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느끼는 내 안의 이야기

by 류하 스텔라

가장 익숙한 것 안에선 안도감이 있다.

하지만 낯선 것을 만나면, 익숙함에 숨겨졌던 내 마음이 비로소 드러난다. 나는 그걸, 왼손으로 느꼈다.

집안일과 요리, 가족의 일상을 돌보는 것은 오랜 세월 내게 너무도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주부로서의 일들은 익숙했고, 그 안에서 나는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늘 잘하고 익숙한 일만 반복하는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가장 못하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그림 그리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생각만 해도 막막하고 어색한 그것. 바로 그림이었다.

처음엔 아크릴화를 배웠다. 형체는 어색하고, 색은 마음처럼 표현되지 않았다.

붓을 들고 물감을 짜는 손이 낯설었고, 캔버스를 마주하는 마음은 마치 무언가를 훔쳐보는 듯 조심스러웠다. 그러다 조금씩 여행 스케치와 드로잉으로 옮겨왔다.

여전히 잘하지는 못한다. 가끔은 나도 내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 싶을 때가 있다.

‘나는 정말 그림엔 소질이 없구나’ 싶은 날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그리고 있다.


그림을 배우는 이 감각은 마치 왼손으로 글씨를 써보는 것과 같다.

익숙한 오른손이 아닌, 낯설고 어색한 손으로 삐뚤삐뚤 천천히 선을 긋는 기분. 그림 한 장을 완성할 때마다 나는 그 낯섦 속에 숨어있던 내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설레며,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냈다는 조용한 환희.


나는 이제 60대를 살고 있다. 건강한 몸, 비교적 또렷한 정신,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이라는 여유.

그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이제는 단순히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생각한다. 이 긴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흘러가지 않고, 내가 나를 확장시키며 살 수는 없을까.


드로잉은 내게 그런 의미다. 가장 못하는 것을, 가장 낯선 것을, 두렵지만 용기 내어해 보는 연습.

젊었을 때도 두려움은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낯선 것은 겁이 난다.

하지만 이제는 겁이 나도 해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아직도 나는 잘 그리지 못한다. 하지만 그 못 그리는 선들 속에서 내 감정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살아 숨 쉰다. 나는 아직도 느끼는 중이다. 왼손으로, 느리게, 그리고 더 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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