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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Mar 27. 2023

공연기획.마케팅과 시장의 이해

S#1. 공연이라는 재화의 특징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499

보통 우리가 비용을 지불하고, 어떤 재화를 구매하게 되면, 해당 재화는 나의 소유가 됩니다. 편의점에서 목이 말라(욕구), (가격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하면, 물은 내 소유가 됩니다. 그렇다면, 비용을 지불하여 '공연 티켓'을 구매했을 때, 우리는 어떤 재화를 소유한 것이 되나요? 공연티켓을 구매했다고, 핸드폰이나 자동차와 같은 재화처럼 '공연'이 나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Q1) '공연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이 티켓의 '어떤 가치'를 구매한 것인가요?

Q2) 혹은 '공연 티켓'을 판매하는 입장입니다. 이 티켓의 '어떤 가치'를 판매하는 것일까요? 

Q3) '공연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티켓을 자세히 보시면, 어떤 정보가 기입되어 있나요?


'공연 티켓'을 자세히 보면, 1) 공연의 제목이 나오고, 2) 공연을 하는 날짜와 시간, 그리고 장소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3) 세부적으로는 구체적인 좌석과 구입했던 금액도 표기되어 있습니다. 내가 구매한 '공연 티켓'은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가게 되면, 해당 좌석에 앉아 '제목'으로 표기된 공연을 볼 수 있는 자격을 구매한 것입니다. "이 시간에 이 장소에 오시면, 당신은 특별한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혹은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가 어쩌면 공연이라는 재화를 구입하거나 판매하는 입장에서 핵심일 수 있습니다.  


공연산업은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1) 먼저 특정 ‘장소’에서만 재화가 공급됩니다. OTT를 통한 드라마의 경우, 고객은 자신의 사유 공간에서 해당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연'이라는 재화는 특정 '장소'를 찾아야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2)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관객을 모아야 하는 집객산업입니다. 3) 해당 시간이 지나면, 재화가 사라져, 재고가 없습니다. 우리가 '옷'을 판매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시즌에 다 팔지 못하면, 재고가 쌓입니다. 이때, 이 재고는 가격을 낮춰서 판매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공연이라는 재화는 '공연이 시작되고, 그리고 끝나는 시점'이 되면 해당 재화는 사라집니다. 재고가 없는 것이죠. 

출처.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4) 그리고 앞서 얘기한 것처럼, '공연'은 재화의 소유권을 파는 것이 아닌, 좌석권을 통해 경험, 체험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팔게 됩니다. 5) '공연'은 복제가 되지 않습니다. 공급자 입장에서 '영화'의 경우는 동시에 여러 개의 상영관에서 개봉을 할 수 있고, 시간대별로 계속 상영도 가능합니다. 또한 '영화'를 여러 번 상영했을 때, 발생하는 추가적인 투입비용도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연'은 특정 시간에 한 장소에서만 할 수 있습니다. 복제가 되어, 동시에 여러 곳에서 상연할 수 없습니다. 다른 캐스팅으로 다른 장소에서, 공연을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동일한 공연'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Q1) 미술관, 테마파크의 집객과 공연장에서의 집객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Q2)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공연과 관객'을 만나게 해야 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공연산업은 어떤 문제를 만나게 되었을까요? 

Q3) 공연이라는 재화가 '재고'가 없다는 특징은 어떤 약점과 강점이 있을까요?

Q4) 그렇다면 '공연'이라는 '재화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S#2. '비용질병'이라는 개념과 공연산업의 노동생산성

또한, 공연산업은 공급의 효율관점에서 노동생산성을 향상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예를 들어 10명이 100켤레의 신발을 만들다가, 동일한 품질의 신발 120켤레를 생산하거나, 80명으로 100켤레를 생각하는 노동생산성이 적용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예를 들어 뮤지컬 ‘캣츠’에 출연하는 배우의 숫자를 20% 줄여서, 동일한 공연을 만들 수 없습니다. 여기서 신발 생산과 다른 핵심개념은 캣츠에 출연하는 배우는 ‘캣츠’라는 결과물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된 노동력의 개념으로 볼 수 있지만, 최종 생산품(공연) 그 자체가 된다는 개념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이때, '연주'라는 재화를 생성하는 피아니스트와 연주를 분리할 수 있나요? 


William J .Baumol과 William G. Bowen은 최초로 공연단체의 생산비용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했습니다. 이들은「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Performing Arts: The Economic Dilemma)」(1966)에서 공연자의 작업은 다른 상품 생산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하였습니다. 공연자의 육체적 노동인 공연이 직접적 산출물이기 때문에 시간당 산출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법은 있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https://www.princeton.edu/news/2017/05/12/william-baumol-economist-broad-range-and-influence-dies-95

William J. Baumol과 William G. Bowen의 연구 결과는 18세기 런던에 있었던 한 극장의 1771∼72년과 1775∼76년 시즌과 현재 있는 로열 셰익스피어 극장의 1963∼64년 시즌 공연비용을 비교한 결과 13.6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영국의 일반 물가 수준은 6.2배가 상승했습니다.  


