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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하 Aug 05. 2020

절실하지도 의지가 강하지도 않은 이들의 성공을 위해

사다리 올라타기

작가 소개

내 글은 관찰일지다. 어려서부터 각 계층 출신들과 부대끼며 그들을 경험하고 관찰해왔다. 80년대 지저소득층 거주지의 일용직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90년대 지방, 각 계층의 자녀들이 뒤섞인 초중고교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2000년대 서울, 고소득층, 초고소득층이 바글대는 틈에대학교를 다녔다. 2010년대 서울, 직장생활 시작, 아직은 무사히 잘 다니고 있다. 사는게 힘들고 고달픈 친구들에게 계층이동 사다리를 단 한칸 만이라도 올라타기 위한 실용적인 조언을 해주는 것이 목표다.




눈물 나는 성장배경과 베일 것 같은 독기와 절실함을 가지고 불굴의 의지로 모든 것을 극복한 사람들


자기 계발 관련 서적이나 기사나 블로그나 유튜브를 보면 꼭 하나같이 엄청 어려운 환경에서 불굴의 의지로 모든 걸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처럼 절실함과 절박함을 가지고 노력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다그친다.


유복한 환경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자랐다면, 성공을 위한 절실함이 부족해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 같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지 않아 극복할만한 환경도 절실함도 없고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걸 바칠 불굴의 의지도 없는데 어쩌나. 이대로 만족하고 살아야 하나.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성공의 가늠자 중 하나가 된 SKY대 입학생, 고시 등 전문직 합격자, 의대 한의대 입학생, 대기업 취업자 등의 비율을 보면 금수저 은수저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데 뭔가 또 다른 절실한 이유가 있는 친구들이었던 걸까.


흙동수저들이 숫자도 훨씬 많고, 조건상 더 절실할 것 같은데 왜 그럴까. 물론 절실함은 환경이 어렵지 않더라도 가질 수 있다. 자기 기준, 자존심, 인정 욕, 부모의 기대, 친척들의 평가 등에 부합하는 수준이 되기 위해 절실할 수도 있다. 그래도 금은 수저들의 상황적이고 관계적인 절실함이 흙 동수저들의 태생적이고 운명적인 절실함보다 강할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절실함과 의지보다 부모의 투자와 교육이 자녀의 성공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라면, 가진 것 없고 배운 것도 없는 부모 밑에서 성공한 삶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사례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절실함과 의지가 결정적이라면, 그 결정구 없이도 우리가 선망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설명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출발선에서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면, 결정적 변수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틀렸다. 지금까지 어려운 환경을 절실함으로 극복하며 선망하는 삶을 이룩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불굴의 의지가 없는 자신을 탓해왔다. 학력과 지위를 갖춘 부모의 삶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은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며 그것을 가지지 못해서 성공할 수 없었다고 탓해왔다. 그럴 필요가 있었던 걸까.


이제껏 만나온 성공한 흙수저들과 금수저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성실하게 훈련했다는 점이었다. 엄청난 교육과 투자나 절실함은 성공의 공통분모가 아니었다. 그중에는 눈물 나는 성장배경을 가진 친구도 있었고 아무 걱정 없이 사랑받고 자란 친구도 있었다. 엄청난 독기와 의지를 가진 친구도 있었고 그냥 사부작사부작 그저 밥 먹고 잠자는 것처럼 훈련이 생활화된 친구들도 있었다.


결국 핵심은 누가 얼마나 집중해서 한 발 한 발 전진해 왔느냐는 거다. 드디어, 흙수저들 만큼 어려운 환경을 경험해보지 못한 금은 수저들도, 그들만큼 충분한 교육과 투자를 받지 못한 흙수저 들도 모두 자신의 성공스토리에서 마땅한 배역을 맡을 수 있게 되었다. 축하한다.



문제는 과연 그곳에 있었나.


목표는 정했는데,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관련 서적이나 물품을 사야 하고, 어떤 걸 사람들이 추천하는지 하나하나 찾아봐야 한다. 성공담이나 방법을 배우기 위해 블로그와 유튜브도 봐야 하고, 또 어떤 블로와 유튜가 유입자와 시청자, 좋아요 수가 많은지도 비교해봐야 한다.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기별 세부계획도 일자별로 나눠서 책 쓰듯 만들어야 한다.


'시작' 자체를 위한 준비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집중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청소도 해야 하고, 쌓아두었던 물건들을 죄다 꺼내 정리도 해야 한다. 의지를 다지기 위해 동기부여 영상도 봐야 하고, 절실함과 열정도 마해야 한다. 집중력에 좋다는 음악도 골라야 한다. 지인들을 모아서 자신의 원대한 목표와 의지를 선언해야 한다.


그렇게 '시작'도 하기 전에 힘이 빠진다.

