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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회전은 왜 전시회를 개최했을까?

덕후이자 마케터의 <주술회전> 전시 후기

by 수비


작년 11월 <주술회전 0 극장판> 재개봉에 맞춰 주술회전 전시회가 열렸다. 11월에 다녀온 전시 후기를 늦게나마 올려본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주술회전 카페에 가고 싶어서 오사카까지 갔던 사람이자 주술회전 팝업 가려고 연차까지 쓴 사람, 한 번 좋아하면 깊게 빠지는 '덕후'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다.


주술회전 애니메이션 시즌 2 방영이 끝나고 자연스레 주술회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긴 했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행사는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전시에 다녀왔다.





전시 분석

1) 전시회장으로 향하는 길

전시장으로 향하는 길, 캐릭터 등신대가 관람객을 반겨준다. 이때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별 거 아닐 수도 있는 등신대가 새로운/특별한 공간으로 가는 길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2) 전시회 입장

전시 입장 시, 티켓과 함께 랜덤 엽서를 준다. 관람객에게 익숙한 애니메이션/만화 속 그림이 아닌 애니메이션 원화 엽서를 준다. 나는 나의 최애 캐릭터가 그려진 엽서를 받았다. 같이 간 친구는 최애 캐릭터가 아닌 캐릭터의 엽서를 받아 조금 아쉬워하기도 했다. 엽서는 기분 좋은 시작을 유도하는 장치이면서 마지막 굿즈샵까지 이어지는 전략이었다. (굿즈샵 이야기는 후술 예정)


3) 전시장 내

- 전시에 입장하자마자 만날 수 있는 건 주인공 '이타도리'와 '스쿠나' 코스튬이다. 주술회전은 '스쿠나'라는 전설적인 주령(빌런)이 주인공 '이타도리' 몸에서 깨어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원작 팬들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세계관의 시작을 그대로 펼쳐 보여줬다. 처음 마주했을 때, 놀라긴 했지만 금새 적응하고 전시를 구경했다.


- 다음 섹션에서는 작중 최강자이자 가장 인기 많은 캐릭터인 '고죠‘와 그의 친구 '게토'의 교복 코스튬이 전시되어 있다. 두 사람은 시즌 2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같은 학교의 교복이지만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교복을 다르게 착용한다는 점이 덕후들 사이에서 많이 언급되는 포인트인데 그걸 노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실제 이 교복 사진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바이럴 된 이미지인 듯하다)


- 전시회장의 많은 비중이 애니메이션 원화로 채워져 있었다. 원화만 있는 섹션도 있었고, 원화 이어 붙여 움직이게 만든 영상과 애니메이션이 동시 송출되어 어떻게 원화가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되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는 섹션도 있었다. 애니메이션으로 볼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컷컷이 나눠진 원화를 보니 그림이 그려진 시점을 주의 깊게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ex 노리토시라는 캐릭터는 활을 주 무기로 쓰는 캐릭터인데, 노리토시가 당긴 활시위 끝에서 노리토시를 바라보는 시점이 '이런 장면이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참고로 원화는 촬영이 불가해서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다.


- 전시회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장치는 '캐릭터들의 소품'이다. 작중 캐릭터들이 지닌 각자의 특징적인 소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관람객들이 소품 앞에서 오랜 시간 머무는 걸 보고 이 오브제가 매력도가 높은 전시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소품은 소품만 전시하는 별도 섹션에 놓여 있는 게 아니라 전시 동선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한 번에 모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전시 후반에는 원화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전시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걸어갈 수 있게 만드는 유도 장치처럼 느껴졌다.

리카의 반지, 스쿠나의 손가락, 이누마키의 확성기


- 전시에서 힘을 줬다고 생각한 두 섹션은 다음과 같다.

ㄴ <주술회전 0 극장판> 유타와 게토의 전투신 섹션

해당 장면에서 나온 "무례하긴 순애야"라는 대사가 주술회전 역대 대사 중, 가장 바이럴이 많이 된 대사이지 않을까 싶다. 이 이유와 함께 <주술회전 0 극장판>개봉에 맞춰 오픈된 전시이기에 조닝에 큰 힘을 들인 것 같았다. 해당 조닝에서도 원화와 애니메이션이 동시 송출되었는데 사람들이 해당 영상을 구경하느라 정체가 좀 됐었다. 스크린 크기를 좀 더 키워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포인트다.


ㄴ 고죠의 무량공처 섹션

고죠 모형과 함께 영상으로 고죠의 영역전개(필살기라고 해야하나?)인 무량공처를 보여준 섹션이다. '세계관 최강자이자 인기 캐릭터이기에 이렇게 규모감 있게 꾸민 건가?' 생각이 들었던 곳이다. 영역전개 시작~끝까지 조명/화면 이펙트가 끊이지 않는데 이걸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으로 담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대기 시간이 꽤 길었던 곳이다.


