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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구이로 Mar 27. 2024

의과대학에 입학하면 어떤 일들이 기다리는가 (1)

의과대학 입학 후 6년, 그리고 +a 의 시간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의과대학에 입학하면 어떤 일들이 기다리는가 (1) 

: 의예과부터 해부학까지 



요새 엄청난 의과대학 열풍이 불고 있다. 2024년 윤석열 정부의 필수 의료 패키지를 포함한 의대 증원 정책은 이러한 열풍에 더 바람을 넣는 것 같다. (이 글은 어떠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지 않고, 정보 전달을 위하여 작성하는 글임을 밝힌다.) 많은 학생들은 의과대학 진학에만 신경을 쓰고, 진학 후 상황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의과대학 진학 후 과정은 어떨까?


의과대학은 총 6년의 교육 과정을 가지고 있다. 2년의 의예과 생활, 4년의 의학과 생활이다. 의예과는 예비의 예자 (豫) 를 사용하는, 의학 교육의 예비 교육을 배우는 과정이며, 의학과는 의학 자체를 심도있게 공부하는 4년의 과정이다. 따라서 의과대학은 졸업까지 총 6년의 시간이 걸리는, 일반 대학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긴 교육 기간을 가지고 있다. 의과대학 6년을 보내고 졸업한다면, 의학사 학위를 받는다. 의학사는 국내 기준 학사와 같은 등급의 학위이며, 해외 기준으로는 정확히 같은 의미와 수준을 가지는 학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국가에서 학사와 같은 학위 수준으로 여기며, 일부에서는 학사 이상의 학위로 취급하기도 한다. (해외에서도 Master degree 등으로 표현하지 않고 ‘Euhaksa’와 같은 표기를 하기도 한다)


2년의 의예과 생활은 의학 교육보다는 일반적인 대학 교육 과정을 공부하는 시기이다.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타과생들이 듣는 일반적인 교양 강의, 생명과학, 화학 등 의학 공부에 필요한 기초 과학 강의,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강의, 논문 작성 강의 등 다양하고 다채로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일부 의과대학은 타과와 같이 자유롭게 수강 신청을 하여, 모든 과목을 청강할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고, 그 외 의과대학은 의과대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강의를 한정지어 일부 교양만 들을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따라서 의예과는 의과대학 학생들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짧은 시간으로 여겨진다. 의학 교육과 비교하였을 때 공부 강도가 높지 않고, 성적이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2년의 의예과 생활 동안, 의학 과정은 공부하지 않고, 교양과 기초를 공부했다. 하지만 최근 의학과의 시간이 부족하고, 더 자세한 교육을 위하여 의예과를 1.5년으로 취급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의예과 1학년, 그리고 2학년 1학기 까지는 의예과 학생처럼 일반 과학과 교양을 공부하다가도, 의예과 2학년 2학기부터는 기초 의학을 교육하는 학교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이러한 학교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예과 2학년 2학기부터 기초 의학을 공부한다면, 해부학, 면역학, 의학 용어, 약리학, 미생물학 등의 과목을 공부하게 된다. 해부학을 공부하기 이전 정규 교육 과목 혹은 자습 과목으로 골학이라는 과목도 존재한다. 


골학은 뼈 골 자를 사용해서 온 몸의 뼈를 공부하는 학문으로, 팔 다리 뼈부터, 몸통과 골반 아래 있는 뼈, 목과 그 위에 있는 뼈까지 모두 하나하나 외우는 과목으로, 의학과 입문, 의학 공부 입문으로 여겨진다. 정규 교육 과목에 있는 경우 해부학 이전 짧게 끝내기도 하고, 정규 교육 과정이 아닌 경우 한 학년 위 선배들이 1대1로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한다. 이 과정은 후배들에게 은근한 압박과 응원으로, 선배들 입장에서는 의학도가 되는 것을 축하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때 의예과의 편안한 생활과 다른 강도의 압박이 찾아오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의과대학에 온 것을 처음으로 고민하거나 회의감을 가지기도 하는 시기이다. 


골학 이후는 해부학을 공부한다. 의과대학 공부의 꽃이며, 엄청난 양을 자랑하는 과목이다. 해부학은 모든 의과대학에서 빼놓지 않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목으로, 교과서와 학습 자료를 통해 공부하는 시간과, 실제 카데바를 보며 실습하는 시간이 따로 존재한다. 교과서는 팔 다리의 해부학, 몸통과 골반의 해부학, 목과 머리의 해부학으로 나뉘어 설명하고 있으며, 해부 구조마다 존재하는 뼈, 대근육, 소근육, 신경, 관절, 해부학적 특징, 임상적 특징 등을 모두 공부해야 한다. 최근에는 임상적 특징이나 질환과 연계하여 해부학을 공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정형외과적 지식이나 임상적 상황이 많이 적용된다. 


해부학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하여 이해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암기를 해야한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해부학적 구조물을 영어 혹은 한국어, 혹은 둘 다 외워야 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엄청난 암기량이 요구된다. 이렇게 암기한 정보들을 같이 정리하여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고득점이 가능하다. (혹은 이해하지 않고 모든 사항을 하나 하나 암기할 수도 있다.) 


해부학에서 골학 이후 두번째로, 의과대학의 잔인함을 느낄 수 있으며, 일부 학생들은 공부를 하는 중 울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해부학은 학생 수준에서 모두 외울 수 있는 학문이 아니다. Gray 해부학 교과서만 해도, 천 장에 달하는데, 1000장을 모두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수님들도 학생들의 상황을 알고 있고 임상적으로 중요한 구조물을 먼저 가르치고, 이를 중점적으로 이해하도록 교육한다. 하지만 의과대학에 진학한 많은 학생들에게, 내용을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로 시험에 임하는 것은 새로우면서도,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으로 다가온다. 이들은 지금까지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였고, 그 비결은 모르는 것 없이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과대학부터는 매우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는 그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이다. 

그레이 해부학 교과서 (직접 촬영, 1000장을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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