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일과 휴식의 경계에 선다. 빠르게 흘러간 한 주의 속도를 내려놓자 비로소 나에게 되돌아오는 시간이 찾아온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궤적을 되짚어보니, 계절이 깊어지듯 시간도 어느새 저만치 흘러가 있었다. 겨울 초입의 11월, 세월은 점점 더 가팔라진 속도로 내려가는 듯했다.
출장과 교육, 그리고 연일 이어진 사무. 지난 한 주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달리지 못했다. 운동할 기회는 있었지만, 탁구의 가벼운 즐거움으로 달리기를 대신하고 나니 몸 어딘가가 헐거운 기척을 남겼다. 오늘만큼은 반드시 달리겠다고 마음먹고, 낮부터 부지런히 걸으며 몸을 덥혔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반바지와 반팔로 달릴 수 있는 계절이었다. 퇴근길 공기를 가늠해 보니 오늘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했으나, 운동복을 챙기는 순간 아내의 시선이 내 머뭇거림을 붙잡았다. 결국 긴 옷을 고른 것은 기온이 아니라, 내 몸을 먼저 생각하는 아내의 걱정이었다. 나는 체온보다 먼저 아내의 마음을 따랐다.
밖으로 나서자 찬 공기가 얼굴을 파고들었다. 일주일의 공백은 금세 몸의 언어로 드러났다. 무디어진 칼날처럼 호흡은 둔했고, 다리는 땅을 무겁게 끌었다. 그러나 한 걸음씩 리듬을 되찾자, 그동안 갈고닦은 몸은 다시 내 안의 속도를 기억해 냈다. 저녁 하늘은 서서히 어둠으로 접혀가고, 가로수 아래 노란 잎은 소리 없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는 순간, 나는 가속 페달을 밟듯 속도를 올렸다. 나를 다시 세우기 위한 가속이었다.
반환점을 돌아 활주로에 섰을 때, 사방은 텅 빈 공간 속 한 점의 고독처럼 나를 두었다. 1킬로미터의 수평선이 시야 끝까지 펼쳐진 곳에서, 나는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달렸다. 멀리 도심의 불빛은 조용히 나를 반기고, 양옆의 산세는 호흡을 맞추듯 묵묵히 곁을 지켰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나는 나를 둘러싼 모든 것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
흥이 올라 속도를 조금 더 냈다. 집이 가까워지자 마지막 한 바퀴를 천천히 돌며 숨을 골랐다. 돌아보니, 아내의 손길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오늘 몸을 잃은 채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활주로를 달리며 깨닫는다. 꾸준함이란 매일 달리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일임을. 그리고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것은 결국 서로를 보듬어주는 사랑이라는 것을!
집에 돌아와 팔굽혀펴기를 하다 바닥에 떨어진 땀방울 서너 개가 또렷이 번졌다. 그 몇 방울이 오늘의 나를 조용히 증명했다. 한 주 동안 내가 잃고 있던 것은 속도가 아니라 중심이었다. 나보다 먼저 나를 살피는 마음, 찬 바람보다 먼저 도착해 있던 목소리. 나는 혼자 달린다고 생각했지만, 내 호흡과 함께 박자를 맞춰주는 사랑이 언제나 같은 속도로 내 옆을 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