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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호우 Sep 03. 2018

고양이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잘못 태어났다.


이런 말을 하는 건, 확신이 들어서다.
단순히 고양이가 하루종일 비생산적이고 이기적인
삶으로 시간을 탕진하는 것이 부러워서가 아니다.
나의 천성, 성격, 특기, 외모 등 모든 부분을 고려했을 때도 난 역시 고양이가 되었어야 했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을 후회하거나
살아온 삶, 살아갈 삶을 후회,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나 자체로, 나처럼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분명히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처럼, 삶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성공적인 삶은 아니었으나, 즐거운 삶이었다.
끝날 때까진 끝난게 아니니, 난 악착같이 즐겁고
행복하게, 다소 진부하더라도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거다.

그래도 그렇지,
고양이로 태어났으면 더 잘 살았을거다.
그게 내 적성이니까.
친한데 안 친한 듯, 고마워하지 않는 듯 하면서도
선물용 쥐를 잡으러 뛰어다니는 성질머리니까.
시킬 땐 안 하면서, 안 시킬 땐 알아서 하는 습성이라, 청개구리라 불리지만 – 실제 청개구리는 안 그렇다. – 그건 고양이에 더 가까운 습성이니까.
그게 나니까, 나는 고양이어야했다.

울엄닌 고양이를 싫어하신다.
눈이 무섭다고.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다고.
잘못된 미신과 겁많은 과거 한국사회의 풍토에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너무 싫어하면 반드시 마주하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도 감정인지라, 그 마음이 크면 그 대상을 부른다.
우리 엄니는 고양이가 무서워, 고양이 아들을 낳으신게다.
그러니 여러분, 함부로 미워하고 싫어하지 맙시다.
그러면 더욱 당신 곁에 도사리고 있을테니. 후후.
#뚠뚠이고양이 #웃자 #귀여흥 #내년엔키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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