- 전시회 마지막 부분에는 주술고전 교실을 모티브로 한 포토존이 있었다. 민망했지만 의자에 앉아서 한 컷 찍어보았다. 사실 포토존은 관람객에 추억을 남겨준다는 명목 하에 SNS상 바이럴을 목적으로 기획되는 곳이다. 이번 전시는 바이럴이 될 만한 소재(고죠/게토 교복이나 고죠 무량공처 등)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낮은 이곳 사진을 많이 올렸을까 싶다.


- 교실 포토존 옆에는 굿즈샵 & 출구가 있었다. 굿즈샵에서는 입장 시 받았던 엽서의 포스터 버전을 팔고 있었다. 입장할 때, 마음에 드는 원화를 받지 못한 사람은 여기서 원하는 캐릭터의 원화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낱장씩은 판매하지 않고 묶음으로만 판매해서 특정 캐릭터 구매를 희망한다면 전체를 구매해야 했다. 이외에도 더현대 팝업에서 팔았던 굿즈들도 팔고 있었다. 살짝 둘러보고 퇴장했다.



전시회가 영화 바이럴 / 흥행에 도움이 되었을까?

문득 전시회의 성과가 궁금해졌다. 영화 개봉 바이럴을 위해 오픈되었기에 소셜 내 버즈량 확대 및 예매 유도가 목적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찾아봤다.


하기 그래프는 24.03-25.03 기준, 네이버데이터랩 검색량 데이터이다. 해당 기간 중 가장 검색량이 높았던 날을 '100'으로 잡고 검색량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버즈량 비교를 위한 키워드로는 1) 주술회전, 2) 주술회전팝업, 3) 주술회전전시회, 4) 주술회전극장판(주술회전 0)을 선정했다.



주술회전 키워드는 전체 기간 높은 검색량을 유지했다. 가장 높은 검색량을 기록한 24년 9월은 주술회전이 완결된 날이다.

주술회전 팝업 키워드는 더현대 팝업이 진행된 24년 6월 피크를 찍었다. 11월 전시 오픈 때도 팝업이 개최되었으나 국내에서 개최된 두 번째 팝업이기도 하고, 규모도 작아서 그런지 6월만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주술회전 전시 키워드는 11월 전시 오픈에 맞춰 검색량이 발생하기 시작했지만 타 키워드에 비해 절대적인 검색량이 적었다. 확실히 라이트 유저보다는 헤비 유저를 타겟하는 행사이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11월 전시 오픈과 팝업 스토어 홍보가 동시 진행되었기에 버즈량이 분산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이후 ‘팝업 스토어‘ 열풍이 불며 팝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기 위해 키워드 분산을 감수했을 거라고 판단했다.


주술회전 극장판 키워드는 개봉 시점과 동시에 상승하는 모양새를 보였고 기사를 찾아보니 흥행도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보였다.


극장판 '주술회전 0', 재개봉하자마자 관객수 3만 2천...누적 70만 관객 목전

17일 기준 '극장판 주술회전 0'가 빠른 속도로 재개봉 관객 수 3만 2천 명을 돌파, 누적 관객 수 70만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개봉 당일 17.4%로 높은 좌석 판매율을 기록하며 전체 2위를, 개봉 주말인 지난 14일과 15일에는 각각 20.5%, 19.4%의 좌석판매율을 기록했다.
(중략)

출처 : MHN스포츠 / MHN Sports(https://www.mhnse.com/news/articleViewAmp.html?idxno=357440)


영화는 일반적으로 초기 입소문에 의해 흥행이 좌우된다. 따라서 개봉 전~개봉 주차에 최대한 인풋을 쏟아붓는다. 이번 영화는 재개봉이라 일반 개봉과 동일하게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관객수를 빠르게 모으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이후에는 N차 관람을 유도하기 위한 특별한 상영회 및 이벤트도 개최하여 흥행을 이어간 것으로 보였다.




주술회전 콜라보 카페나 팝업 스토어는 물건 판매가 주목적이라 볼 거리가 풍성하지 않았는데 이번 전시는 콘텐츠가 탄탄해서 좋았다.


전시 기간도 길게 가져가서 단기간만 운영되는 콜라보 카페나 팝업 스토어보다 복잡하지 않었던 것도 좋았다. 긴 운영 기간 덕분에 물건을 빨리 판매하고 끝내거나 영화만 홍보하고 끝내는 행사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팬을 위한 행사처럼 느껴졌다.


어떤 장르든 이런 팬 지향적인 이벤트나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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