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스키/스노보드 타기 가장 좋은 곳, 홋카이도
우리 가족은 5년 전부터 매년 3월이면 홋카이도를 찾는다.
13년전 처음 경험한 홋카이도의 스키여행은 그 이전의 모든 스키여행을 하찮은 기억으로 만들어 버렸다.
일년에 단 한번을 타도 충분했다. 홋카이도에서라면.
광활한 자연속에 나를 던지며 눈과 하나되는 느낌.
오롯이 내 몸과 눈과 바람에 집중하면서 찾아오는 평안함.
눈이 많은 곳으로 들어가도 거침없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느낌.
구름 속을 걷는다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가도 항상, 완만한 차도와 가파른 경사로, 그리고 다져진 길과 천연설로 된 길이 같이 있다. 날씨나 눈상태에 맞춰 그때 그때 길을 선택하며 가족이 함께 천천히 즐기기에 더 없이 좋다.
눈이 워낙 폭신해서 넘어져도 다칠 것 같지 않고, 사람도 붐비지 않아서 부딪힐 걱정이 적은,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 매우 안전한 환경이다.
가끔 스키를 벗고 눈 속으로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즐거운 추억이 된다. (사실 아이들은 스키타는 것보다 이렇게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기다리지 않고 계속 스키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 정도면 충분히 탔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과 함께 느긋하게 일어나서 10시 쯤부터 정오무렵까지 탄 후 점심을 먹는다. 스키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우리가 추천하는 대규모의 스키장이라면 몇 개 이상의 레스토랑을 고를 수 있고 점심메뉴도 꽤 다양한 편이다. 라멘, 부타돈 (양념 돼지고기 덥밥), 야키토리돈 (양념 치킨 구이 덥밥), 오므라이스, 함박 스테이크, 피자 등이 우리 가족이 선호하는 메뉴. 점심피크시간에도 줄을 서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 또한 홋카이도 스키장의 매력. 특히 3월이라면 이렇게 사람이 없어도 괜찮나, 괜시리 손님인 우리가 걱정을 할 정도이다. 느긋이 점심을 먹으며 스키타면서 얼은 몸을 충분히 쉬게한 후 다시 오후 스키 시작. 우리가족은 보통 오후 3시쯤 스키 코스 중간에 있는 까페에 들르곤 한다. 아이들은 뜨거운 코코아로 몸을 녹이고 어른들은 시원한 홋카이도 클래식 생맥주로 몸을 녹이고(?). 즐길만큼 즐긴 후 4시 전후로 미련없이 하루의 스키를 마친다. 바로 온천으로 직행, 눈 내리는 노천 온천에 몸을 담근다.
'행복, 바로 이거구나..' 저절로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비행기표에 드는 비용을 제외하면 홋카이도에서 스키 타는 것이 한국보다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3월에는 로우 시즌이 시작되면서 좀더 저렴해진다. 또한 가족을 위한 할인 패키지도 다양하게 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에는 한국의 스키장 보다 나은 점이 많다.
비행기표는 저가 항공이 많이 생겨서 일찍 구매하면 부담을 많이 덜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 가족은 보통 6개월 전부터 여행 계획을 시작한다. 싼 표는 일정 변경이나 환불이 안 되기 때문에 그냥 눈 딱 감고 이 때 무조건 간다고 맘 먹어야 한다. 그 어떤 스트레스도 비행기에 오르면 다 잊혀진다. 아름다운 풍경, 깨끗한 공기, 쾌적한 스키여행의 기억으로 마음을 가득 채워 돌아오면 현실에 쌓여 있는 역경도 별 것 아니게 느껴진다. 활력이 부족한 날, 아이들과 둘러 앉아 찍어온 사진과 비디오를 보면 입가에 웃음이 지어지고 잠시 잊었던 행복이 다시 밀려온다.
