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달리기를 쉬고 맞이한 금요일 오후였다. 잠깐 멈췄을 뿐인데, 하루의 끝자락에 이르자 몸 어딘가에서 다시 호흡을 고르려는 기척이 일었다. 바람이 스치는 저녁을 지나며 나는 자연스레 오늘의 장면들을 더듬어 보았다.
점심 무렵, 친한 벗을 만났다. 한 잔의 차를 앞에 두고 근황을 나누었다. 그는 젊은 시절 같은 길을 걸었던 학우이자 전우였지만, 깊이 있는 대화를 오래 나눠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작년 말 내가 자리를 옮겨 같은 건물에서 일하게 되면서 자주 마주쳐 인사를 건넸고, 그 짧은 인사들이 쌓이며 어느새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벗이 되었다. 생각의 무게가 깊고 진중해,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 자리에서 곧은 시선으로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돌이켜보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스쳐 지나가는 인사와 잠깐의 대화가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관계의 결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지속성은 이렇게 조용한 반복 속에서 힘을 얻는다.
평소 의지하며 조언을 구하는 이 친구에게 최근 쓴 글들을 묶어 선물했다.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레 자식의 이야기로 옮겨갔고, 그에게 아들이 있다는 말을 듣자 ‘달리기’를 주제로 쓴 글을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졌다. 한창 수련 중인 아이에게 작은 북돋움이 되길 바라며 글의 맨 앞에 짧은 덕담을 적었다.
친구는 그 글을 천천히 넘기며, 내가 아들에게 남긴 덕담을 소리 내어 읽고는 잠시 말없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것이 참 귀한 선물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글쓰기는 좋아서, 하고 싶은 마음을 좇아 이어가는 소중한 취미이다. 그러나 그 취미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은 결국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느낀 작은 울림, 그리고 그 감사의 눈빛이다.
글쓰기와 더불어 지속성을 갖는 또 하나의 취미는 달리기다. 처음에는 해야만 해서 달렸고, 달리다 보니 재미를 느껴 계속 달리게 되었다. 왜 멈추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면, 시작과 끝에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집을 나설 때 건네는 “잘 다녀와요”라는 인사, 돌아왔을 때 “괜찮아요?” 하고 건네는 가족의 안부가 늘 달리기의 뒤편을 지켜주었다. 가족의 응원과 지지가 있었기에 나는 오늘도 멈추지 않고 달린다.
글쓰기가 생각의 잔상을 잇는 조용한 흐름이라면, 달리기는 작은 걸음들의 누적 끝에 그려지는 긴 여정이다. 개인의 취향을 넘어 가족과 이웃의 마음과 함께 흘러가며, 다시 쓰고 다시 달리게 하는 지속성의 동력을 얻는다.
누군가에게 닿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 그리고 그 마음이 실제로 되돌아올 때 느끼는 감사함. 멈추는 날이 있더라도 다시 첫걸음을 내디디면 곧 이어지는 흐름, 금세 흐름을 복원하는 어떤 힘. 그 힘이야말로 오늘의 나를 지탱하는 지속성이다. 이 지속성을 위해 나는 다시 달리기할 채비를 서두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