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답은 알고 있었는데...문제는 그다음이었다

by 긍정

늘 답은 알고 있었는데...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상하게도

결정의 순간은 또렷하게 기억나는데

그다음 장면은 흐릿하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때 나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어느 쪽이 맞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런데도

그 판단은 현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답을 몰라서 못 움직이는 거 아니야?

확신이 없어서 그런 거겠지.


그런데 내 경험은 조금 달랐다.

나는 대체로 답을 알고 있었다.

이직을 해야 할 때도

관계를 정리해야 할 때도

정리해야 할 일 앞에서도

머릿속에는 이미

이쪽이다라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고

그 화살표가 틀렸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문제는 늘 그다음이었다.


결정을 하고 나면

이상한 공백이 생겼다.

그 공백 안에서

나는 다시 묻기 시작했다.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이 정도면 괜찮은 선택 맞지?

조금 더 지켜보는 게 낫지 않을까?


겉으로 보면 신중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이미 끝난 판단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행동이었다.


이때부터 결정은

점점 힘을 잃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결정을 바꾸고 있었던 게 아니다.

결정 이후에

확인을 덧붙이고

사람들의 말을 끼워 넣고

상황이라는 이름의 변수를 추가하면서

처음의 기준을 흐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 과정은 아주 조용해서

실패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오래 지속됐다.

이런 상태에서는

특이한 일이 벌어진다.

결정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실행을 하고 있지도 않다.

마치

판단이 끝난 파일을 열어둔 채로

아무 작업도 하지 않는 상태처럼.

시간은 흐르는데

아무것도 저장되지 않는다.


그때부터

질문이 조금 달라졌다.


왜 나는 결정을 못 할까?가 아니라


왜 이미 한 결정을 계속 다시 확인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은

조금 불편했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성격이나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든 과정을 들여다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깨달은 건

아주 단순한 사실이다.

문제는 답을 모르는 데 있지 않았다.

문제는 답을 안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데 있었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가 언제 결정을 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시점을

얼마나 자주 스스로 부정하는지에 대해

조금 더 정확히 짚어보려 한다.






이 글은 결정을 잘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끝난 판단이 왜 실행되지 않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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