한참을 노력한 것 같은데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두 달 동안 영어 실력을 다지는 게 목표인데, 공부 환경을 만들고 마음가짐을 지는데 이주가 걸렸다. 삼 개월 안에 십 킬로그램을 감량하는 것이 목표인데, 운동방법 다이어트 관련 지식을 쌓는데 두 달이 걸렸다. 일 년 안에 자기를 변화시키고 싶은데, 일 년 내내 자기 계발 서적을 읽고 유명 저자의 강연을 따라다녔다.


실패를 경험하고 나름의 원인을 분석한다.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탓인,  따라가려고 한 블로그나 유튜브, 자기 계발 서적의 성공 방법론이 나한테는 안 맞았, 당초에 계획을 잘 못 세웠, 결국엔 절실함과 간절함과 열정이 부족했나.


원인 분석에 걸맞은 해결책을 마련한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환경을 만들리라, 딱 들어맞는 성공방법을 찾으리라,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리라, 열정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대부분 실패를 반복한다.

소수의 성공한 자들은 자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이 적절한 환경과 자신만의 성공방법과 계획, 그리고 무엇보다도 절실함과 열정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접근법에 따라 분석한 실패 요인을 개선하다 보니 어떤 성공을 이루게 되었기 때문에 그 안에 성공의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성공한 자들은 자신들의 성공 요인은 환경과 자기 계발 방법론, 계획, 열정에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패한 대부분은 그들의 분석에 공감하며 대다수가 실패하는 길을 반복하기 위해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한다.



당신은 청소와 정리를 통해 환경을 만들고  자기 계발 방법론을 공부하고, 세세한 계획표대로 자기 내면의 절실함과 열정에 따라 노력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성공은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대학 진학일 수도, 취업일 수도, 시험 합격일 수도, 결혼일 수도, 재산증식일 수도, 자기 완성일 수도 심지어 구원이나 해탈일 수도 있다. 목표로서의 성공은 우리가 쟁취해야 할 무언가 이며, 성취한 성공은 이내 지나간 기억이 된다.


성공의 원인은 실력일 수도 있고 운일 수도 있다.

우연적인 요소인 운은 개인이 컨트롤할 수 없다. 종교, 무속, 미신적인 무엇으로 성공운을 높여 준다는 사기꾼들이 있는데, 경기 때 빨간 팬티를 입으면 타율이 오른다는 어떤 야구선수의 징크스랑 비슷한 수준의 이야기이니 조심하자. 그래도 어차피 입을 팬티를 빨간색으로 사면되니, 저렴하게 자신감을 채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인 것 같다. 한번 해볼까?


결국 당신이 성공 건 훈련과 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실력은 투자한 시간에 비례한다. 집중력과 재능에 따라 기울기는 다를 수 있겠으나 시간의 경과에 따라 우상향 한다. 집안 청소와 주변 정리, 자기한테 맞는 자기 계발서 찾기, 인성 갖추기, 진정한 꿈 찾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절실함과 열정 갖기는 보다 많은 시간을 들이기 위해 필요할 수 있겠으나, 성공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것 같지도 않다. 책상이 지저분한 전교 1등, 자기 계발서 모르는 자수성가형 부자들, 절실함이 부족할 것 같은데 잘만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직장 다니는 금수저 은수저들은 훈련에 따라 실력을 쌓는데 필요한 시간을 꾸준히 투자해온 사람들이지, 청소, 물건 정리, 동기부여, 절실함 갖기 등 곁가지에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타고난 재능이 없어서 안된다고?

재능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성공은 타고난 지능과 체력 등 소위 재능이라고 불리는 것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그 재능은 정말 소수의 천재를 제외하고는 성취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우리는 고만고만한 지능과 체력을 가지고 있다. 엄청난 재능을 타고난 천재들은 이미 평범한 우리들의 리그에는 남아있지 않다.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 이미 타고나 버려서 바꿀 수도 없는 재능이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는 건 아직 성공하지 못한 대다수에게 너무 가혹한 이야기다. 이번 생은 포기하라는 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결국 당신이 실패한 건 실력을 쌓기 위한 훈련을 받거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어 실력은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를 얼마나 집중해서 얼마나 오래 공부했느냐에 좌우된다. 다이어트의 성패는 식사량 조절을 통한 칼로리 제한과 운동을 통한 칼로리 소모를 목표 몸무게에 다다를 때까지 실천해 왔느냐에 좌우된다. 자기를 변화시킨다는 목표는 너무 추상적이다. 마인드를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원하는 마인드를 보여주는 책이나 영상 등을 반복적으로 접해서 자기 최면을 걸어야 하고, 그게 자기 확신으로 바뀔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 습관을 만들고 싶으면, 만들고 싶은 습관을 안 하면 이상하게 느껴질 때까지 반복하면 된다.



내 이십 대는 실력을 쌓는데 큰 도움이 안 되는 것들에 시간을 낭비하다 저물었다.


현실을 바꾸는데 필요한 건 환경을 정리하고 방법론을 공부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동기를 부여하고 절실함을 가지는 게 아니라, 그저 시간을 투자해서 꾸준하게 실천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걸 깨닫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이십 대는 이미 저물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매달려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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