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날에도 안 되는 날에도 70%만 하자
그저 묵묵히 시간을 들여 거리를 뛰어간다.
빨리 달리고 싶다고 느껴지면 나름대로 스피드도 올리지만,
설령 속도를 올린다고 해도 그 달리는 시간을 짧게 해서
몸이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 내일까지 유지되도록 힘쓴다.
장편소설을 쓰고 있을 때와 똑같은 요령이다.
더 쓸만하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펜을 놓는다.
그렇게 하면 다음 날 집필을 시작할 때 편해진다.
어니스트 허밍웨이도 아마 비슷한 이야기를 썼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계속하는 것-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요즘 나는 그 '리듬'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떤 날은 그림 한 점 그리지 못하고 머리만 싸매고 있고,
또 어떤 날은 놀랍게도 그림이 술술 그려진다.
그림이 잘 그려지면 좋은 것 아닌가?
하지만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그림에 몰입하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사실을.
한 번 몰입하면 큰 피로가 찾아와 긴 휴식이 필요하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라면 꽤나 쓸쓸한 일이겠지만.)
그 긴 휴식은 나에겐 달콤하기는커녕
해야 할 일을 잘 진행시키지 못하게 만든다고 느낀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린다든지,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든지 하면
규칙이 깨지기 때문에 철저하게 지키려고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가 남긴 말이 떠올랐다.
글이 잘 써질 때에도 멈춘다는 이야기를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정한 리듬과 규칙은 성실함을 낳는다.
그리고 그 성실함은 결과를 낳는다.
몰입이라는 과도한 변칙은 되려 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반대로 그림 한 톨 그리지 못하며 집중이 안 되는 날들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나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도리어 해야 하는 일들에서 아예 회피하기까지 했다.
내 작업패턴이 엉망인 것 같았다.
그렇게 괴로워하고 있을 때 애인이 말했다.
70%만 해도 돼.
잘 되는 날에도, 안 되는 날에도,
그날 할 수 있는 만큼에서 70%만 하라는 것이다.
이는 하루하루의 리듬을 천천히 쌓아갈 수 있다고.
이 조언이 꽤나 마음에 남았다.
오랫동안 그렇게 달려 나가면
언젠가 하루키처럼 자신의 능률을 다룰 수 있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는
무작정 오래 앉아있는 것을 미덕처럼 여긴다.
능률을 위해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너무 옥죄지도 너무 퍼지지도 않게
적절한 휴식을 잘 취하는 자세가
진짜 성실함을 이어가는 데 꼭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무언가를 하는데 능률이 나지 않고 헤맨다면,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선에서 70%를 목표로 삼아보면 어떨까?
잠시 삐끗하기도 하고 오래 달리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자.
작가의 말.
하루키는 새벽부터 글을 쓰고 오후엔 운동과 다른 업무를 보며
저녁에 퇴근하고 나서는 여가를 보내며 쉰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