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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하 Sep 24. 2020

영어 원서를 오디오북으로 들어 볼까

대상, 선택, 방법, 시간, 효과

요즘 원서를 듣고 있다.

8월부터 듣기 시작해서 현재 세 권째 듣고 있는데,

독해 속도가 빨라지고 이해력이 느는 게 느껴져서  이 좋은 걸 독자들과 얼른 공유해야겠다 싶은 마음에 글을 쓴다.


내가 들은 책은 아래와 같다.

1. Homo Deus- Yuval Noah Harari/ 세 번 들음

2. The Psychology Book : Big Ideas Simply Explained- 저자 다수 / 두 번째 듣는 중

3. The Elements of Style - William Strunk Jr. /  두 번 들음


첫 번째 두 번째 책은 한번 듣는데 16시간 정도 걸리는 꽤나 두꺼운 인데 원래 생업과 관계없는 딴짓하는 걸 좋아해서 재미있게 들었다.

세 번째 재생 시간은 1시간 정도밖에 안되지만, 글쓰기 책이라 그런지 별 재미는 없었다.


나는 본격적으로 오디오북을 듣기 전에도 영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해 왔고, 매일 영어 뉴스를 듣고, 이런저런 영어기사나, 논문 등을 읽으면서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 주시기 바란다.



1. 대상 : 영어 오디오북으로 공부하길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사람들


수능시험 또는 취업, 공기업, 공무원, 유학 시험 준비생 등 점수를 따야 하는 영어 시험이

눈앞에 있는 독자들에게는 영어 원서 공부를 추천하지 않는다.


토익 점수를 따야 하는데 원서로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시험 점수가 필요하면 제발 시험에 집중해서 공부하시오.


본인은 20대에 토익이랑 토플 점수를 따야 되는데

나는 '시험을 위한 준비는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진정한 실력으로 시험을 치를 것이다'라는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믿을 수 없이 어리석은 생각을 가지고 시험을 치렀고, 당연한 결과로 시험에 집중해서 공부한 친구들보다 점수가 안 나왔다.


만약, 필요한 영어 점수를 이미 다 획득해서 원서로 공부할 여유가 있는 독자들에게는 예컨대 수능 수험생인 경우, 영어 말고 모자란 다른 과목을 공부할 것을 추천한다.


수험이든 취업이든 영어 점수 말고 다른 것도 준비해야 하지 않나. 그럼 영어 점수를 획득해서 생긴 여유를 모자란 다른 분야를 채우는데 투자해야 한다.


이미 점수를 따놓은 영어를 더 공부하고 싶다면

예컨대, '수학이 싫으니 내가 잘하는 영어를 더 공부해야지' 하는 것처럼 전략과 필요가 아니라

그때 그때의 기분과 선호에 따라 공부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바란다.

그 고민을 통해서 전략과 필요에 따라 공부를 하게 되면 독자 분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물론 다른 분야도 완벽해서 더는 준비할 것이 없다면 내가 별로 해줄 말이 없다.


그러니, 이미 영어시험을 볼 시기, 먹고 살기 위해 영어 점수를 따야 하는 시기를 지나서

1) 생업에 연관된 목적을 위해 다른 공부를 할 필요가 없는 독자들

2) 문법과 단어, 독해, 청해 등의 기초가 있는 독자들

3) 고급진 영어를 쓰고 싶거나

4) 독해 속도를 증가시키고 싶은 독자들

5) 특히, 가만히 앉아서 원서를 읽을 시간이 없는 독자들

6) 그리고, 천성이 산만해서 가만히 있기 힘든 독자들에게 오디오북추천한다.


2. 선택 : 어떤 오디오북을 골라야 하는가


1) 본인이 잘 알거나 관심 있는 분야의 이미 번역본을 읽어본 책을 선택하는 게 가장 편하고 빠르다.


나는 유발 노아 하라리 팬이라서 이미 호모 데우스를 세 번 정도 읽은 상태에서 원서에는 뭐라고 써놨는지가 궁금해서 원서를 샀는데, 도무지 안절부절 집중도 안되고 해서 오디오 북으로 전환하고

일독을 마무리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이미 익숙한 내용이라 이해도 편하고,

남이 읽어 주는 걸 듣기만 하면 되니 편하고,

10분에 4~5쪽 정도의 속도로 읽어주니 진도도 잘 나가서 만족스러웠다.


2) 본인이 잘 아는 분야도, 관심 있는 분야도 없다면 샘플을 들어보고 결정하면 된다.


아마존도 마찬가지 일거 같은데 구글 앱스토어샘플 듣기가 된다. 그걸 들어보고 첫째, 흥미 돋고, 둘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는 대충이라도 알아먹겠다 싶은 책을 고르기 바란다.


내 경우, 겉 멋만 잔뜩 들어서 스무 살 때 600페이지짜리 정치학 고전 원서를 사서 당시 20쪽을 읽고, 5년 정도 후 30페이지 정도 더 읽고, 아직도 그 자리에 머물러 이사할 때마다 버릴까 말까 고민시키는 책이 있다.


