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고.

by 영화보는 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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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러닝타임 내 100% 이해되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견해을 보았다.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관점입니다만 간혹 이를 왜곡하여 '러닝타임 내 이해되지 않는 영화는 안 좋은 영화'라 치부하는 이들이 있다.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이기에 오늘은 한 명의 관객으로서 이 난해한 영화들을 변호하고자 한다.


난해한 영화를 관람하고 나면 각종 해석을 찾아보곤 한다. 유튜브와 각종 블로그는 물론, 요즈음은 LLM에게 해석을 부탁하기도 한다. 눈꺼풀을 들추듯 영화가 품은 비밀들을 파헤치는 것을 즐긴다. 관객의 수만큼 존재하는 수많은 타인의 감상을 견식한다. 두 시간 남짓의 러닝타임이지만 영화를 해석하려 노력하며 며칠은 더 즐길 수 있다. 그러니 내게는 러닝타임 내 이해되지 않는 영화란 가성비가 좋은 영화이다.


최근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그러하였다. 관람 후 이해가 되지 않아 해석을 찾아보니 작가주의적 성향이 짙은 자전적 작품이었다. 얼떨결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일생을 공부하였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제목이자 소품으로 활용된 일본의 근대 소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가 궁금해졌다. 찾아 읽으니 영화와는 큰 관련이 없었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안쓰러웠는지 친구가 선물로 사주어 더욱 가성비가 좋았다). 조만간 첫 관람 때 놓쳤던 부분들이 이해되길 기대하며 다시 감상하려 한다.


생각을 많이 할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일종의 지적 허영심일지도 모르겠으나 기억에 각인된 영화들은 모두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오래 생각하도록 만든 작품들이었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난해한 영화를 파헤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