견디며 올해까지는 한 겨울을 보냈다. 하지만 내년에 자신이 없다.


60여 년의 생. 돌아보면 참 많은 일상과 함께 했고, 그 일상이 가족이고 동무였다. 그리고 추위 또한 잘 견딘 시간의 동반자 였다. 세월의 흐름에 어찌 할 수 없다. 지금은 그 시간이 추억이 되었고, 그것을 이겨내지 못해 아쉽다. 이제 몸으로 느끼는 추위는 그냥 둬야 한다. 대신 마음 속 추위는 떨쳐야 겠다. 살아 온 날들이 아쉬움, 외로움, 이루지 못함 등에 대한 후회, 이런 추위 말이다. 그리로 용기를 내야 겠다. 삶은 나이 듦의 바탕 속에 익어 가는 것이니 ….


이것이 나이 듦에 맞이하는 추위를 이기는 방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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