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란 무엇인가. 우리는 영혼을 가진 것일까.
도시 외곽. 산비탈의 검은 표범
지난여름. 집으로 가는 기차는 빠른 속도로 산비탈을 지나고 있었어. 차창 밖. 음산할 정도로 싱그러운 풀이 무성한 그곳. 마치 숲의 유적지 같았지. 인간의 발자국이 점령한 곳. 덩굴과 들풀은 여름철 잠깐이라도 고대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듯 성급히 아스팔트 지면을 덮어놨어. 나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처절하게 포장된 정글을 보았어. 그리고 검은 형체를 보았지.
곧 기차는 터널로 들어갔어. 암흑 속에서 떠올랐지. 도시 외곽. 진녹색 산비탈의 검은 표범을. 그는 도심을 바라보고 있어. 어디에서 이곳까지 왔을까. 정처없이 길을 헤매다 낯선 곳에 묶인 것처럼 숲이 낯선 듯 해. 그는 동물원에서 도망친 맹수야. 그것 말고는 없었지. 지금 세상에서, 숲은 그와 어울리지 않는 곳이야. 그는 인간의 품에서. 인간의 음식을 먹고. 인간을 바라보았어. 그래서 그는 인간이야. 질문이 생겨. 인간이란 무엇인가. 짐승이란 무엇인가. 육체를 먹고, 육체를 가진 두 생물은 무엇이 다른가.
인간에게 육체란 무엇인가. 영혼을 실어 나르는 도구일 뿐인가. 언젠가 우리 영혼을. 어딘가 심어 두어야 할 때. 우리는 버려진 몸을. 그리고 영혼의 원본을 무엇이라 정의해야 하는가. 왕자는 회생한 것인가, 여전히 죽은 것인가. 푸른 눈의 사내는 죽은 것인가, 여전히 산 것인가. 지금 푸른 눈의 몸. 왕자의 영혼. 그것은 결국 누구인가. 육체란 무엇인가. 우리는 영혼을 가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