리조트에 묵으면 숙박료에 아침 부페가 보통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일식과 서양식 아침 코스 메뉴가 매우 다양하게 제공되기에 우리가족에게 아침식사는 세끼 중 가장 중요한 한끼이다. 최대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점심은 느즈막히 해결한다. 이렇게 하면 저녁으로 집에서 싸온 햇반과 밑반찬, 컵라면 등으로 간단히 때워도 그다지 아쉽지 않다. 밤에 좀 출출해도 다음날 아침에 또 배불리 먹으면 되니 말이다. 여행경비 줄이는 우리 가족의 노하우라 할 수 있다.
홋카이도에는 지역마다 다양한 스키장이 있다. 그 중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여행으로 우리가 추천하는 곳은 다음의 세군데이다.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
(https://www.snowtomamu.jp/winter/ko/)
키로로 리조트
후라노 스키 리조트
(http://www.princehotels.com/ko/ski/furano/index.html)
아이들과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스키장의 마스코트들이 스키장을 돌아 다니고, 곳곳에 숨겨 놓은 스탬프 도장을 모으는 프로그램, 아이들이 도전할 만한 작은 점프 코스, 숲 속에 만들어 놓은 꼬불꼬불 길 등이 아이들에게 큰 재미를 준다. 게다가 커다란 실내 파도풀장까지 갖추고 있어서 아이들에겐 천국과 같은 곳이다.
시설이 좋은 만큼 숙박비가 다소 비싼편이긴 하지만, 2017년부터 Club Med가 들어와 예전보다 다양한 선택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주변에 큰 마을이 없어 리조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리조트 안에 수퍼마켓 등이 있지만 다양한 물건이 없고 비싸기 때문에 삿포로 공항의 편의점에서 주류나 간식류를 사올 것을 추천한다.
규모로 보면 작은편에 들지만 알차고 실속있는 리조트다. 가족 중심의 느낌이 강하고 아이들에게 친절하다. 특히 아이들 스키학교(Annie Kids Ski Academy)가 다른 스키장에 비해 평이 좋고 가성비도 뛰어나다. 아이들은 스키학교에 보내고 부부가 오붓하게 스키를 즐기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규모는 작지만 슬로프가 21개로 다양하고, 어려운 코스 보다는 완만하고 긴 코스가 많다. 얼마 전에 리조트 운영사가 바뀌어서 상황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리조트에 비해 저렴한 가족 패키지가 많은 편이었다. 유명한 항구 도시 오타루小樽를 경유해서 오기 때문에 오고 가는 길에 들러서 둘러 보기에 좋다.
아무래도 리조트의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먹고 즐기는 옵션이 다양하지 않다. 마을에서 떨어져 있고, 30분 이상 걸리는 오타루까지 나가려면 버스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후라노 스키 리조트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후라노富良野 옆에 있다는 것이다. 버스도 자주 다니기 때문에 저녁에 맛집 찾아 나가기 좋다. 농산물과 꽃으로 유명한 후라노에는 맛있는 빵과자류도 많고 특이한 과실주 같은 기념품도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호텔 회사인 프린스에서 리조트를 운영하기 때문에 서비스도 좋고 부대 시설도 충실하다. 스키도 타고 겨울의 후라노 관광도 하고 싶다면 리조트에 묵지 않고 주변 펜션이나 작은 호텔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스키장 바로 옆에 있는 프린스 호텔은 아주 오래된 건물과 최근 지어진 건물로 나뉘어 있다. 두 건물이 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예약할 때 리조트 내 동선을 잘 고려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오래된 호텔이 저렴한 반면, 대부분의 부대시설은 새 건물 주위에 있다. 우리 가족에게 제일 아쉬웠던 것은 노천 온천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싸늘한 겨울 밤, 머리에 눈을 맞으며 따뜻한 온천 물에 몸을 담그고 하루를 마감하는 것은 일본 스키장에서 꼭 경험해야 하는 필수 코스이다. 물론 온천 후의 삿포로맥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