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서연 Apr 04. 2024

해외파인 내가 국제학부가 아닌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이유

내가 주류가 아닌 그룹에 소속된다는 것.

대학생 시절, 정말 많이 받았던 질문 하나가 '왜 영어영문, 국제학부가 아닌 영어교육과를 선택했냐'라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의 의도에는 여러 가지가 섞여 있었던 것 같은데 주로 '너처럼 해외 오래 살다오고 영어 쓰는 애들은 다 국제학부던데?'의 뉘앙스가 깔려 있었다. 대학교 교수님 중 한 분은 나에게 '너는 영어교육과 학생 같지가 않다, 너는 그냥 국제학부 학생 같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였다. (실제로 국제학부와 영어영문 학생들은 외고 출신, 해외 고등학교 출신들, TCK들이 굉장히 많다. 그와 다르게 영어교육은 주로 일반고 문과 상위권들이 오는 느낌이다.)


이런 내가 영어교육과에 지원한 이유에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국제학부는 막상 취업을 해야 할 때 전문성이 떨어져 애매한 포지션이 된다라는 이유로 반대를 하셨고, 그래서 영어영문을 선택하자니 차라리 교원자격증까지 주는 영어교육과를 가자는 의견이었다. 부모님은 안정성이 굉장히 중요했던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여하튼 이 선택으로 인해 이화-하버드 학회교류 프로그램에서도, 대학교 영자신문사에서도 영어교육과는 항상 나 혼자였다. 그래서 국제학부, 영어영문학부인 친구들이 종종 그들만 아는 과 이야기를 할 때 약간 소외감을 느꼈지만 이것은 크게 신경 쓰일 정 도는 아니었다. 사실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 이과였다가 대학교만 문과로 온 케이스인데(고생을 사서 하는 타입) 이렇게 굉장히 문과적인 활동들을 하였는데도 그 안에서 결국 친해지고 현재까지도 연락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이과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국제학부냐, 영어교육과냐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대학교를 문과로 온 것이 조금은 성급한 결정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교육과에 있을 때 내가 나로서 쉽게 존재하였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사범대 특성상 TCK는 존재하지 않았고 반대로 굉장히 보수적인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또한 나와 다르게 너무나도 단아하고 완벽한 삶을 살아온 것 같은 친구들을 보며 이질감을 느꼈던 적도 있었다.


주류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는 소외감은 분명 있었지만 사범대 특성상 굉장히 선한 사람들, 교원 자격증을 보유하기 때문에 조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커리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들에 만족하여 만약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혹시라도 해외에 재학 중인데 영어교육과 진학을 고민 중인 학생이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1/4짜리 인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