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99학번인 내가 지난 회사 생활을 회상하면서 쓴 글이다.
난 나름 명문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평범한 공대생이었다. 큰 꿈은 없었다. 공대 졸업하면 취직은 어느 정도 잘되기 때문에 적당한 회사에 취업해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었다. 그 당시는 석사 3학기 중이었다. 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학문적 욕심이 있어서는 아니다. 군대는 가기 싫은데 석사 졸업 시 업체에 취직하면 대체 복무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석사 진학을 결심했던 것이다.
교수님은 박사 진학을 말씀하셨지만 나는 박사 진학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박사 중인 선배들을 보면서 그 길로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당시 박사 선배들은 학문 연구보다는 보통 게임 연구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사 과정은 비전이 없다고 그 당시에 느꼈었다.(지금도 열일 중이신 대부분의 박사 과정님들 죄송합니다.) 그래서 박사 진학 대신 취직해서 군대도 안 가고 취업도 성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로 했다. 다행히 3학기에 지원이 가능한 회사가 한 군데 있었다.
4학기에 회사에 지원하면 최악의 경우 낙방하여 군대에 끌려갈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미리 지원하자는 생각이었다. 지원 후 인적성 검사 시험 및 회사 면접을 거쳤다. 회사 면접은 무슨 정신으로 봤는지 모르겠다. 단지 그때는 돈 없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면접하고 받은 몇만 원에 행복했던 것 같다. 천운이 통했던 것일까. 회사에 합격했다. 회사라는 데는 처음 합격했기 때문에 더욱 감격스러웠다. 당시 우리 가정은 형편이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감옥에 계셨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가 IMF 사태의 희생양으로 감옥에 계시다고 생각했다. 감옥에 계신 아버지께 합격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서 더욱 기뻤다. 지금 아내인 그 당시 애인에게도 합격 소식을 기쁘게 알렸다. 이제 앞날이 술술 풀리겠지. 하지만 회사 입사는 또 다른 도전과 고난의 시작임을 그 당시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커버 사진: © noblematt,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