또한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1843년과 1964년에 사용한 음악회 연주 비용을 비교한 결과, 약 120년 동안 일반 물가는 4배 상승한 반면 오케스트라 비용은 20배 증가했습니다. 연주 비용이 물가의 5배나 상승한 것이죠. 이렇게 상승한 근본적인 원인은 공연예술의 특성으로 인해 타산업과의 생산성 격차에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습니다. 이후 공연예술 분야의 노동집약적 구조로 생산성 차이와 이로 인한 비용의 증가라는 구조적 문제를 ‘보몰의 비용질병(Baumol's cost disease)'로 부르게 됩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공연예술은 무대에 올라가는 세트, 조명, 음향, 영상, 의상과 소품 등의 준비와 여기에 필요한 제작진과 출연진의 고정비용이 높습니다. 이에 비해 한계비용은 아주 낮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11개 교향악단을 대상으로 실증 분석한 또 다른 연구는 공연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90∼150회) 평균비용이 하락하는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다가 그 이후에는 평균비용이 오히려 상승하기 시작하는 규모의 불경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소병희, 2013).  생산성의 향상은 대개 기술혁신을 통한 자동화로 이루어지지만, 공연예술의 경우 일반 제조업과 달리 노동 생산성을 급격히 늘리기 어렵습니다. 100년 전, 베토벤의 합창을 연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오케스트라에 투입되는 연주자의 숫자는 지금도 똑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예술단체의 경우 경영관리를 아무리 잘해도 결국은 적자로 인한 민간실패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S#3. 어떤 좌표에서 ‘공연마케팅’을 바라볼 것인가?     

당신은 어느 곳에 서 계신가요, 어디에 서 있는지에 따라 보이는 세상이 다릅니다. 우리가 보통 어떤 '업'에 관심을 가지고, '직업'을 가지고 해당 분야에서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는 '고객'의 입장으로만 보았을 때와 다른 세상이 보입니다.  이것을 공연 마케팅(시장을 통해 공연과 관객을 만나게 하는 것)에 적용해 보면, 공연시장을 보는 다양한 좌표가 있을 것입니다. 극장소속으로 보이는 시장, 예술단체에서 보이는 시장, 관객의 입장에서 보이는 시장 혹은 역할에 따라 극장장, 기획자, 마케터, 예술가, 행정가, 기자, 기업담당자 등이 보는 시장의 모습은 각각 다를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가 보면 내가 하고자 하는 미션과 목적에 따라 보이는 시장이 달라질 것이고, 장르별로 혹은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출처- 부천아트센터 홈페이지

하지만 보이는 모습들은 차이가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공연마케팅(Marketing the Performing Arts)’에 대한 실력이 커진다는 것은 시장을 보는 지평이 넓어지고, 그 시장이 더 자세히 보인다는 것입니다. 자세히 보인다는 것은 그 시장에 어떤 플레이어(조직과 사람)들이 존재하고,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보는 시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마케팅은 이 공연시장에 있는 다양한 참여자 노드 간의 연결에서 공연을 통해 당신이 원하는 어떤 가치를 생성하고,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로 그 가치가 확대될 수 있게 하는 의사결정과 실행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은 어떤 좌표에서 공연마케팅(시장을 통해 공연과 관객의 만남)을 바라보고 계신가요. 당신의 눈에 보이는 ‘공연마케팅의 지평선’은 어떤 모습인가요?  


- 어떤 '업'에 관심이 있다면, 공급자 입장에서 고객을 바라보는 근육이 단련되어야 합니다. 직업인으로서 어떤 업을 대한다는 것은 '좋아한다 혹은 관심이 있다'는 차원을 훨씬 넘어서야 합니다. 


Q1) 당신이 '주요 공연장'에서 기획자 혹은 마케터로 서 있을 때, 어떤 고민을 하게 될까요? 

Q2) 당신이 '공연기획사 혹은 예술단체'에 기획자 혹은 마케터로 서 있을 때는 어떤 고민을 하게 될까요?

Q3) 당신이 예매처에 담당자로 서 있을 때는 어떤 고민을 하게 될까요?

Q4) 당신이 어떤 매체의 '공연' 담당 기자라면, 어떤 고민을 하게 될까요?


