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라?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해 힘든 이들에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고, 어떤 정의에 따른 성공이든 추구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를 사랑하는가에 무관하게 생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격이자 권리다. 그런데, 차갑고 각박한 사회에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불안감을 타깃으로 한 힐링 산업계에 오래전 등장한 표어인 ‘나를 사랑하라’는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타인을 사랑할 수도 사랑을 받을 수도 나아가 성공할 수도 없다고 한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일까.
한국어 검색 결과에 따르면 나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고 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하겠는가 또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구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즉,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한 전제 조건이 나에 대한 사랑이라는 논리다. 그렇다면 나에 대한 사랑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사랑을 하고 또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자기에 대한 사랑 없이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던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교육도 못 받고 평생을 가난하게 살면서 스스로를 위해서는 새 옷 한 벌 사지 않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가족에게 양보하고, 스스로는 평생을 배우지 못했다는 한과 자식을 풍족한 환경에서 키워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가진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에 각자의 자기 스스로에 대한 사랑은 전제조건이 아니다. 자기혐오와 열등감, 절망감에 빠져 스스로를 학대하다 결국 약물중독이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 예술인들과 그들의 팬 사이의 사랑에서도 자기 스스로에 대한 사랑은 전제 조건이 아니다.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태워 목숨을 버린 종교인, 사회운동가들과 그들의 숭배자, 지지자 간의 사랑에도 스스로에 대한 사랑은 전제조건이 아닌 것 같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았으니, 자기 사랑은 그 도구적 필요성을 상실했다.
영어 검색 결과에 따르면 나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인 면에서 더 나아지게 함으로써, 우리의 목표 달성과 성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즉, 성공의 전제 조건이 나에 대한 사랑이라는 논리다. 그렇다면, 나에 대한 사랑은 성공의 계단을 오르기 위한 수많은 자기 계발 조언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물론, 또한 성공을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자기에 대한 사랑 없이 성공한 자들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라이벌에 대해 또는 스스로의 배경과 출신에 의해 느끼는 패배의식과 열등감을 연료로 삼아 끊임없는 자기 착취 끝에 끝내 승리한 사람들에게 자기 사랑은 성공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다. 악착같이 스스로를 학대해서 끝내 부와 명성을 일궈낸 사람들의 경우에도 자기 사랑은 성공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도 성공했으니, 자기 사랑은 다시 한번 그 도구적 필요성을 상실했다.
사랑받고 사랑하고 성공하기 위해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말은 공허하다. 자기 사랑을 본질적 목적으로 보지 않고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자기 사랑은 나무를 자르기 위해 도끼를 쓸지 톱을 쓸지 하는 도구 선택의 문제가 되어버리고 만다. 삐삐가 휴대폰에 자리를 내어주고, 타자기가 컴퓨터에 자리를 내어준 것처럼 자기 사랑은 또 다른 무언가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으며, 성공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자기 사랑이든 존중이든 그 무언가에 기대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래적으로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가 밉다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다고 내가 누구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겠느냐고 자책해온 사람들과,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자기를 비하하던 사람들과, 사랑과 성공을 찾아 매일 아침 나는 나를 사랑한다를 외치며 자기를 사랑할 방법을 찾아 방황하던 사람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은 스스로를 사랑하든 말든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도 성공할 자격도 충분한 사람이다. 그러니 더 이상 허튼 길에서 헤매지 말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정히 사랑해야겠다면, 먼저 스스로를 아끼고 귀하게 여기라. 몸을 닦고, 주변 환경을 깨끗이 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맺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 책을 읽고 사색하여 스스로의 정신이 성숙하게 하고, 운동을 하고 땀을 내 스스로의 몸에 건강함이 깃들게 하라. 그리고 주변을 아끼고 귀하게 여기라. 사랑받기 전에 먼저 사랑을 주는 사람이 돼라. 이웃을 소중히 하고 그들의 아픔을 내 아픔인 것처럼 여기라. 친구를 소중히 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되 함부로 가르치려 하지 말라.
내가 남을 사랑할 때 그들에게 바라는 것을 내가 나를 사랑할 때도 요구하라.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결국 사랑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더라도 자기만을 위하여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고치지 못하고, 사랑을 위기에 이르게 하는 습관을 변화시키지 못하면 그 사랑은 덧없이 스러지고 만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수백 번 속삭이더라도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고, 자기를 헤치는 습관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그 수없이 반복해 온 스스로에 대한 사랑 고백은 순간의 자기 최면에 지나지 않는다.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다고 사랑과 성공을 멀게만 보던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스스로를 탓하지 않길 바란다. 다만, 내가 사랑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바라는 모습을 내가 나로부터 찾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