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뉘앙스를 배우다

by 전우 호떡

영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원에 입교했다. 원어민 선생님이 있었고,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해하려 애쓰다 보니 머리를 많이 써서인지 금세 피곤해졌다. 이틀쯤 지나자 신경을 너무 쓴 탓인지 두통까지 생겼다. 영어를 국어로, 다시 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사이에서 뇌는 쉴 틈 없이 오갔고,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함께 배우는 학우들은 수업을 이해하고 웃기도 했지만, 나는 그 웃음에 함께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리라 믿으며,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사흘쯤 지나자 조금은 적응되는 듯했지만, 수업이 끝난 뒤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은 마음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업 중에 남은 답답함과 피로가 겹쳐 몸을 움직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조용히 숙제를 하는 쪽을 택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 역시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 학우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닷새째 되던 날, 원어민 선생님과의 인터뷰가 있었다. 구술시험이었다. 선생님은 세 가지 질문을 했고, 내가 답변을 마치자 두 가지 피드백을 주셨다.


첫 번째는 ‘OK’라는 표현에 관한 것이었다. 질문을 받았을 때 ‘OK’라고 말하면 그 의미가 긍정적으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씀이었다. 질문을 이해했다는 뜻이라면 “Yes, I got it.”이나 “That’s right.” 같은 표현이 더 자연스럽다고 알려주셨다. 물론 ‘OK’가 어울리는 상황도 있으니, 맥락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이셨다.


두 번째는 뜻밖의 칭찬이었다. 내가 말하는 과정에서 틀린 표현을 스스로 고쳐 말하려는 태도가 좋다는 것이었다. 충분히 생각하지 못해 처음에는 서툴게 말하더라도, 다시 생각해 스스로 바로잡으려는 모습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하셨다.


말이란 참으로 어렵다.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무심코 건넨 ‘OK’ 한마디가 상대에게는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나 역시 그동안 ‘이해했다’는 뜻으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 왔지만, 곰곰이 돌아보니 어딘가 어색한 표현이었다. 선생님이 알려주시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그 사실을 오래도록 모르고 지냈을지도 모른다. 혼자서는 쉽게 깨닫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우리의 말을 들으려고 애쓰셨다. 문장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단어만 이어가도, 그 단어들을 조합해 우리가 전하려는 뜻을 이해하려 노력하셨다. 그 덕분에 대화는 끊기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다가가려는 노력과 함께, 나 자신 또한 다가올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두어야 한다. 선생님을 통해 나는 말하기 전에 먼저 듣는 일, 그리고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배웠다.

말은 단순히 뜻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다. 같은 단어라도 언제,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상황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그 미묘한 뉘앙스 속에서 말은 살아 움직인다. 단어 하나에도 사람의 태도가 스며든다.


결국 말의 뉘앙스를 이해하는 일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영어를 배우는 시간 속에서 나는 언어를 넘어, 사람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그 배움의 시작에,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신 선생님이 있었음에 깊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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