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이후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그동안 내가 참 무심했지?
바쁘다고 무심히 지나치다가, 아니 솔직히 외면하고 싶었던 모습을 찬찬히 뜯어보니 세월의 직격탄을 맞은 너의 모습에 참 서글퍼졌어. 눈밑 자글자글한 주름과 푹 꺼진 눈꺼풀, 입가의 숨길 수 없는 팔자주름과 꼭 다문 처진 입. 옷으로도 감춰지지 않는 뱃살과 탄력 없는 피부.
한 때는 눈을 마주치면 잘 웃었던 너의 표정이 깊은 우울과 시름에 잠긴 듯이 인상마저 달라진 것 같았어.
구부정한 등과 가끔 절뚝이며 걷는 걸음걸이가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였지.
앞으로 운명이 너를 어디로 데려갈지 몰라도, 남은 여생 즐겁고 행복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굳은 믿음이 얼굴에 쓰여있는 것만 같았어.
오늘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쓰게 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야.
너는 항상 너 자신이 많이 부족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고 자신감이 없었지.
한창 젊은 시절, 되는 일이 없었을 때 참 못났다고 구박하던 너의 어머니가 생각 나.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니. 그런데도 너는 아직도 부모님께 꾸중을 듣고 있는 아이 같아.
끝없이 너 자신을 몰아대며 움츠러들어.
누구나 단점은 있는 거야. 많은 사람들에게 새해의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처럼 인생 계획도 초지일관 뜻대로 성취할 수 없는 거야. 그렇다고 해서 게으르고 나약하다며, 맨날 핑계만 대고 뒤로 미룬다고 너 자신을 지나치게 비난하지는 말았으면 해.
뒤늦게 공부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적성에 맞지 않다고 고민하면서도 열심히 해 온 네가 참 대견해. 일하면서 부모의 도움 없이도 아이 둘을 낳고 키웠고, 남편 때문에 속이 많이 상했을 텐데도 잘 버텨온 게 어디야.
네가 계획한 대로 집도 미니멀하게 정리하고 책도 많이 읽고 매일 글도 열심히 쓰고 건강을 위해 매일 운동하는 그런 삶을 살기란 말처럼 쉽지 않아.
네가 꿈꿨던 것처럼 행복한 가정을 일구지 못했다 해도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지금으로도 충분히 감사하지 않아?
자꾸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욕심을 채우려고 자신을 들들 볶으며 살 필요가 어디 있니.
너무 애쓰지 말고 지금처럼 조금씩 노력하며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
그냥 지나치게 스스로를 비난하며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말고 조금 더 단순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성실하게 일하고 아이와 고양이 돌보며 힘들 땐 술 한 잔 하고 영화 보면서 훌훌 털어버리고, 죄책감 가지지 말고 좋아하는 여행도 짬짬이 다니면서 살았으면 해.
좀 외로우면 어때? 조금 힘들면 어때?
그것도 잠깐이고 언젠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을 때가 오고 여행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을 때가 올 거야.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너만의 길을 걸어 가.
쉬고 싶으면 게으름도 피우고 화가 나면 소리도 질러. 안 그러면 병난다?
그리고 두 팔을 벌려 너를 꼭 안아줘.
오늘도 참 수고했다 말해 줘.
글을 쓰고 싶으면서도 심적 부담감에 쓰지 못했고, 글쓰기 숙제에 밀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쓰지 못했습니다.
연재의 덫에 걸려 좌초되고 그렇다고 해서 글벗들과 약속한 숙제를 열심히 쓰지도 못했군요.
이제 그만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진정 쓰고 싶을 때 쓰자고 다짐해 봅니다.
자기비판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자고 나에게 쓰는 편지를 공개적으로 써보았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마음은 소녀인데 거울 속 제 모습은 참 초라하게 늙었네요. 한 때 동안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이제 외면이 빛을 발하는 게 아니라 내면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토닥토닥 스스로를 위로하며 오늘도 나만의 길을 걸어갑니다.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 모두 파이팅, 브라보!
* 덧: 브런치 제목에 사진을 넣으면 제목이 사라지는 오류, 저만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