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취향도 변한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란 사람에게 꽂히는 거다.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매력을 발견해 그 사람에게 꽂혀 소진할 때까지 에너지를 쏟는 거다. 살면서 여러 가지에 꽂히는데 인간에게 꽂히면 다른 꽂힘과는 달리 관계에 따른 상호작용이 있어서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좋아하고 싶어서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나도 모르게 꽂혔다가 얼마 후 그 대상이 바뀌거나 꽂힌 감정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도 변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타고난 부자인데 그 부에 이끌려 함께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꽤 있다. 돈만 좋아하는 것 같아서 싫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그는 부도 자신의 매력 중 하나라며 그 부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고 했다. 그 말을 함께 들은 젊은 여성이 그 사람이 없을 때 그를 '속물'이라고 지칭했는데, 내가 보기엔 그를 따르는 여성들의 꽂힘의 대상이 사람과 돈으로 구성된 하나의 세트이고 그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성적 에너지인 리비도가 세트에 집중한 것이다.
무언가에 꽂히는 행위의 연료가 되는 리비도는 성욕이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성적 에너지기 때문에 그 대상이 반드시 사람인 건 아니다. 운동 경기 팀일 수도 있고 애니메 피규어일 수도 있고 예술가들의 경우는 창작하는 작품이 대상이다. 현재 내 리비도는 연구와 은퇴 준비에 집중되어 있다. 누군가를 사랑했을 땐 그 사람 외에 아무것도 중요한 게 없다가 그 사랑이 식으면서 자연스럽게 연구에 꽂히고 요즘은 은퇴 준비에도 꽂혀있는데, 리비도의 이동을 이번에 아주 생생하게 경험했다.
수업 후 학생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데 한 여학생이 자기는 늘 재정적으로 든든한 남자에게 꽂힌다고 했다. 함께 있던 남학생들의 표정이 살짝 어색해지길래 내 취향을 이야기했다: "이십 대 때는 재정적으로 안정된 사람이 좋았는데 이젠 나와 잘 맞고 대화가 재밌는 사람이 더 좋아. 취향이 계속 바뀌어서 결국 날 웃게 하는 사람이 되더라구."
사랑은 변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즐겁게 하는 대상에게 더 꽂힌다.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