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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쨌거나 글쓴이 Jan 25. 2016

일기

2016.01.25

2016년의 첫 글을 25일이나 지나서 쓰게 되었다. 글을 쓸 일이 없다는 건 어쩌면 그만큼 별일이 없다는 것, 혹은 별일을 깊이 느낄 짬이 없다는 것일지 모르겠다, 실은. 자기 전에 분명 어떤 생각이 들었다가 피곤에 찌들어 메모를 포기하고 잠을 청하고, 그 다음날 되면 까먹는 것의 연속. 그게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고서 이어져 온 지금까지의 일상이다.


하지만 어차피 까먹는다 하더라도, 까먹는 것은 문장이지 느낌은 생생하다, 몰려온다. 나홀로 잘난 것도 아니건만 정의감을 불태울 돈안되는 공부를 하는, 죄책감이 드는 자유를 누릴 때, 도약을 이유로 결국은 부모를 밟고 일어서야만 할 때, 잠시 추위를 이유로 몸이 여유로이 이불속에 더 뒹구는 사치를 부릴때. 그럴 때면 나는 무언가로 덕지덕지 점철된다. 나를 자식이라는 이유로 부양하는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 스스로 의식적으로라도 가지려고 노력해온 미래에 대한 확신이, 실은 맹목적인 것은 아닌가 싶은 불안 등 무엇이라 단정지을 수 없는 것들로. 시간이 헛되게 흘러가는 게 이제는 조금 즐겁지 않다.


그리고 이것이 어느 순간이면 나아지지 않을 것임을 안다. 서로 다른 감정으로 교체될 뿐 여전히 무엇인지 모를 무엇인가를 한편에 늘 안고선 20대를 살고, 30대를 살고, 50대를 살아갈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직접 인생을 사는 일이 처음이라 환상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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