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와인 마시러..칠레 와인공장에 왔어"

중남미일주 신혼여행 50일

by 류안 RYUAN

와인 마시러 칠레에 왔다고 하면 거짓말 이겠지만 칠레에 온김에 내가 너무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러 칠레의 유명한 와인공장 투어를 신청했다. 이곳은 정말 신세계. 포도 농장도 있고, 와인 저장실에 수많은 와인 오크통들이 줄지어 있다. 보통 와인공장이라고 하면 오크통에 보관하는 와인이 상상되는데, 실제로 가서 보니 더 신기하고 굉장했다. 오크(oak 참나무속)는 단순히 와인 저장만을 위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와인을 제조할 때 아주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며 다양한 색과 맛, 탄닌 함량을 지니고 있다. 포도주가 숙성되는 과정에서 발효조의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스테인리스 발효조에 칩의 형태로 첨가가 되기도 한다. 또한 포도주 증발방지와 산소차단 역할을 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IMG_3102.jpg 와인공장 입구에 익스테리어용으로 비치된 오크통들

1883년 산티아고의 유지였던 돈 멜초르 경이 남쪽 마이포 밸리 유역에 설립한 비냐콘차이토로 농장은 그 역사와 규모 면에서 단연 칠레를 대표하는 와인 생산지다. 칠레를 방문하는 전세계 여행자들이 투어로도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하다.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Casillero del Diablo)는 ‘악마의 와인 창고’라는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하다. '콘 차이 토로' 와이너리를 창업한 부부는 창고에서 와인이 자꾸 없어져서 저장고에 악마가 산다는 소문을 퍼뜨렸다고 한다. 그 이후에 와인도둑이 사라졌다고하는데, 결국 몰래 훔쳐먹을 정도로 너무 맛있는 와인이라는 이미지를 스토리텔링한 브랜드이다. 디아블로는 특히 한국인이 사랑하는 와인으로도 유명한데 2011년 이후로 350만병이 팔렸다고 한다. 가성비가 좋은데 맛도 있어서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을 받은 것 같다. 나도 이 와인을 무지 좋아했는데, 실제로 칠레에 가서 디아블로 와인을 직접 먹어보니 신기하게도 한국에서 먹었던 맛보다 훨씬 더 깊고 풍부한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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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본격적인 투어를 하기 이전에 일찍 도착하여 레스토랑같은 곳의 테라스에 앉아 간단한 안주와 와인한잔을 해보기로 했다. 와인 오크통은 훌륭한 인테리어 용품으로 간지나는 아이템으로 느껴졌다. 쏟아지는 예쁜 햇살, 테라스에 앉아 여유롭게 대낮에 와인을 커피한잔처럼 마시는 사람들, 시원시원한 나무와 은은한 음악들이 나를 온전히 이곳으로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 곳에 있다는 느낌 자체가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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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남편은 원래 와인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날 와인이 너무 맛있다고 이런 맛에 먹는거냐고 하면서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어느새 만취해서 볼빨간 관광객이 되어있었다. 모든 게 완벽했다. 내부를 구경해 보면 다양한 와인들과 와인 관련된 용품들이 디피되어 있었다. 나도모르게 눈이 홀라당 뒤집어져서 끝나고 사야겠다고 킵해두며 구경을 슬슬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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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콘차이토로 설립자인 돈 멜초르의 여름 별장이라고 한다. 정원에서 와인을 시음해 보고, 품종의 밭에서 포도밭 구경도 해볼 수 있는데 투어해주시는 분이 영어로 열심히 설명을 해 주신다. 투어신청은 현장에 가서 와이너리 입구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이곳은 아주 평화롭고 한적했다. 평수가 어마어마 하다고 들었는데, 눈으로 보니 정말 어마무시 했다. 나는 그저 와인을 맛보고 와인 공장에서 구경이나 하려고 온 것이었는데, 덤으로 정원까지 만끽하면서 와인을 즐길 수 있었고, 전혀 다른 세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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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 또 시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음을 게속하니 나도 취기가 올랐다. 정말 최고의 투어다. 다양한 최고의 와인을 산지에서 직접 마시다니,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하니 홀짝홀짝 마실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시음을 많이 할 줄 알았으면 도착하자마자 레스토랑에서 와인한병 먹지 말 걸 그랬다. 참을 수 없는 중독성이 있으며 그 깊은 맛에 매료되어 자꾸만 손이 갔다. 점점 와인에 대한 영어설명은 귀에 잘 안들어오고 그냥 맛보기에 충실했던 것 같다. 이 곳에서 이렇게 마음껏 좋은 와인들을 마셔보니, 이곳 와이너리의 전통과 역사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고, 전 세계 다양한 와인들이 가격을 떠나서 종합예술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콘차이토로가 소유한 밭은 약 1만 헥타르(약 3000만평)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소유하지 않고, 농가와 계약을 맺어 포도를 사들이는 밭의 규모도 이 정도 된다고 하는 것을 보면 엄청난 규모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와이너리가 맞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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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와인창고와 진짜 바삐 움직이는 공장은 다른곳에 더 많이 있는 것 같고, 왠지 이곳은 관광객들을 위해 따로 마련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고, 다시한번 칠레를 방문하게 된다면 또 오고싶은 곳이다. 내가 커피와 홍차, 와인을 사랑하는 이유가 그 깊은 향이 코로 숨쉴 때 천천히 음미하면서 나오는 느낌 때문이였던 것 같다. 어떤 제품을 구매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 생산지와 역사를 음미하며 마신다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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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175.JPG 여행중 다른 여행지에서 마시려고 와인두병을 사서 신난 모습, 무거운 와인 들고다니느라 고생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