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자연 속에서 하나되는 경험
아이아이와 자연 속에서 하나되는 경험아이와 자연 속에서 하나되는 경험
홋카이도는 아이와 함께 가족이 여행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깨끗하고 안전하고 여유롭고 편하다. 아이와 함께 낯선 곳을 여행하려는 부모에게 이 네 가지가 갖는 의미는 혼돈과 행복의 차이 만큼이나 크다. 자연의 품 속에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노는 모습을 걱정 없이 지켜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홋카이도다.
아이도 자연 속에 들어가면 행동이 달라진다. 도회지를 여행할 때는 쭈삣대고 부모 다리 뒤에 숨던 아이도 자연이 만들어 놓은 공간에 가면 슬그머니 어디론가 다가가고 관찰하기 시작한다. 주변을 날아다니는 나비나 잠자리에 이끌리고 소리 나는 새나 개구리 등에 반응한다. 그리고 너른 잔디밭이나 들판을 만나면 뛰기 시작한다. 앞으로 뒤로 위로.
홋카이도에는 이런 탁트인 자연 공간이 너무나도 많다. 시골 작은 마을이라도 아름드리 나무들, 너른 잔디밭이 잘 조성된 공원을 어디서든 찾을 수 있고,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춘 놀이터도 곳곳에 많다. 대도시의 이름난 공원은 웬만한 테마파크는 저리가라 수준의 놀거리를 제공한다. 아이와 여행할 때는 부모가 선호하는 유명 관광지와 더불어 아이들이 좋아하고 자유로이 뛰어놀 수 있는 이런 곳들도 꼭 리스트에 넣도록 하자. 그래야 아이도 여행을 즐거워하고 부모도 행복해진다.
홋카이도 캠핑. 자연과 하나되기
아이와 함께 홋카이도를 가장 즐겁게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가 캠핑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도시의 풍경을 보며 아파트 같이 찍어낸 듯한 호텔방에서만 지낼 것이라면 굳이 홋카이도까지 올 이유가 없다. 자연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려면 자연 속에 들어가 오롯이 며칠 지내는 것이 정답이다.
홋카이도에는 380여개의 캠핑장이 곳곳에 있는데 구글로 조금만 검색해 보면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2주 이상의 장기 여행이 가능하다면, 여행하고 싶은 지역을 몇 개 고른 다음, 각 지역마다 맘에 드는 캠핑장을 하나 정해서 베이스 캠프 삼아 2~3일 씩 머무는 방법을 추천한다. 아이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자주 짐을 싸고 푸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캠핑장을 옮기는 것은 가급적 줄이면서 1~2시간 정도 거리의 볼거리를 당일치기로 다녀 오는 식이다.
아이 있는 가족 중심의 충실한 시설
일본의 캠핑장은 대부분 어린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가족이 주 고객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우스꽝스럽게 생긴 자전거들을 구비한 곳, 토끼, 양 같은 가축들을 키우며 아이들이 먹이를 줄 수 있게 해 놓은 곳도 많다. 캠핑장 안에 대규모의 놀이터를 갖추거나 개천에서 낚시나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부모들도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에 긴장이 풀리고,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게 된다.
아이도 캠핑을 통해 배운다
가족이 함께 캠핑을 하다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을 돕는 것을 배우게 된다. 마치 놀이처럼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나름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한다. 텐트 설치와 해체, 음식준비, 불피우기 등, 차근 차근 하나씩 일러준 후 스스로 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봐주면, 처음엔 어설프더라도 생각보다 금방 배우고 따라 한다. 아이는 여행이라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갖게되고 스스로를 뿌듯해한다.
캠핑장비로 고민이 된다면
홋카이도는 캠핑장 사용료가 꽤 저렴한 편이고 무료인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 홋카이도 캠핑을 계획한다면, 아무래도 장비를 들고 비행기를 타는 것이 제일 큰 부담일 것이다. 추가 비용을 내고 장비를 가져가든 현지에서 구입하든, 아니면 캠핑장에서 빌리든 적잖은 비용이 발생한다. 장비를 싣고 다닐 차도 빌려야 하니 캠핑여행을 위해 들어가는 돈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캠핑의 목적이 여행 비용 절감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경험을 위한 것이라면, 그리 감당하기 힘든 비용은 아닐 것이다. 드넓은 자연의 품에서 아이와 텐트 속에서 어깨를 맞대고 자고, 아침에 새소리에 잠을 깨는 경험, 아이들이 풍뎅이, 잠자리를 잡으러 뛰어 나가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아지랭이 피어 오르는 호수를 부부가 함께 바라보는 경험. 호텔 숙박비에 들일 돈과 비교해본다면, 아마 그와 비슷한 혹은 더 저렴한 비용으로 평생 남을 추억을 가족 모두에게 선물할 수 있다.
