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오면서

by 전우 호떡

지금까지

달려왔다

처음엔

툭툭 힘을 털어내며

가벼이 달렸다

바람이 스치고

햇살이 등을 밀어도

나만의 속도로

달렸다

인생은 가끔,

시작부터 전력을

요구했다

숨 고를 틈도 없이

달려야 할 때가

있었다

넘기 어려운 벽 앞에서

힘을 다 써버리지 않으려

애썼다

가급적

아껴두려 했다

한 번에 소진하기보다

비축하려 했고,

고만고만한 힘으로

간신히

이겨냈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힘에 부쳐

근근이 허덕이다

여유를 만들지

못했다

처음이 어렵더라도

조금 더

힘을 쏟아냈더라면

더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힘을 다 써버렸더라면,

어쩌면

또 다른 힘으로

채워졌을 텐데

더 크고

많은 힘이

생겼을 텐데

그래도

달리기는

계속되니까

내 안의 고요를

지키기 위해

나는

나의 속도로

다시

출발선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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