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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쨌거나 글쓴이 Nov 30. 2015

뭐였나, 서로에게 우리는 -김충규

함께 갈까요? 하는 듯이

내 눈을 오랫동안 들여다 보았을 때

함께 갈 수 없는 길이잖아요 라는 듯이

나는 눈을 피했다


하필 초록의 전쟁이 벌어진 이 봄날에

당신이 서쪽으로 간다

그런 당신에게 안 갈 수 없나요? 라는 물음은 부질없다


서쪽으로 가서, 당신은 새로운 모습으로

말을 타고 이곳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까

내가 지켜본 평소의 당신이라면 어려울 듯 싶은데

희미한 미소를 마지막으로 남기며

당신은 기어이 내게 등을 돌렸다

암실이 돼 있는 서쪽으로 천천히 뚜벅뚜벅


이후로 당신을 만나려려면 사진으로만 만나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당신과 함께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

이런 그동안 뭐했나

뭐였나, 서로에게 우리는



- 김충규,

뭐였나, 서로에게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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