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앞의 나,날들.

by 류온

노을.

노을 지는 풍경을 좋아한다.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

그 위로 둥둥 떠가는 구름들.

매 순간 달라지는 경이로운 광경.


설렌다.

그저. 그 순간이 소중하다.


매일 찾아오는 노을이지만

같은 모양, 같은 하늘은 없다.


노을 앞에서 내 마음도

같은 적이 없다.

오늘 잘 살았단 안도.

하루가 가는 아쉬움.

빨리 왔으면 하는 재촉.

노을조차 보기 싫다던 외면.


매일이 다르지만.

노을은 어김없이 왔다.

기다리면, 오고야 마는.

찾아가면 언제든 볼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안심이 되고

불안이 없는,

안전지대 같은.


나는 노을 보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매일 다른 모습에 설레었고, 안도했다.


안도의 한숨을 깊고, 길게. 후~~~

그러곤 아무렇게나 앉아 멍하니.

붉어지는 노을이 내 얼굴을 물들였다가,

스르르... 안녕을 말할 때까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땅거미가 내려앉고 나서야

발걸음을 옮긴다.


태풍의 요동은 나를 거칠게 흔들어

어찌할 바를 모르게 하던 요동,

노을의 요동은 잔잔한 바다에 머무는 윤슬 같은 요동이었다.

따듯하고 포근하고,

내 존재를 알아봐 주는 듯한,

변화할 수 있다는 걸. 변화해야 한다는 걸.

변화는 두려움이 아니란 걸. 경이로운 아름다움이란 것을.

노을은 자신을 태워가며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매일 용기를 준 노을은,

내가 숨 고르며 편안하게 살아가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을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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