장비는 최소, 나머지는 현지조달
홋카이도 캠핑여행을 위해 그렇게 많은 장비를 싸갈 필요는 없다. 텐트와 바닥 매트, 얇은 침구 그리고 코펠 세트 정도만 가져 가면 나머지는 모두 현지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캠핑장이 많은 홋카이도에는 캠핑용품의 옵션도 다양하다. 100엔샵(다이소 같은 1000원 균일가 샵)이나 홈센터(생활용품 전반을 파는 대형 매장)를 활용한다면 생각보다 큰 부담없이 해결할 수 있다. 바닥 매트는 부피가 적은 에어 매트를, 그리고 침구는 아주 얇은 담요나 홋이불 같은 것으로 가져가고 추운 날은 옷을 껴입고 자면 된다. 조금 욕심을 내어 편한 접이식 의자 정도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캠핑과 여행을 병행하고 싶다면, 아침식사는 캠핑을 즐기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하고, 점심 저녁은 밖에서 해결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먼 홋카이도까지 왔으니 청정 환경에서 재배한 맛난 농산물로 만든 다양한 지역요리도 맛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족처럼 알뜰파라면 한끼 정도는 제대로 된 맛집을 찾고, 나머지 한끼는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조리된 간편식으로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본의 편의점 음식은 제법 맛있고 선택의 폭도 꽤나 다양하다. 하루쯤은 캠핑장에서 제공하는 시설과 프로그램, 주변의 자연경관을 즐기며 책도 읽는 등 느긋하게 종일 캠핑장에서 지내는 것도 충분히 즐거운 경험이다.
옷은 따뜻하게 준비하자
홋카이도는 여름이라도 밤과 아침에 제법 쌀쌀할 수 있다. 특히 바람 불고 비오는 날이면 낮에도 긴팔이 필요하므로 옷가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경써서 준비해야 한다. 한여름이라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긴팔 위 아래 옷과 얇은 플리스 자켓 정도를 함께 가져가길 권한다. 비옷이나 고어텍스자켓까지는 필요 없지만 비에 잘 젖지 않고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야외용 자켓은 필수다. 대부분의 캠핑장에 동전으로 돌리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으니 같은 종류의 옷을 여러벌 가져갈 필요는 없다.
온천에서 몸데우기
캠핑장 안에 샤워시설을 갖춘 곳도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캠핑장 근처 온천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캠핑장은 멀지 않은 곳에 온천, 혹은 대중목욕탕이 있다. 저녁 먹기 전후로 다 같이 온천에 가서 아이와 물놀이 겸 목욕을 하면 기분도 좋고 잠도 잘 온다. 텐트에서 춥지 않게 자기 위해 온천에서 몸을 데우는 것은 홋카이도 캠핑여행에 있어 중요한 팁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홋카이도의 여름밤 텐트 안은 꽤 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근처 온천의 할인 티켓을 주는 캠핑장도 많이 있으니 체크인 할 때 온천의 위치와 이용시간, 타월과 샴푸 구비여부 등을 꼭 문의하자.
캠핑 주의사항
특별히 위험하거나 주의할 것은 없지만 아무래도 야외에서 생활하는 것이니 조심해야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홋카이도는 건조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모기가 거의 없지만 습지나 숲 속 같이 습하고 그늘진 곳으로 들어가면 모기에 물릴 수 있다. 아이들은 가려운 것을 못 참고 긁어서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니 수퍼마켓이나 홈센터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모기 쫒는 약을 사서 아침마다 옷에 뿌려 주기를 권한다. 또한 아부라고 하는 작은 파리처럼 생긴 곤충이 있다. 주로 가축을 무는 녀석인데 아주 가끔 사람도 문다. 물려도 아프지는 않지만 거의 벌에 쏘인 수준으로 부어 오르고 많이 간지러워진다. 아이가 물리면 긁지 못하게 반창고나 붕대 같은 것을 붙여 주고 얼음 찜질을 해주면 하루 이틀 안에 가라 앉는다.
말도 잘 안 통하는 낯선 곳에서 캠핑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시도하기란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홋카이도 대자연 속의 가족캠핑여행은 가족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해줄 것이다. 또한 낯선 곳에서의 여행을 통해 어려움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성취감이라는 것이 살아가는데 꽤나 큰 힘이 되어준다는 소소한 깨달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