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이라고 하면 담양의 죽녹원이나 울산의 십리대숲길이 먼저 떠오른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진주에도 들러볼 만한 대숲길이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가좌산의 대나무숲길이다. 등산 초보도 오르기 쉬운 완만한 경사의 가좌산은 청풍길, 고사리숲길, 편백림, 맨발 황톳길 등의 산책 코스로 이어진다. 가좌산 입구와 멀지 않은 대나무숲길을 평일에 호젓이 걷고 있노라면 속세와 동떨어진 다른 세상에 불시착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세상사에 시달리던 마음의 번잡함도 고요하게 가라앉고 음풍농월하는 선비가 된다. 어디선가 고운 새소리가 들려오고 시원하게 쭉쭉 뻗은 대나무 사이를 바람이라도 불어 살랑살랑 흔들면 마음은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사람이 많은 주말이라면 쉽게 느낄 수 없는 고요와 여유로움이다.
가좌산 대숲길과는 달리 도로변에 있어 차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밤에 더욱 아름다운 대숲길이 있다. 진주교를 건너 남가람공원의 대숲길이다.
작은 공원이지만 대나무숲의 운치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 공원의 장점은 건너편에 있는 촉석루를 전망하기에 좋은 위치라는 점이다. 촉석루와 의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다. 대숲길도 걷고 남강 위의 촉석루도 조망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밤에는 대나무 위로 반딧불이를 연상케 하는 조명이 켜진다. 이런 인공적인 조명을 좋아하지 않는 옛날 사람이지만, 캄캄한 대숲길은 좀 무섭기 때문에 은은한 불빛이 있는 것이 반갑기도 하다.
남가람공원에서 10-15분 걸으면 또 다른 대숲길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남가람별빛길이다. 더운 여름밤에 찾으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남가람별빛길에도 은은한 반딧불이 조명이 켜진다. 실제로 반딧불이를 한 번도 보지 못한 도시인의 마음을 달래주는 대숲길.
팍팍한 세상사에 지치고 한숨만 나올 때 나를 비우며 '맑고 고요하고 한가로이' 거닐고 싶은 길이다.
나의 힘듦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대나무숲 속에서 혼자 속으로 크게 외치면 속이 후련해질 것 같지 않은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으아아아~~##**%☆₩&₩※¿$###"
(지난주에 나를 힘들게 했던 누구누구야, 너 그렇게 살지 마라 말이야!!)
아비규환 속얘기를 실컷 쏘아대도 대나무는 푸르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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