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제이 드마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부의 추월차선>은 한마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하루빨리 만들어 놓으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일을 하지 않을 때에도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드마코는 그것이 부의 추월차선을 타는 것이라고 말한다.
약 370페이지 정도 되는 결코 짧지 않은 길이의 글을 통해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서행 차선은 인생을 단지 "평범하게" 사는 것이며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현대판 노예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인도를 걷는 사람들은 능력 대비 과한 소비생활의 반복으로 인해 가난을 면치 못하는 사람들이 된다. 그러면서 생각의 관점을 바꾸고 위험성을 감수할 때 우리는 비로소 부의 추월차선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저자의 주장에 어느 정도까지는 동의하지만 일부분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었다. 드마코의 말은 실행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가 제시한 모든 계명과 부에 대한 접근방식을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개개인의 능력치와 자본금의 차이, 정치적 규제와 거시경제적 상황, 급변하는 환경 속에 직면한 개개인이 모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지칭되는 자본적 시스템을 구축해낼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인풋 대비 아웃풋이 100% 정비례하여 발휘될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개인적 상황과 조건 하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이상적인 이야기.
그러나 전반적으로 인상 깊은 구절이 몇 가지 있었다.
"부는 물질적인 소유물이나 돈, 또는 물건이 아니라 3F로 이루어진다 : 가족(Family), 신체(Fitness), 자유(Freedom). 3F가 충족될 때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p64
저자는 부의 범위를 넓혀 해석하는 듯싶다. 인상 깊은 구절임에는 확실했다. 돈이란 무엇일까 라는 개념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던 나에게는 말이다. 진정한 가치는 돈에서 나올 때 보다 주변인들로부터 나올 때가 더 많다. 건강한 신체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기반이 되며 자유는 인생에서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더 높은 수준의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니까. 진정한 부를 이루는 3F에 대해 본문에서 더 많은 내용이 다루어졌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평범하다는 것은 현대판 노예라는 뜻." p 70
나 역시 친구들이 직장생활에 대해 물어보면 흔히 하는 말이다. "노예일 뿐이지 뭐."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민을 끌어내기 위한 농담일 뿐, 나는 내가 가진 사회적 위치를 노예라고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자고로 노예란 역사적으로 인격체가 아닌 물건으로 치부되어왔다. 기업체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내 인격체가 사라지고 하나의 물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본인이 그렇게 해석하면 그렇게 되겠지만.. 나는 현대판 노예라기보다는 직장인은 받는 보수만큼의 시간을 들여 회사의 일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기업의 성과가 그대로 나의 이익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기에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그만큼의 일을 하는 사람. 그것이 자본주의 속에서 직장인이 가진 '이상적인' 포지션이지 않을까. 물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퇴근조차 제시간에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내가 말한 포지션은 유니콘처럼 보이지 않는 상념에 그치겠지만.
"추마와 아주르에 대한 우화 : 서행 차선에서는 당신이 직접 돌을 들어 올린다면, 추월차선에서는 당신 대신 돈을 들어 올릴 시스템을 구축한다." p150
결국 몸빵 하지 말고 스마트하게 돈 열매를 만드는 나무를 심으라는 말. 부의 추월차선이 결국 사업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는 게 조금은 허무했다. 현실 속 사업의 결과는 둘. 인생의 낙오자가 되거나 대성하거나. 하지만 지금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그만한 리스크를 지고 싶은 사람의 수는 소수다. 다시 말해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추마와 아주르는 파라오의 뒤를 이을 조카들이 아니었나? 자본금 주머니를 가진 금수저란 말이다.
"당신의 사업체가 속한 산업에 따라 평균 산업 승수가 결정되고, 그 수치가 곧 당신의 부 증식 비율이 된다. 승수가 3이라면, 부 증식 비율은 300%다. " p169
최근 코로나 사태를 보며 더 와닿는 구절이었다. 3개월 전 여행, 항공사를 개업하기로 한 사업자라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내 법인이 속한 산업은 부의 흥망성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고로 어떤 산업에 귀속된 일을 시작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직장에 다니는 것이 사업을 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사실을 믿어라." p216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말이다. 직장에 다니는 것이 더 큰 부를 축적할 기회를 잃는 것으로 본다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말이 된다. 기회를 잃는 것 역시 리스크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이 생활하기에 만족할 만한 보수가 주기적으로 따박따박 들어오는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본다면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안정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아무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과 일종의 수련이라고 본다면 사실 돈도 벌고 커리어 경험도 쌓는 일석이조의 시간이 된다.
인상적인 책이었다. 세 개의 차선에 인생을 비유한 것이 재밌었다.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들과 견해가 있었고 사업을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책의 본질로 파고든다면 결국 부의 추월차선을 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계명을 충족하는 사업체를 시작하라는 말이었다. 너무 책에 대해 기대가 높았을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추월차선을 타려면 위험성을 감수하고 비교적 많은 인풋을 단기간에 넣으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큰 그림을 심어주기엔 좋은 책이었지만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탈 구체적인 지도를 찾는 건 결국 독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