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감상은 공부하는 게 아니랍니다

예술은 창작부터 감상까지 모두 자유다

by 류지

오래전 한 유학생이 내게 그림 보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내가 미술관에 자주 가니 함께 가서 공부하고 싶고 가르쳐 주기만 하면 학습은 자신 있다는 말을 듣고 난 정말로 당황했다. 그림을 보는 법이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고 또 감상법을 가르친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이상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으로 최고 명문대를 다니고 유학까지 온 사람이니 그 사람 입장에선 당연한 발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유로운 창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하는 데 학습할 만한 법칙이나 방법이 과연 있을까?


적어도 한 달에 두세 번은 편한 신발을 신고 가방에 물과 에너지바와 사탕 같은 걸 챙겨 미술관으로 가서 하루를 보낸다. 이십대에 여유가 있을 때마다 서울과 경기도 곳곳에 있는 미술관을 다니며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지다가 취미가 되어 버렸다. 삼십 년 넘게 세계 곳곳의 미술관을 다니며 별의별 작품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으나 안타깝게도 기억력이 좋지 않아 작가 이름이나 제작 의도나 예술 사조 같은 건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작품들을 보면서 평소에 자주 느끼지 못하는 참신함, 그리움, 강렬함, 따뜻함, 날카로움 같은 느낌을 갖는 게 좋고 그런 느낌은 기억에 평생 남는다. 연구를 하다가도 어떤 예술 작품에서 가졌던 강한 느낌이 기억나는 동시에 아이디어가 함께 떠오르는 때도 있다. 예술작품들에 담긴 창의력과 기발함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하도 오랫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봐서 기억력이 나쁜 나도 이젠 처음 보는 그림이 어느 시대 누구 건지 대강 짐작은 할 수 있고 내 나름대로의 가치 평가도 전문가들의 평가하고 겹치는 부분이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콕 집어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난 감상법을 배운 적이 없어 뭘 어떻게 가르쳐 줄 수 있는지 알지 못하고 설령 가르쳐 줄 수 있다고 해도 감상법이란 게 공부해서 되는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작품 정보를 공부하고 객관적 평가를 하고 비교 분석하여 데이터를 모으는 일이 목적이라면 학습으로 가능하겠지만, 그림이 내 마음속에 투영되어 나만의 감정이 저절로 생기는 걸 어떻게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예술이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창작자의 자유로운 인식의 산물이 감상자 내면에서 자유로운 느낌을 흔들어 깨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창작자가 어떤 의도로 창조해 냈는지와 상관없이 감상하는 사람이 자유롭게 해석하고 느낄 수 있는 게 예술작품이다. 비단 미술 작품뿐 아니라 문학이나 공예품 등 모든 창작품의 감상과 해석은 창작자의 손을 완전히 벗어나 순전히 감상자의 것이다. 모든 사람의 뇌가 다르고 경험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므로 감상의 방법이 모두 달라서 학습이 가능한 감상법은 없다고 본다.


예술은 그래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자유를 인정하고 느끼는 것이다. 나만의 느낌을 나만의 방법으로 내 안에 새기고 간직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이번 주말에도 난 미술관에 간다. 귀한 주말을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보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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