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도 덥지도 않은 선선한 가을바람에
맥없이 떨어지는 은행나뭇잎
나뭇잎은 어느새
겨울을 맞이하는 가을비가 되어 내리고
이차선의 폭이 좁은 도로
그 끝 횡단보도, 빨간 신호등
멍하니 서서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히니
들리지 않던 은행나무비 떨어지는 소리
우수수수수
감은 눈 끝으로 아롱아롱 퍼져오는
따사로운 햇살 한 줄기
숨을 크게 들이쉬고
주위를 돌아보는 내 눈에는
세상을 뒤엎을 정도로 노랗게 변해가는 도시,
길
지나가는 차와 사람은
흑백사진 속 명암에 가려진 존재처럼
이 넓은 하늘아래
이 거대한 땅 위에
쓸쓸히 홀로 선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