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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 Ing Feb 17. 2024

240216 목숨 다섯 개 남은 사람

근데 저만 치트키 써서 목숨 늘릴 수 없을까요?

지난 이야기

- 첫 기술 인터뷰 이후 오지 않는 답변에 망한 건가... 1 콤보

- 고대하던 A사 리크루터 콜에서 조금 바뀐 레퍼토리에 당황해 제대로 말을 못 하고 메일로 구구절절 보내다... 2 콤보

- 기다림뿐인 주말 어게인... 3 콤보




월요일엔 T 회사와 리크루터 콜이 있었다. 이번 리크루터 콜은 조금 드라이한 편이었다. 내 소개를 하고, 얘기를 해주고, 내가 질문을 이어가던 중 리크루터로부터 이 팀이 글로벌하게 일하는 팀이고, 일본팀 하고도 협력을 많이 하는데~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때다 싶어 내 숨겨진 장기인 일본어 실력을 자랑했다. "나 N사 있을 때 일본 팀이랑 직접 일본어로 협력하고, (번역 봇과 함께 일했지만) 나 실생활 일본어 실력도 수준급이야!" 이 말을 들은 리크루터의 말투가 갑자기 바뀌었다. 그전 까지는 주어진 일을 하는 바쁜 스케줄에 치인 직장인이었다면... 그 말을 들은 직후엔 나에게 엄청난 관심이 있는 스카우터로 바뀌었달까. 그 통과가 끝나고 나와 비자 상황을 체크한 이후 T사와 면접이 잡혔다. 아, 내가 즉흥적으로 이렇게도 어필할 수 있구나 싶어 뿌듯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일본드라마로 쌓은 일본어 실력이 도움 되는 날도 있다니 새삼스럽기도 했다.


그날 오후, 기다리던 A사와의 리크루터 콜 결과가 나왔다. 갑자기 리크루터로부터 NDA (무슨 비밀 서약서 같은 거인 듯) 서명하라는 메일이 오더니 잠시 후 하나의 메일이 더 왔다. Technical interview를 보자는 연락이었다! 우와 진짜 이게 되네? 내가 어필한 게 정말 먹힌 건가? 정말 기쁜 마음에 혼자서 펄쩍펄쩍 뛰었다. 내가 한만큼 돌아오는구나 싶어 괜히 눈물도 났다. 이렇게 하나하나 나도 적응해 가는구나.


화요일엔 F사와의 리크루터 콜이 있었다. 15분짜리 스케줄이라 가볍게 끝날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더 리크루터는 나에게 뭘 물어보지 않았다. 통화를 시작하자마자 익숙한 '최근 커리어'에 대한 질문을 하고, 준비한 대답을 하고, 리크루터는 바로 다음엔 어떤 스텝이 있는지, 어떤 팀인지 설명했다. 거의 봇이랑 얘기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 이런 패턴은 처음인데... 싶어 하며 내 질문 시간으로 넘어갔다. 사실 이 질문도 내가 "그럼 내가 질문해도 돼?" 하고 물어봐 시작하게 되었었다. 어떤 질문에 대해선 리크루터가 "그건 나중에 hiring manager 인터뷰에서 물어봐"라고 하기도 해서 뭐랄까, 좀 내가 그 기운에 눌려버렸다. 빨리 통화를 끊고 싶어 하는 기운 말이다. 리크루터는 그럼 hiring manager랑 얘기하고 알려줄게, 하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15분을 겨우 채웠다. 하, 이거 내가 좀 더 어필했어야 했나... 싶으면서도 내가 나름 준비한 건 말하기도 해서 정말 잘 모르겠다. 결과가 잘 나오길 기다려봐야지. 근데 금요일까지 연락이 안 오는 건 그른 건가?


그리고 화요일 오후, 이 지역 개발자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집을 또 오랜만에 나섰다. 카페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메일이 하나 왔다. 지난 수요일 기술면접을 본 회사에서 온 메일이었다. 어라, 인터뷰에 통과해서 온사이트 인터뷰에 초대한다네? 엥? 떨어진 거 아니었나? 거의 일주일을 채워 도착한 결과에 사실 처음엔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와 일주일을 마음고생시키고 이제야 붙었다고 한다고? 


같이 있던 친구의 왜 안 좋아하냐고, 벌써 눈이 높아져서 기쁘지 않냐는 농담에 "아니 기쁘긴 한데..."라고 답했다. 기쁘지만 괜히 얄미웠달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슬슬 실감이 났다. 그래 오늘은 기분이니 혼자서 치폴레나 사다 먹어야겠다! 맥주도 하나 까? 아냐 내일 인터뷰 있으니 참자. 집에 도착해 치폴레를 먹으며 이메일을 다시 봤다. 와 이거 됐다고?? 일단 마음을 진정시키고 리크루터에게 감사 메시지와 함께 혹시 인터뷰 피드백을 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내 가능한 날짜를 보냈다. 다음 주에 technical phone interview들이 있으니 그거 보면서 감 올리고 그다음 주에 온사이트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에 본 스타트업과의 기술면접은 탈락했다.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부족했지? 아쉬운 일이지만 올해 단 한 명을 뽑는 포지션이라고 하니 이해도 한다. 그래도 뭐가 부족했고, 뭘 더 잘 하면 됐을지 궁금한 마음에 피드백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오늘까지 답변이 없으니 답변을 안 해주려나보다. 그냥 마음속으로 기술적인 이유 말고 다른 이유에서 그랬을거라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수요일 인터뷰 준비를 하는데 온사이트 면접 일정이 도착했다. 다다음주 화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45분까지. 무려 5 세션에 점심시간 한 시간을 준다. ㅎㅎ 집에서 하는 virtual onsite이라서 다행이라 해야 하나. 참고로 5개의 세션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쭉 붙어있다. 하하 거의 수능 시간표인가? 이제 진짜 완벽히 실감이 난다. 나 이 onsite 붙으면 취업인가? 마지막 관문인가?! 게다가 이 포지션은 프런트엔드 포지션이라 leetcode 스타일 문제는 하나 보고, 2-3 세션은 web 개발 관련된 세션이다. 솔직히 실전은 내가 자신이 있지!


