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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하 Aug 19. 2020

자기 세뇌 : 정보 통제

집중력과 의지를 장기간 유지하기 위한 기술

이번 편부터 다음 네 편은 혼자 장기적이고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내가 사용한 자기세뇌에 대해 개하겠다. 장기는 2년 정도를 의미하고 집중적으로 라는 건 월-토 15시간, 일요일엔 12시간 정도 공부했다는 의미다.


당시 나는 고등학생 때처럼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부를 하는 친구들도 없었고,

나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사람도 없었다. 공부를 하기로 선택한 것도 나였고, 그 공부를 위해 의지를 다져야 하는 사람도 나뿐이었다.


그래서 혼자서 집중력 있게 장시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방법을 네 글자로 줄이면 '자기 세뇌'다.

멀리는 70여 년 전 한국 전쟁 당시 중공군이 미군을 대상으로 사용했었으며, 가깝게는 현재 북한에서 아동 청소년에게 사용하고 있고, 우리 주변에서는 종교 시설과 회사, 학원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세뇌 방식을 스스로에게 적용다.


단계를 세분화하면 1. 정보 통제, 2. 환경 통제, 3. 관계 통제로 나눌 수 있다. 보상 통제는 스스로에게 실제 채찍질을 할 수 없으니 배제했다. 각 단계를 지나고 나서는 정말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의식만이 나를 지배했고, 1년 365일 순수 공부 시간만 하루 평균 14시간 이상을 채울 수 있었다.


이번 편에는 먼저 정보 통제를 다룬다.


공부 의지를 약화시키거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정보는 차단하고, 의지와 집중력 유지 강화시키는 정보는 더 자주 접하는 식으로 스스로가 마주치는 정보들을 통제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나 청춘 멜로, 로맨틱 코미디, 자아성찰 장르 등 '인생에는 공부 말고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게 많다'라고 집중력과 의지를 저하시키는 정보들은 차단다. 실제 인생에는 공부 말고도 의미 있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지만 일단 눈 앞에 닥친 절박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력에 해가 되는 정보 멀리했다.


대신 복수, 운동 장르나 합격기 등 어려운 환경에서 시련고난-> 피나는 노력과 의지 -> 극복과 성공으로 이어지는 플롯을 가진 장르에 집중하면서 의지와 결기가 넘치는 주인공들에 감정을 이입하고, 그 에너지를 공부에 쏟다. 상황 영화 속 주인공들 만큼 힘들었던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 상황이 마치  상황인 것처럼 몰입다.


나는 의식을 컨트롤하기 어려웠다. 평소에 안 하던 일을 하려고 들면 내 안에서 '아 귀찮은데 이대로도 괜찮은데 아 하기 싫어'하고 외치는 자신과 '안돼!!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야, 약속한 일이잖아. 오늘은 꼭 해야 해!'하고 외치는 자신이 대립다. 내 자아는 하나가 아 것 같았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 머릿속에 코끼리만 떠올랐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배제하려는 의도는 거의 항상 그 대상을 마음속에서 더 커지게 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불현듯 떠올라 공부를 방해하는 정보들을 컨트롤할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생각들을 분류했다.

예컨대  과거의 부끄러웠던 기억 번, 어제 본 버라이어티 방송 번, 엊그제 본 영화 번, 아침에 본 뉴스 번, 지나가다 본 매력적인 이성 번, 이러다 인생 망하면 어쩌나라는 걱정 번 이런 식으로 분류했다.


분류하고 난 이후에는 각 잡생각을 통제 가능성과 공부에 대한 영향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우선 먼 과거의 기억들은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방아쇠가 되는 사건이나 광경들을 멀리하지 않는 한 컨트롤할 수 없다고 봤다. 어떤 사건이나 광경이 방아쇠가 되는지도 특정하기 어려워서 지나간 기억은 그대로 두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예컨대, 내 앞에 가는 사람 구두 뒷굽이 닳은 걸 보고 특별한 날이 아니면 구두를 신을 일이 없으셨던 아버지가 떠오르면서 아버지와 관련된 추억들이 감자줄기처럼 엉켜 붙어서 떠오르는 식이었으니 아예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는 한 컨트롤 불가로 판단하고 그냥 두기로 했다. 이미 예전에 지나간 기억이라서 그런지 머릿속에서 정리기도 어렵지 않았고, 공부에 미치는 영향도 적었다.


