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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Oct 09. 2024

결혼해도 되는 남자


  요즘은 몇 달 안 남은 결혼을 앞두고 청첩장을 전달하기 위해 부쩍 친구, 지인들을 자주 만난다. 진짜 궁금해서 묻는건지 으레 예의상 묻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모두들 미혼인 나의 친구들은 내게 묻는다. ‘어떤 점이 좋아서 결혼을 하게 된거야?‘ 나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줄곧 생각을 해오다 나만의 해답을 찾았다. 아직 진짜로 결혼식을 올린 것도 아니고, 나이도 어린 내가 감히 ’결혼 해도 되는 남자‘라는 제목을 붙인 글을 쓰는 것이 우습긴 하지만, 그냥 20대의 끝에 선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하는 것을 기록해두고자 이러한 글을 쓰는 것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어떤 점이 좋아서’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점도 못견딜만큼 싫지 않아서’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외모, 직업, 경제력, 성격 등 일정 수준 연애가 가능한 예선을 통과하고 나면 그 때 부터는 ‘장점’싸움이 아니라 ‘단점’싸움이다. 상대의 단점이 얼마나 견딜만 한가, 그 단점이 우리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미미한가, 따위에 의해 관계의 지속성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의 단점이 못 견디게 싫다면 결국 헤어질 것이고, 평생 견딜 만 하겠다 싶으면 결혼 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가 그랬다.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못견디게 싫은 단점을 2,3 개월만에 발견하면 가차없이 관계를 정리했던, 그러니까 한 마디로 짧은 연애만 하던 내가 드디어 견딜만 한 단점만을 가진 남자를 만났다. 물론 살아봐야 발견하게 되는 단점들도 많겠지만, 1년 반 정도 만나면서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없는 남자는 처음이었으니, 결혼을 결심할만 한 남자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단점도 모두 다르듯, 사람마다 견딜 수 있을만 한 단점도 모두 다르다. 내가 어떤 단점은 허용이 가능하고, 어떤 단점은 눈에 흙이 들어와도 안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단점의 예시를 많이 경험해 보아야한다. 반복되는 짧은 연애를 통해 내가 못 견디겠는 단점들을 쌓아나갔다. 분류도 가능하다. 외모 부문, 성격 부문, 습관 부문, 경제력 부문 정도로 나누어보았는데, 하나의 예시를 말하자면 나는 외모 부문에선 ‘근육’과 ‘키‘를 꼽았다. 아무리 다른 장점들이 뛰어나도 키 작고 왜소한 남자는 남자로 느껴지지 않아서 연애가 지속이 안되었다. 그것을 깨달은 뒤부터는 소개팅을 해도 평균은 되는 키와 운동을 좋아하는 남자를 만났다. 너무 뻔한 외모 위주의 이야기만 하자니 글의 품격이 떨어지는 것 같아 다른 예시로 들어보자면 경제력 부문에서는 ’성실하지 못 한 남자‘를 꼽았다. 전에 야망은 있어서 말은 번지르르 한데, 인턴이든 아르바이트든 시간도 못 지켜서 맨날 짤리는 남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을 통해 배운 ‘내가 못 견디는 단점’이 적용된 것이다.


  지금 만나는 이 남자혹은 여자랑 헤어지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나는 무조건 ‘그렇다’는 답은 못하겠지만 다음에 만나는 사람은 적어도 지금 만나는 사람과 헤어지려는 그 이유, 바로 그 이유를 가진 사람은 피할 수 있다고 답하고싶다. 그렇게 단점의 단점의 단점을 복수 적용하여 다음, 다음, 다음 사람을 만나다 보면 언젠가 내가 견딜 수 있을만 한 단점만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나의 경우로 예를 들어보면 지금 남자친구와 전남자친구, 전 남자친구와 전전 남자친구 이렇게 연애 시기로 붙어 있는 사람끼리 비교를 해보면 이와 같은 공식(?)이 매우 적나라하게 적용된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20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참으로 착하고 다정하지만 마마보이라서 자기 의견이 없는 남자를 만났었다. 그 다음 번 남자는 기가 막히게 독립성이 있지만 크게 다정하진 않았다. 나에게 ‘무진장 다정함’은 크게 필요한 요소가 아니었고, ‘독립심 없음’은 커다란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적립된 사례였다. 마마보이 남자는 지금 결혼해서 애도 낳고 잘 살고 있다. 누군가는 ‘다정함’을 큰 장점으로 꼽았지만 그것은 나에게 큰 매력이 없는 하나의 ‘특성’일 뿐이었고, ‘독립심 없음’이 나에겐 치명적이었으나 그의 부인에겐 ‘견딜만 한 단점’이 된 것이다.


  그러나, 단점이라는 것은 본래 장점과 한 몸이라 만남 초반에는 좋기만 하던 것이 후반으로 갈 수록 아니꼽게 보이기도 하고, 또 웬만하게 평탄한 연애 상황에서 쉽게 알아챌 수 없는 것들도 있어서 알고 보니 전에 이미 ‘못 견디안 한 단점’으로 분류를 해 놓은 단점을 가진 사람을 다시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두번째는 다르지 않겠는가? 내가 이전에 ‘이 단점은 감당하기 힘든 단점이다’라고 분류를 해놓았기에 보다 능숙한 대처가 가능하다. 일찍허니 관계를 정리하여 시간 낭비를 줄일 수도 있고, 혹은 앞의 사례를 통하여 보다 나은 해결법을 찾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나만의 ‘결혼해도 되는 남자’의 목록을 정리하였다. 이렇다 한들 나의 결혼 생활이 무조건 평탄하리라는 법은 없다. 몇 년을 지지고 볶고 살다가, 혹은 결혼식을 올리자 마자 내가 전혀 몰랐던 단점을 발견할 수도, 그런데 운이 나쁘게도 그 것이 하필 내가 견디지 못 할 만 한 단점이었을 수도 있다. 그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거기까지의 방책은 아직 내 인생 경험치가 짧아 모르고있다. 또한 이러한 방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와 인생도 많을 것이다. 그냥 결혼을 앞둔 어느 평범한 여성의 생각 정리를 이렇게 끝맺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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