S#4. 시장과 정부 사이에서 공연시장    

영화와 공연의 중요한 차이 중에 하나가 영화관은 CGV, 매가박스 등 기업을 기반으로 하는 곳에서 상영되고, 제작과 홍보마케팅이 시장을 기반으로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연장은 ‘공공(public)’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정부, 광역, 시군구의 재정지원을 통한 ‘공공’ 극장에서 대부분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세종문회회관 등의 극장이 모두 공공극장이지요.  LG아트센터, 두산연강홀 등의 공연장도 영화관 사업과는 다르게 매년 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공성은 경영학과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행정학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입니다. 행정은 ‘공공’행정(‘public' administration)을 의미하고 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이 행정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공연에서 이루어지는 사업과 서비스를 바라보는 관점을 예술경영으로 보는 관점과 예술행정이라고 보는 관점 모두가 유효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시장과 정부 사이에서의 '고객은 누구일까', '우리는 어떠한 서비스를 어떤 가치로 제공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Q1)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왜,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영화관은 있는데, 공연장은 없을까요? 

Q2)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센터는 시장과 정부 어디에 위치할까요?


S#5. Input(비용, 사람)- Output(매출, 작품)의 통합적 관점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

당신은 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심의를 통해 선정을 결정받았습니다. 지원금 금액은 총 2억원(₩200,000,000), 객석 수 500석 극장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산은 내가 하려는 공연사업을 숫자로 요약하는 작업입니다. 예산서를 보면, 해당 작품이 어떤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산서를 작성하는 일은 내가 하는 일을 숫자로 요약하는 일입니다. 또한, 내가 하는 일의 결과 혹은 목표를 숫자로 요약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업으로서 이 일을 하려면, 이 숫자들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산서가 모호하다는 것은 내가 하려는 일이 모호하다는 것이고, 내가 하는 일의 결과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예산서를 보면, 기획자의 역량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좌변과 우변, 모두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Q1) 좌변(Input)에 들어가는 항목을 찾아봅시다. 항목을 구체적으로 안다는 것, 항목에 대한 비용을 산출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할지'의 의사결정을 숫자로 요약하는 것입니다. 각각의 숫자는 다양한 협의와 조정이 필요합니다. 내가 관심 있는 '항목'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Q2) 상기 표에서 우변(Output)에 영향을 주는 핵심 변수는 무엇일까요? 공연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변수의 숫자가 커져야 할까요? 우리는 그 변수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Q3) 매출 향상을 위해 공연 횟수를 늘리고 싶습니다. 공연 횟수가 커지면, 어떤 비용이 커지게 되나요? (영화관에서 상연 횟수가 늘어났을 때와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Q4) 소극장, 중극장, 대극장에 따라 Input-Output에 어떤 차이가 생길까요? 


S#6. 극장의 좌표에서 바라보는 시장에 대해      

오늘 당신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예술의전당, (재)세종문화회관, 국립정동극장의 책임자 후보가 되어주시겠습니까? Yes라고 대답할 수 있나요. 만약 조금 부담스러운 제안이었다면, 위 극장의 공연사업을 구체화시키는 책임을 총괄하는 공연사업본부장, 공연기획팀장, (홍보)마케팅팀장 등의 자리에 채용하고 싶다고 합니다. 당신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지점의 좌표에서 ‘제작극장의 브랜드 마케팅’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국립극장 홈페이지

공연마케팅 담당자의 좌표에서는 하나의 공연에 대한 홍보마케팅을 고민할 것입니다. 하지만 극장의 최고책임자, 예술감독, 공연기획팀장, 마케팅팀장은 연간 ‘우리 극장(단체)에서 쌓아가는 전체 공연사업에 대해 어떠한 일관성을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관성과 비슷한 말은 미션, 비전이라는 개념으로 쓸 수도 있고, 포지셔닝(positioning), 극장브랜드(Brand)라고 언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관성은 결정할 수도 있고, 이미 극장 운영의 전통으로 내려올 수도 있습니다.      


아래 표를 보면서 극장 A(1,200석), 극장B(600석), 극장C(200석) 중에 하나를 택하여, 공연장에서 운영기준을 설정하여, (공연) 사업의 타순을 한번 작성해 볼까요?      

<표 1-빈칸을 어떤 공연으로 채우겠습니까 >

Q1) (당신이) 사업의 타순을 구성할 때, 어떤 기준을 고려하였나요? 

Q2) 배치된 작품의 장르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복합 VS 특성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Q3) 공급관점에서 제작방식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자체제작 VS 공동기획 VS 대관. 

   - 공급방식에 따라 내부자가 해야 하는 역할의 차이는 어떻게 될까요?

   - 공급방식에 따라 라인업을 작성하는 책임자라면 ‘승부처’가 어디일까요?

   - 내부자가 아니고, 극장과 협력하는 기획자/예술단체 대표의 입장에서 차이가 있다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은 공공극장과 예술단체 경영과 행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https://brunch.co.kr/@ryujang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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