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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miverse May 14. 2022

P34-격리 해제 2시간 전

COVID-19 막차에 탑승했습니다

격리 해제까지 2시간 남았다. 그 동안 나는 무슨 시간을 지내온 걸까.




2020년 1월 이후 지금까지,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주변의 사람들도 COVID-19를 경험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자랑스러운(?) 것은 자가 검사든, 신속 항원이든, PCR이든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인간문화재(??)였다는 점이었다.


따라라란 따라 딴딴 (인간극장 BGM)

하지만 야악간 몸이 노곤함을 느꼈고 목이 좀 간지러운 느낌을 받아 자가 검사를 시행해봤고- 위의 사진과 같이 희미한 두 줄을 보자마자 바로 검사소를 검색해서 PCR검사를 진행했다. (무려 다행히도 야간까지 하는 검사소는 5월 8일까지 운영한다고 했는데, 그 날이 5월 7일 저녁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양성.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단 의심스러운 것은 내 생일이었던 5월 2일. 마침 그 날은 드디어 야외에서의 마스크 해제가 시작된 날이어서, '생일을 기념해 국가적으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했다'와 같은 농담을 하기도 한 날이었다. 농담은 아무렇게나 하는게 아냐


그날 저녁 약속은 여의도에 있었는데 조금 일찍 도착하게 되어 한강시민공원에서 살포시- 마스크를 벗고 걸어보긴 했지만, 첫 날이고 심지어 한강에서도 대다수의 사람이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어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을 했다. 계속 마스크를 썼고, 손을 열심히 씻고. 


다만 더현대를 거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 잔 한 뒤에, 쿠마라는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일정 중 스타벅스에서 약간 '켈록켈록'한 사람이 있어 그 때가 좀 의심스럽긴 하지만- 어쩔텐가. 이미 양성인 걸.




한 번도 검사를 안해보다가 단 한 번에 자가 검사에서 PCR을 거쳐 양성까지, 원샷원큐에 끝내고 난 뒤에는 그 소위 'K-방역 시스템'을 제대로 체험하는 중이다.


줄줄 이어서 오는 친절한(?) 안내와 통지서


검사 다음 날 아침, 무려 어버이날에 일요일이었지만 7시에 바로 확진 문자가 오고, 10시까지의 시간 동안 격리 통지와 재택치료 결정 문자가 오고(물론 통지서는 공문이라 월요일에 발행). 심지어 일요일임에도 주거지의 보건소에서 전화가 와서 현재 상태에 대한 문의와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월요일에는 다시 문자가 와서 재택치료에 대한 안내를 또 해주고.


게다가 재택치료였지만 비대면으로 진료 후 약을 픽업하러 가는 외출은 허용되는 등, 여러 면에서 '나름'의 재택치료 중의 편의가 고려된 모습이었다. 게다가 약은 무료! 물론 진료는 전화로 간단하게 진행했고, 처방된 약은 COVID-19 전용의 약이 아닌 진해거담제, 기침감기약, 진통제 등 일반적인 감기약었지만.


* 기록삼아 남겨놓는 처방받은 약들

- 코푸시럽 - 진해거담제 & 기침감기약

- 움카민정 - 진해거담제 & 기침감기약

- 록소드펜정 -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 하이퍼셋세미정 - 기타 진통제

- 알마겔정 - 제산제 & 흡착제

- 놀텍정10mg - 프로톤 펌프 저해제 위산분비 억제제라는데 설명이 이게 무어야 ㄷ ㄷ 


여기 통계에 포함되어 있읍니다(...)




다행히 증상은 매우 경증이라, 초기에는 온 몸의 정말 가벼운 근육통과 함께 약간의 목간지러움이 있었고 지금은 약간의 나른함과 목에 불편함(...?!)이 좀 남아있는 상태이다. 


아마, 나른함은 격리의 기간 동안 진정 늘어지는 삶을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격리가 확정되고 나서, 나름 머릿속으로는 이것저것 생각을 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집에만 머무르는 일이 많지는 않을테니, 정리도 하고, 생각했던 영상도 한번 만져보고, 책도 보고 등등. 그렇지만 현실은...(...)


티셔츠를 리폼해서 액자를 만드는 건 성공했지만, 책은 읽어보려고 시도만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조금 쳐진 시간을 가지다가- 약간 업무를 보고, 다시 좀 쳐진 시간을 가지다가 까무룩 잠을 자고- 그리고 늦은 점심 후에 다시 쳐진 시간의 반복. 그러다보면 밤이 되어 다시 잠을 자는 시간이 되고. 물론 쳐진 시간에는 유튜브를 본다. 온갖 관심사들의 향연(!)


이제 격리 해제까지 10여 분이 남았다. 격리가 끝나면, 자가 검사를 한 번 해볼 예정이고 아직 몸이 완전히 100% 제 컨디션은 아닌 느낌이지만- 더욱 활기차게 움직여볼 생각이다. 어쨌거나 시간은 흘렀고, 흘러가고 있으니. 몸이 쳐진 것은 약 때문인 걸로 하자 후후




혹시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 없어야겠지만) 격리를 해야할 일이 생긴다면, 나처럼 뭔가 이것저것 해야한다는 생각보다는 조금은 쳐져있는, 하루하루의 움직임에 여유가 있는 삶을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언제나 또 이런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까. 물론 바깥을 나갈 수 없는 것이 답답해서 창 밖을 보는 시간이 생기기도 하지만, 쳐져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면에서의 '나'를 여유롭게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될테니. 몸보다는, 마음과 생각이 움직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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