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타인은 지옥이다. 그리고 너는 분명한 내 지옥이다. 정말이지, 나는 너에 의해서 존재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은 또 예전처럼, 너의 시선으로 너를 만나는 하루를 산다. 그 시선에서 자유로운 척 해봐도 전혀 자유롭지 않다. 나를 잃어버린다. 말이 막힌다. 네 앞에 서면 이젠 할 말도 없다. 웃고, 넘긴다. 이해하지 못한다. 생각도 다르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 열등감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참 다르다 싶어 스스로를 표현하길 포기한 것일지도.
더더욱 나를 지옥으로 내모는 것은 그 옆을 떠나질 못한다는 것이다. 떠나겠다 마음먹어도 떠나겠다는 말조차 못하고 결국은 이끌려간다. 너에게서도, 실은 나에게서도 이전과 같은 열망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에게 같이 있어야만 하는, 그런 절실함은 이미 없다. 사라진지 오래다. 너도, 나도 그것을 분명 알고 있는데도.
의미없는 눈짓, 웃음, 몸짓. 반복한다. 의미는 없다. 과거와 같은 열망은 없다. 우리는 그저 반복한다. 담긴 것은, 습관이다. 몸에 밴 관성이고 으레 할 뿐인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