가까운 과거의 기억은 달랐다. 오늘 아침, 어제, 엊그제 접한 정보들은 내가 안 보면 되는 것들이었으니 통제할 수 있었으나 못했던 거고, 가까운 기억이라 그런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빈도와 유지 시간도 길었다.


집중력과 의욕에 대한 악영향도 컸다. 버라이어티 방송 장면이 떠오르면서 괜히 피식 웃게 된다거나 남들은 저렇게 인생을 즐기는데 나 혼자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괜히 울적하고 그랬다.


지나가다 본 매력적인 이성에 대한 생각은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이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멀리해야 할 것이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가 이미 있겠지?' '와 연예인인가?''와 장난 아니네''와''와'

하다가 결국 '내 주제에 무슨... 공부나 하자'라는 결론으로 이어져 괜히 힘만 빠지고 의욕만 떨어졌다. 안 쳐다보면 되니까 통제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렇 평소에 접하는 정보들을 통제기 시작했다.  무의식의 표층을 오직 자기 공부에만 매달릴 수 있게 해주는 정보들로 메울 수 을 것 같았다. 잡생각이 떠올라도 공부와 연관되거나 의욕을 고취시키는 생각들이 떠오르는 게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나을 것 같았다. 


영상물이나 책은 동기부여나 좌절 극복 물 위주로 봤고, 음악은 그런 영상물의 OST나 진지하고 전의를 북돋우는 음악을 주로 들었다. 인터넷도 필요한 분야의 신문기사와 시험 관련 정보만 보는 것으로 제한했다.


그렇게 고행하는 종교인처럼 아침 6시에 일어나 6시 30분까지 도서관에 가서 밥먹는거 빼고 밤 12시 30분까지 공부하는 생활을 2년 가까이  끌고 갔다. 도서관이 쉬는 날이면 근처의 구립도서관에 가서 최소 12시간은 공부했다. 쉬는 날은 없었다.




갖가지 정보가 혼재되어있는 의식을 하나의 정보로 칠해버리면 다른 생각들은 떠오르 어렵다.

게다가 세뇌의 주체이자 대상이 나 자신이기 때문에 세뇌가 한번 자리를 잡으면 깨어나기도 힘들다. 스스로를 의심하는 건 타인을 의심하는 것보다 힘들다.


목표를 성취하고도 세뇌가 깨질 않아서, 합격한 다음 날 이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원서를 사러 가니 학원을 알아보니 하다가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이지'하고 섬찟했던 기억이 있다.


세뇌 이전 20대 중반까지는 이런저런 그룹의 리더나 모임지기 등을 자주 했을 정도로 꽤나 사교적인 타입이었고, 게임도 클랜 생활을 할 정도로 빠졌었고, 버라이어티나 스포츠도 하루 종일 붙잡고 봤었다.


더 이상 정보를 통제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도

여전히 버라이어티, 스포츠 프로그램 등은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게임 같은 걸 하지도 않는다. 어디 놀러 나가는 것도, 누구랑 자주 어울리는 것도 선호하지 않는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세뇌에서 깨어나못했는지도 모른다. 직업, 생활, 경제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지금도 매일 새벽 4시 정도면 일어나서 독서를 하고 외국어를 공부하고 운동을 한다. 아직 세뇌가 풀리지 않은 게 맞는 것 같다.


는 자기 착취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에 굉장히 비판적이지만, 정작 스스로는 자기 착취의 최일선에 서있다는 자기모순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 편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편은 환경 통제와 관계 통제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공부나 외국어 관련 질문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기 바란다. 가능한 구체적으로 답변하도록 하겠다.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답변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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