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갯길에서

by 전우 호떡

청명한 하늘, 포근히 스며드는 기운 속에

나에 관해 들었다

말끝의 잔향이 번잡한 상념을 불러내고

실의는 겹겹이 쌓여 나를 짓누른다

머릿속을 비우고 싶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고갯길을 오른다

발밑의 작은 돌들이 흩어지듯

감정의 파편들이 흔들린다

소용돌이 같은 의심 속에서

불확실한 가정들을 흩뿌리며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갈림길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른다

응축된 심연과 내면의 팽창이 맞서는 순간,

나는 반응하지 않는다

스쳐가는 시간과 바람에

조용히 나를 맡긴다

오르막의 한가운데,

먼발치 하늘과 숲은 고요히 나를 지켜보고

대지와 바람은 묵묵히 내 그림자를 받쳐준다

나는 고즈넉이 알게 된다

붙잡아온 감정은 본래 내 것이 아님을,

내려놓아야 함을

나는 더 이상 저울질하지 않는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숲은 바람에 젖는다

그 단순한 고요 속에서

나는 나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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