괜히 폼 잡자고 잘 알지도 못하고 재미도 없는 고전을 고른다면 금방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글로도 잘 이해가 안 가고, 흥미도 안 가는 책은 영어로 읽으면 더 이해 안 가고 더 재미없다.

평소 스스로의 독서 수준을 고려해서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책을 고르는 게 좋다.


3) 샘플을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다면, 대학교에서 교양영어 강독 같은 과목의 교재로 사용되는 책을 고르면 좋다.


나 때는 Tuesday with Morrie 나 The Alchemist 같은 책이 교양영어 교재였다.

보통 수능 영어 수준의 대학 신입생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책들을 교재로 선정하니 대체 무슨 책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책 소개 정도 찾아서 읽어보고 딱히 마음에 걸리는 게 없다면 사서 들으면 된다.

꽝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3. 방법 : 어떻게 듣고, 공부해야 하는가


한번 듣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주야장천 완벽히 소화할 때까지 듣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나는 후자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그때 그때 따지고 찾아서 공부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그 부분은 보통 평생 모른 채로 남게 된다.


진도를 쭉쭉 빼봤자 그건 책 읽어주는 성우가 빼는 거지 내 머리론 이해를 못하겠다면 그건 오디오북을 들은 게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소음을 들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어 실력 향상이 아니라, 읽은 책의 권수를 늘려서 자랑하는 게 목적이라면 할 말이 없다.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내가 오디오북을 듣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일단 끝까지 쭉 듣는다.

  - 일단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해두면, 다음번에 들을 때 따라가기가 더 쉽기도 하고, 처음부터 단어나 찾고 앉아 있으면 오디오북의 묘미인 '진도 빼는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2) 다시 들으면서 모르거나 이해 안 가는 단어, 문장, 문단은 검색을 하든 다시 듣기를 하건 아! 하고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 올 때까지 반복한다.

  - 일단 관심 있는 분야의 이미 아는 책을 택했다면 단어 정도 찾아보는 정도일 텐데, 문제는 한국어로도 잘 모르는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의 책을 골랐을 때. 나 같은 경우 4-5번 구간 반복해서 들었는데도 잘 모르겠다면 우선 넘어가고, 듣기를 마친 후에 그 부분을 써본다.


3) 다른 책을 읽다가도 중간에 한 번씩 더 듣는다.

  - 원서도 책이다.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서 전에는 느끼지 못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특히나  잘 쓰인 책들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 나는 그 기쁨을 느끼기 위해 읽었던 책을 또 읽는다.


4. 시간 : 언제, 얼마나 들어야 하는가.


각자 여유 있는 시간에, 그 여유가 지속될 때까지 들으면 될 것 같다. 나는 새벽에 산책할 때 듣고, 저녁에 산책할 때 듣고 해서 하루 2~3시간 정도 듣는다. 가끔은 근육운동을 하면서 듣기도 하고, 정말 가끔 설거지나 청소를 하면서 듣기도 한다.


오디오북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일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가만히 앉아서 들어야 했다면 오디오북 못 들었을 거다.


5. 효과 : 그게 그렇게 좋나?


어 좋다. 하루에 두세 시간씩 들은 지 이제 두 달째인데 영어 뉴스 듣기도 훨씬 편해지고, 청해력, 독해 속도도 향상된 걸 느낀다.


1) 영어 뉴스보다 어려운 단어와 복잡한 문장으로 쓰인 사회과학 서적들을 읽으니 그보다 쉬운 내용인 뉴스 듣기가 훨씬 수월해진 것 같다. 이 전엔 집중해서 들어야 이해했던 내용이 딴짓하면서 흘려들어도 이해가 수월해졌다.


2) 빠르게 읽는 오디오 북을 매일같이 듣고 다니다 보니, 청해력도 분명 나아졌다. 이전에는 영어 뉴스를 듣다가 어 이게 뭔 소리 지하고 무슨 단언 지도 모르겠는 게 가끔 있었는데, 그런 빈도가 거의 없어졌다.


3) 독해 속도는 분명하게 향상되었다. 이전에는 논문이나 업무 관련 문서 기준으로 페이지당 4분 정도는 걸린 거 같은데, 현재는 페이지당 2분 정도로 대폭 줄었다. 지난 주말에 17쪽짜리 법률 문서를 읽는데 20분밖에 안 려서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독해 속도가 향상된 점이 가장 좋다. 이전에 쓴 바 있지만, 대학 시절에 독해 속도가 너무 느려서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었던 기억이 있은 후로, 나에게 외국어 공부의 제1 목적은 정보 습득 속도 향상이었다. 이제는 영어로 벌어먹고 사는데 이제와 서라도 독해 속도가 늘어서 너무 기쁘다.



이 기쁨을 독자 여러들도 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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