벌써 취업한 듯한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 한국계(?) 회사와의 인터뷰를 봤다. Hiring manager와 하는 스크리닝 인터뷰라 긴장이 되면서도 알고리즘 테스트가 아니라 좀 마음이 편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겸사겸사 behavior question도 조금 준비해 봤는데, 이거이거 기술면접과 또 다른 카오스이다. 오늘의 인터뷰어는 한국분이라 좀 더 편하게 한국어로 인터뷰를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한국어로 인터뷰를 보니 속이 다 시원했다. 모국어로 하면 이렇게나 더 편하게 나를 어필할 수 있는데, 영어로 봤던 인터뷰와 비교해 보니 설명할 수 있는 수준과, 위기 대처 능력이 차원이 달랐다. 새삼 내가 그동안 어떤 싸움을 하고 있었는지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교환학생 때 5개월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만 살았던 내가 외국어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니 참 어디든 들어가기만 해도 대박이다.


인터뷰를 보는 중간에는 '만약 다음 스텝에 간다면~'의 뉘앙스로 얘기해 주다, 제일 마지막엔 '다음 인터뷰 잘 보시라'라고 얘기해 주는 것을 듣고, 아 이거 통과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준비한 질문들을 좋아해 주시는 눈치였는데, 앞으로도 질문을 잘 준비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하 이게 한국말이면 이렇게 비교적 물어보기도 쉬운데...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파이널 라운드를 진행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파이널 인터뷰로 가게 되면 회사 리크루터와 전화로 이야기 나눌 일이 잦아진다. 인터뷰 항목은 어떻게 되는지, 회사의 보상은 어떤지 전화를 걸어 알려주는데 사실 나 같은 외국인에겐 전화가 더 불편하긴 하다. 얼굴을 보면 입모양이나 표정 같은 추가 정보가 있는데 온리 목소리뿐이니 말이다. 마치 엄청 빠른 듣기 평가를 하는 기분이다. 그래도 인터뷰 과정 중이니 더욱 편한 마음으로 못 알아 들었다고 얘기하고 더블체크를 할 수는 있어서 다행이다. 하 왠지 리크루터 콜에서는 못 알아들었다고 하기가 쉽지 않다. 영어를 못하는 내가 멍청해 보일까 봐? - 그래도 이 습관은 점점 나아지고는 있다.


수요일 인터뷰를 끝내고 오랜만에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휴식도 잠시, 다음날인 목요일부터 나는 알고리즘인터뷰 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Leetcode 프리미엄을 결제하고, 가장 가까운 인터뷰인 T사 기출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다음 주는 technical phone interview의 연속이다. 지금부터 리트코드 마스터가 되기로 결심한다. 인터뷰를 보는 것처럼 문제를 읽고, 주석으로 방법과 예외 케이스를 설명하고, 말로 설명하며 코드를 짠다. 가끔 에너지가 떨어질 땐 좀 풀다가 솔루션도 본다. 그렇게 어제는 문제 5개를 풀었다.


그리고 mock interview도 했다. 알고리즘 문제와 함께 behavior question도 두 개 던져주셨는데, 이거 어떻게 하지? ㅎㅎ... 도저히 짧고 굵게 말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기술적으로 어려웠던걸 답변하는데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공감받았으면 하는 생각에 설명이 길어진다. '봐봐 진짜 힘들었겠지? 이렇고 저렇고 저랬다? 에휴...' 하면 안 되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첫 behavior question이 있는 다다음주 화요일 온사이트 면접 전 주말부터는 알고리즘 문제 풀이보단 behavior question 답변만 준비해야겠다. 그래 일단 다음 주 기술면접부터 좀 잘 봐야 behavior를 보든 말든 할거 아니냐.


아직 진행 중인 회사가 5개나 있지만 새로이 프로세스를 시작하게 된 회사가 없게 된 지 일주일쯤 넘었다. 마음속으로 '하  코인이 다섯 개만 남은 게 아니라 계속 추가됐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온사이트를 한 5개쯤 봐야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ㅎㅎ. 지금 남은 게 다 떨어지고 나면 어떻게 하지? 뭐 이런 생각도 한다. 일단 지금 있는 것들에 집중을 하고, 그다음에 생각하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사람인 걸 어쩌나. 3월에는 정말 뭐라도 결정 났으면 좋겠다. 그럼 이 산골을 벗어나 뉴욕이든 샌프란이든 놀러 가서 도시 구경도 좀 하고, 여러 사람들이랑 커피챗도 할 텐데. 어디 연락 안 오나...


라고 생각한 글을 쓰고 있던 바로 지금, 새로운 연락이 왔다! 리크루터 콜을 하자고 말이다! 우와, 목숨 하나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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