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지는 순간들

by 전우 호떡

승진과 해외 근무라는 두 가지 선택의 기회를 얻는 갈림길 앞에 섰을 때, 내 마음은 한 곳에 머물지 못했다.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오래 맴돌았고, 그동안 선배와 동료들의 음성이 잔잔하게 곁을 채웠다. 오래 함께 걸어오며 쌓아온 신뢰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와 내 안의 어둠을 천천히 거두어냈다. 그렇게 나는 결국 낯선 땅을 향해 나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마음 한편이 묘하게 떨렸지만, 그 떨림이야말로 앞으로 걸어가라는 조용한 신호처럼 느껴졌다.

선택이란 늘 설렘과 두려움이 뒤엉켜 흐르는 강물 같다. 한쪽을 잡는 순간 다른 쪽이 손끝에서 빠져나가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흔들린다. 실력이 모자라진 않을까, 아직 준비가 덜 된 건 아닐까, 혹은 예상치 못한 일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리지는 않을까—이런 생각들이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인생은 때때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숨을 내쉬고, 우리는 그 바람에 흔들리며 걸어간다.

원하는 것을 손에 쥐면 안도하게 되지만, 때로는 빈손으로 남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잃음은 언제나 깊은 감정을 남긴다. 왜 닿지 못했는지 되짚으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 속에서 마음속 무언가가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 가라앉음 끝에서 비로소 배움이 떠오르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새겨진다. 아프고 사무치지만, 결국은 삶에 도움이 되는 소중한 순간이다.

오랫동안 바라보던 물건을 사기로 결심한 날, 뜻밖의 기회 앞에서 마음이 급해졌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조급함이 나를 잡아끌었고,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손에 남은 것은 쓸모없는 물건과 씁쓸한 허무함뿐이었다. 잃어버린 비용보다 더 아쉬웠던 건, 한순간의 욕심에 휘둘린 나 자신이었다. 그 생각이 마음을 깊게 찔렀다.

잠시 후회가 가슴을 눌렀지만, 오래 머무르진 않았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다시 세웠다. 좋은 일들이 이어지며 들뜬 탓에 분별을 잃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러나 어지러워진 마음을 다잡고 나니, 삶에는 공짜가 없고 모든 결과는 내가 쏟은 만큼만 돌아온다는 당연한 진리가 다시금 떠올랐다. 이번 잃음은 나를 움츠리게 했지만 동시에 단단하게 만들었고, 어쩌면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위험을 미리 막아준 경고였는지도 모른다.

지난 실수들은 교훈으로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두되, 오래 곪게 하지는 않으려 한다. 죄책감이 나를 잠식하지 않도록, 나를 지키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건강하게 숨 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흐트러진 숨을 고르며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감정의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천천히 발을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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