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의 끝을 잡고
한때 유행했던 가요 중 '이 밤의 끝을 잡고'라는 노래를 기억하시는지? 솔리드가 R &B 창법으로 애절하고도 감미롭게 불렀던 이 노래가 일요일 밤이 되면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 주말의 끝을 잡고 고무밴드처럼 쫙쫙 늘리고 싶은 마음이다. '이 밤을 다시 한번'이라는 조하문 씨의 노래도 있었다. 원 노래 가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처절하게 붙잡고 싶고 다시 한번 주말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은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다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월요병 같은 건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며 월요일도 씩씩하게 출근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끼리끼리 모이는 법이라 그런 건지 내 주위엔 단연코 없는 유형의 인간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월요일은 힘들고 주말은 가만히 있어도 행복한, 동병상련을 겪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동지애가 생긴다.
우리가 아무리 비탄에 젖어 'She's gone.'을 포효하듯 부르며 주말이 가버린 심정을 연인과의 이별에 견주더라도 지나간 주말은 돌아오지 않는다. 정확히 5일 후에야 싱긋 웃으며 마주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왜 일요일 밤만 되면 늘 생각의 되돌이표를 그리고 있는 것일까. 막상 출근하고 나면 의외로 뚝딱 하루가 지나고 생각보다 괜찮았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을 서두르는데 말이다.
토요일 여유롭게 흥청망청 물 쓰듯 보냈던 시간이 일요일 저녁이 되면 금으로 둔갑한다. 시간이 아까워 잠자리에 들기가 싫다. 글을 쓰던지 뭔가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해야 될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 건강을 생각해서 다이어트한답시고 삶은 계란, 요거트볼과 토마토주스로 저녁을 때운 것이 실수였나.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보충해야지. 달달한 믹스커피와 냉동실에서 팥떡을 하나 꺼내서 데웠다. 월요일을 앞에 두고 이 정도쯤이야. 술을 안 마신 게 어딘가.
내가 뭘 먹으면 항상 식탁을 염탐하는 우리 집 냥이님이 잽싸게 올라와 킁킁댄다. 집사 없는 냥님 둘만의 월요일도 힘들겠구나 싶어서 안쓰럽네. 쓰담쓰담 후 낚시놀이 조금 해주고 나니 슬슬 눈꺼풀이 감기려고 한다. 이래서 생산적이고 가치창조적인 일은 언제 하냐고요. 그래도 글의 수준과 관계없이 오랜만에 브런치 글 2편 썼으니 오늘은 대략 만족이다.
나와 비슷하게 일요일 밤 12시가 가까운 시간에 씻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둘째의 소리는 대충 넘어가기로 하자. 학생이고 직장인이고 고양이고간에 모두 월요일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